2001 초여름부터 2006 겨울까지 나의 거리는 종로에서 삼청동으로, 삼청동에서 인사동까지가 전부였다. 겨울이 추웠고 여름이 더웠다는 사실은 문득 느껴지는 사람들의 옷차림, 푸념들의 옷차림, 거리의 옷차림 등에서만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어딘가 내가 모를 밖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군대에 갔다. 강원도 늦은 밤. 피곤한 몸과 머리는 그때 아트시네마가 나한테 가르쳐 준 것들을 생각했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끝내 불가능할 지도 모르고 사랑은 경멸과 동의어일지 모른다고. 20대 전반부는 회의와 의심이 전부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2009년 여름 다시 아트시네마를 찾았다. 계절은 뜨겁지만 세상은 겨울이었다. 이제 내가 속하지 않은 세상은 어디에도 없는 듯싶었다. 내가 아트시네마에서 배운 것이 회의와 의심이라면 그 두 가지가 내 손에 쥔 도구들이라면 20대 후반부의 첫머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진리)를 찾기 위한 회의와 (진심)를 선명하게 해줄 의심. 그리고 한가지 더.. 마지막으로 믿음. 어쩌면 해피엔딩 또한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서울아트시네마가 안토니오니의 영화처럼, 기요시의 영화처럼 세상의 종말을 긍정하며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내가 배운 회의와 의심이 사랑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라는 믿음. 힘겨운 믿음의 시간들을 지나온 자에게 주어지는 기적. 마치 로셀리니 영화처럼. 영화가 세상을 반영한다고 했을 때 세상 또한 영화를 반영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처럼. 해피엔딩의 한없는 긍정. 20대 후반부의 첫 머리에서 나는 믿음과 긍정을 생각했다. 다시 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다시 여름에 겨울에 인사동 거리를 걸었으면 좋겠다.  (정종은, 27세)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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