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7일 여성영화인축제가 끝난 늦은 밤 나도 모르게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갔습니다. 회사가 강남으로 이사 간 후로 한동안 찾지 않은 아트시네마. 마지막 상영이 끝난 시간이란 걸 뻔히 알았지만 나도 모르게 그곳을 향했습니다. 버건디빛 ‘카를로스 사우라’ 특별전 리플렛이 세워있었던 텅 빈 로비. 나는 평일 마지막 영화를 혼자 기다리는 멋쩍은 관객처럼 흐느적거리며 극장을 누볐습니다. 그날따라 늦게까지 사무실에 계셨던 프로그래머 선생님과 마주쳤고, 내 입에서 툭, 하니 나온 말이 이러했습니다. 선생님, 여기가 그리웠어요. 저는 여기가 필요해요.

나는 아트시네마를 그리워하고 필요로 합니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 곁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렇게 어느 날은 치기라고 하기엔 노후하고 질투라고 하기엔 명분 없는 감정이 불쑥, 내 안을 괴롭힙니다. 그러한 나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퇴근길을 달려와서 보던 아트시네마의 영화들이었습니다. 어쩔 때는 내 자신이 그대로 의자에 묻혀버릴 것 같다고 느낍니다. 어느 때는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 내 얼굴이 빛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때로는 난방이 원활하지 않아 저 앞에 앉은 동지 관객의 안부를 걱정합니다. 이제는 얼굴이 익숙한 동지 관객을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 곁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을 많이 압니다.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나듯 영화를 끝내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버티는 사람이 이기더라는 믿을만한 선배의 이야기는 오늘도 걱정 많은 후배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내가 아트시네마에서 ‘비로소’ 만났던 버스터 키튼의 영화 <셜록 주니어>를 선물하곤 합니다. 나와 같이, 그이를 만나고 힘내시기를.

안달하며 한마디 남깁니다. 아트시네마여, 너는 그저 영원하라!

(강소영, 30세)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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