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작은 영화의 조용한 반란’ 기획전 마지막 날 마지막 상영작인 <풍산개> 상영 후 이 영화를 연출한 전재홍 감독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 현장을 여기에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김기덕 감독 각본이다. 원안에 대한 수정정도는 어땠나?
전재홍(영화감독): 데뷔작 ‘아름답다’이후 작가주의 류의 시나리오만 들어왔다.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기덕 감독님의 색을 유지하면서 내가 원하는 영화를 하려고 했다. 나는 모든 관객층이 재미있게 보는 것을 추구한다. 영화의 깊이 뿐 아니라 코믹 액션 멜로 등 모든 요소들이 들어가야 하고 그러기에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김성욱: 전체적으로 비극적이지만 중간마다 우스운 촌극의 느낌이 있다. 원안도 그런 톤이었나?
전재홍: 오리지널은 몽환적이었다. 풍산은 불사의 신 같은 존재였지만 인옥을 만난 후 감정이 생기고 인간화가 된다는 걸 조금 추가했다.

김성욱: 풍산은 원래 대사가 없었나?
전재홍: 전혀 없었다. 필요가 없다고 봤다. 서울말이나 북한말을 하면 흐름을 깰 수 있기 때문에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김성욱:
영화에서 잘 설명되지 않은 불상의 의미는?
전재홍: 북한에서는 종교를 가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액자 뒤에 숨겨놓기도 하고, 그러나 종교 주제의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인옥은 가족이 모두 숙청당했기 때문에 종교의 힘으로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불상이라는 소재를 만들었다.

김성욱: 북한 공작원이나 전향자들은 소재로 버거울 것 같았는데 어땠나?
전재홍: 전쟁 영화의 주인공은 다 군인이다. 군인의 슬픔이고 군인의 전쟁이고, 내가 본 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싸우는 것이었다. 나는 탱크나 폭탄을 본 적이 없다. 영화에서의 전쟁은 너무 멋있게 그려지고 영웅들의 놀이터 같았다.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할 때 실제로 북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우리랑 똑같이 생겼고 음악도 매우 잘했다. 그러나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게 분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겪으신 분들에겐 가볍게 보일 수도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내가 보는 시점으로 영화를 푸는 게 가장 영화답다고 생각한 거 같다.

김성욱:
평양까지 왕복거리가 세 시간?
전재홍: KTX로 부산까지 세 시간이다. 거기에 모티브를 둔 것이다. 평양을 세 시간 만에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 속의 북한은 몇 백년 거리의 대장정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세 시간을 둔거다.

김성욱: 김기덕 감독 각본이기에 철책선을 점프해서 넘어간다는 아이디어였구나 했는데 감독으로는 어떻게 생각했나?
전재홍: 오리지널에는 뱀이나 학으로도 변한다. 감독으로써 철조망을 뛰어 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진짜 새처럼 날고 싶은 마음이니까. 촬영에 고생이 많았다. 윤계상씨가 직접 와이어를 했고, 영하 18도 였던 것 같았다. 영화에선 고생한 게 별로 안 나온 것 같았다.

김성욱: 분단의 상징으로 여성을 다룬다. 희생적이며 비극적으로 남에도 북에도 속할 수 없는 이미지로 인옥이란 여성이 그려지는데, 분단이란 설정과 두 남녀의 사랑이라는 멜로가 섞일 때 톤 유지는 어렵지 않았나?
전재홍: 김기덕 필름이 여성을 비하시키고 여성들이 싫어하고 안 보는 영화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영화를 찍을 때 여자들이 재밌어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인옥이 죽지만 살해당한다기 보다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풍산을 놓아주는 의미가 있다.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풍산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김성욱: 어떤 장면들은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 또한 코믹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느낌도 많았다. 웃음과 비극이 이질적으로 붙어있는 것 같은데.
전재홍: 모든 관객이 재밌게 봐야했으므로 밸런스가 중요했다. 저예산 영화 특유의 어두움은 피하고자 했다. 예산이 적을수록 최고의 배우와 최고의 스탭이 필요하다. 예산이 적으면 학생 분들이나 아마추어 분들과 찍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다. 히말라야 무산소 등반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관객1: 남북 요원들을 좁은 방 안으로 집어넣는 장면은 이미 영화자체로 이야기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 같아 지루했다. 메시지를 억지로 주입하는 건 아닌가.
전재홍: 현재 남북 상황을 간단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없으면 그냥 아름답게 죽는 로멘틱 영화다.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분들에게 왜 방공호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믿는다. (웃음)

김성욱:
고위급 간부로 추정되는 공작원의 경우 경험치가 없으므로 순전히 상상적일 것 같다. 인공호흡, 키스, 입맞춤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캐묻는 장면도 있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해가면서 배우들과 함께 고민했는가?
전재홍: 캐스팅부터 힘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많았지만 난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단어에 집착한 것 또한 아니다. 갇혀있으면 예민해진다. 남자들의 질투심에 모티브를 둔 것이다. 간첩캐릭터는 만약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일을 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좀 인간적인 북한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김성욱: 크레딧을 보면 노래를 직접 불렀다. 따로 만든 것인가?
전재홍: 원래 성악을 공부했었다. 다른 음악이 사정상 못쓰게 됐는데 음악감독님 상의 하에 넣은 것이다. 풍산은 내가 투영된 것 같았다. 어릴 때 외국에서 살았고 전쟁에 대해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기 때문에 이런 나 자신을 노래로 넣고 싶은 면도 있었다.

김성욱: 이억이란 예산에서 음악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다. 처음부터 음악을 이 정도까지 넣을 생각을 했는가?
전재홍: 음악은 영화에 중요하다. 음악을 했던 사람으로서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기존의 저예산 영화는 음악의 수준이 매우 낮다. 난 빠른 스피드와 빠른 음악이 좋다. 북소리나 꽹가리 가야금 등 전형적인 아리랑 같은 건 싫다. 현재 관객들과 공감대가 중요하다. 음악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했고 뮤직 에디터는 반지의 제왕과 이클립스를 하신 분이기에 너무 만족한다. 내 영화의 톤을 잡아 주었다고 생각한다.

관객2: 김기덕 감독님과 다른 색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존경하신다는 김감독님과의 다른 면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중 지향점은 어디인지.
전재홍: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와 같다고 보면 좋겠다. 루이뷔통이라는 고전의 브랜드를 가져가면서 자기 디자인을 만든다. 또 뉴욕에는 자기만의 마크 제이콥스라는 브랜드가 있다. 김대표님과 있을 때는 김대표님의 색깔에 내 디자인을 넣고 따로 나왔을 땐 내 디자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작가주의출신이다. 단편영화가 베니스에 가게 되면서 ‘아름답다’를 찍게 됐고, 근데 지금 나이에 작가주의는 좀 어렵다고 본다. 인생의 깊이가...깐느에서 이창동 감독님, 김기덕 감독님이 앉아 계셨는데 엄청난 벽을 느꼈다. 어려운 옷을 입고 싶진 않다. 지금은 내가 추구하는 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헐리웃 영화를 지향하진 않고 그냥 모든 나이층이 즐겨볼 수 있는 영화를 추구한다. 내 몸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영화, 내 나이에 맞는 영화를 찍고 싶다.


관객3: 결말에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한건지 원래 각본인지 감독의 여러 버전 중 선택이었는지 궁금하다.
전재홍: 오리지널에서 풍산은 전쟁의 신이 된다. 나와 맞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금 엔딩이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좋아한다.

관객4: 김기덕 감독님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자에 대해 관심이 가는데 여기서도 성매매 여성분들이 인상적이고 날카롭게 그려졌다고 생각된다.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김기덕 감독님의 스케치와 전재홍 감독님의 생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전재홍: 나는 노출씬을 매우 싫어하는 감독 중 하나다. 많은 감독들이 신인여배우들에게 노출을 강요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감독일수록 배우를 아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신인여배우에게 나를 믿고 찍어라. 풍산개가 네 프로필에 들어갔을 때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성매매란 단어가 크게 느껴질 뿐 문제는 그 역을 얼마나 감독이 배려해주는 가 인 것 같다.

김성욱: 풍산개가 개봉할 때 김기덕 필름이 붕괴할 즈음이라는 얘기가 돌은 걸로 기억하는데 김기덕 필름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는지 예산 조달은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나?
전재홍: 영화사가 건물도 없었고 사무실도 없었다. 모든 것이 중지된 상태였다. 그랬다가 작년 9월에 전화가 온 것이다. 우선 이 영화로 김기덕 필름을 살려야하겠다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풍산개를 김기덕감독님이 만들었다고 알고들 있는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떼돈을 번 건 아니지만 김기덕 필름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재정은 만들어서 기분 좋다. 다음 영화는 다른 곳에서 할 예정이지만 김 감독님을 떠나는 건 아니다. 김기덕 필름은 좋은 신인 감독들을 찾고 있다.

김성욱: 끝으로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 등에 대해 듣고 싶다.
전재홍: 2008년 ‘아름답다’로 데뷔했을 때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근데 현실은 냉혹했고 1억 8천으로 찍은 영화는 2개관으로 개봉해서 망하고 말았다. 작가주의 영화라는 시장은 너무 냉혹했다. 양익준 감독님의 똥파리 워낭소리, 우리가 만든 영화는 영화다로 저예산 영화의 시선이 바뀐 것 같다. 그래도 저예산 영화에 대해 싼 영화라고 우습게 보는 것에 대해 본 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2억이란 예산 공개를 안 하려 한 것이다. 지금 영화감독은 일회용 종이컵 같다. 안 되면 버려지고, 한 편만 찍고 사라지는 게 너무 많다. 나도 그런 케이스였다. ‘아름답다’ 이후로 아무 제의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감독을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느냐로 결정되는 것 같다. 관객 분들도 저예산영화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셔서 많은 애정을 갖고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 김준완(관객 에디터) | 사진 조유성(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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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윤성호 감독의 <도약선생> 상영 후 대화가 있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 ‘방어적으로 굴지 않고 재밌게 해주겠다’는 감독의 트윗 때문인지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극장에서 모였다. 윤성호 감독뿐 아니라 전영록 코치 역의 박혁권, 재영 역의 박희본, 원식 역의 나수윤 배우와 함께한 자리였다. 영화 상영 내내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는 시네토크 현장으로도 이어졌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이 영화는 주문제작 영화인데, 윤성호 감독은 주문제작 영화에 굉장히 능수능란하다. 자기 식대로 바꾸고 해석하는 데 재능이 있다. 장대높이뛰기를 원래부터 좋아했었다고 들었다. 제안을 받고나서 장대높이뛰기 선수 이야기를 그리겠다고 처음부터 생각을 한 건지 궁금하다.
윤성호(영화감독): 아리랑 TV에서 “영화, 한국을 만나다”라는 프로젝트로 한국의 한 고장을 중심으로 하는 TV영화 제안이 왔다. 원래 배경은 순천이었다. 순천 송광사에 법정스님을 좋아하는 흑인 랩퍼가 찾아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원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달받아서 대구로 바꾸게 됐다. 처음엔 안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육상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일도 없을 것 같고, 극장에서 흥행해야 할 영화도 아니어서 남에게 피해를 줄 것 같지도 않고, 마음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승낙했다. 더운 여름에 오래 뛰는 영화는 찍고 싶지 않아서 도움닫기가 최대한 짧은 장대높이뛰기를 선택했다. 원래 여자 장대높이뛰기를 좋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예산이 절반 아래로 작아지는 문제가 생겨서 시트콤을 스크린에 옮기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견적에 맞춰서 포부를 축소시킨 거다. 원래 기획한 장대높이뛰기 영화에서 장대높이뛰기에 대해 떠드는 영화로 바꾸기로 했다.

김성욱: 하이쿠 참조하는 게 나오고 전체적으로 노래, 내레이션 같은 것들이 사용되었다. 지금 사람들이 보면 웃을 수도 있고 옛날 사람들이 보면 노스탤지어 같은 느낌도 든다. 하이쿠나 랩처럼 언어를 자꾸 바꾸어 나가는 것들은 음악하시는 분이랑 같이 작업을 한 것인가.
윤성호: 음악을 맡아주신 분은 ‘9와 숫자들’의 송재경씨다. 온라인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부터 같이 작업했다. 그땐 작업이라기보다 음악 삽입을 허락받는 정도였다. 나중에 사석에서 굉장히 잘 통하는 걸 알았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적은 예산으로 하게 되면서 아예 로우-파이로 작업했다. 고맙게도 송재경씨가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저열한 사운드를 잘 만들어주셨다. 사실 이 자리에서 고백하자면, 주문제작식으로 욕심을 낮춰서 급하게 만들었고, 대본도 급하게, 매일 아침 예능 하듯이 만들었고, 편집실도 거의 잘 나가지 않았다. 애정 없이 작업한 셈이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괜찮았다. 산발적으로 찍어서 없던 내러티브를 편집기사님이 만들어주셨다. 그때 욕심이 생겨서 음악을 녹음을 하기로 했다. 송재경씨랑 같이 떠들면서 녹음실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다. ‘개드립’으로 했는데 말리는 사람도 없어서 잘 할 수 있었다.


김성욱: 영화 초반에 계속 반복되는 말들이 있다. “뭘 해야 하지? 뭘 할 수 있을까? 뭘 하면 되는데? 뭐라도 할까?” 이게 주문제작을 받은 영화감독의 심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성호: 정확하다. 몇몇 스탭들은 느낄 수 있었을 거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제외하면 다 주문제작식이었다. 주문제작을 받으면 거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살짝 넣는 정도로 만들어왔다. 온전히 내 마음을 갖고 창작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동기부여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내 성향 때문이다. 거기다 처음으로 함께 해오던 사람들이 아닌 분들로부터 주문제작을 받은 거라 자존감이 상하는 것도 있었다. 남들이 대충 넘어가려는 프로젝트에 발을 디뎠다는 느낌을 받은 거다. 거기에 대한 자조 섞인 말들을 넣었다. 추리닝이랑 장대 빌렸다가 반납한 것 말고는 도움을 받은 것도 없었다.

김성욱: 제작비의 지원이 없었단건가.
윤성호: 모르겠다. 받은 건 없고 중간 분들이 가져간 것 같다.

김성욱: 제목이 <도약선생>이면 다들 영화 후반부에 정말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선수의 활약을 기대할 것 같은데, 대부분 프리즈 프레임으로 끝나버린다.
윤성호: 원래 예산이 1억이 좀 넘었다. 그 때 가볍게 썼던 트리트먼트에는 원식이가 날아가는 데 성공하는 거였다. 그런데 예산이 축소되니까 와이어 쓰기가 싫었다. 영화적인 트릭으로 관객에게 넘었다는 착각을 줄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하기 싫었다. 첫 번째 이유는 저기 안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실패를 했으면, 그냥 고꾸라져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 다른 하나는 내가 스트레스 때문에 무릎이 아팠다. 오후 3~4시에 촬영이 끝났는데 무릎이 너무 아파서 그만뒀다.

김성욱: 스포츠 영화에는 외인구단처럼 사람을 끌어 모으는 식의 캐릭터가 종종 있다. <도약선생>에서 전영록 코치의 캐릭터를 설정할 때 윤성호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나.
박혁권(배우): 군대에서 다쳐서 머리가 돌아버린 그 설정은 촬영 중 후반부에 생겼다. 그 이후로 마음 편하게 했다. 윤성호 감독과는 10년 정도 같이 작업했기 때문에 이게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그런 우려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디렉션이 왔을 때 어떻게 더 놀아볼까 그런 고민을 했다.

김성욱: 일반 상업영화라면 장대높이뛰기 선수 역할을 하기 위해 촬영 전에 운동을 하는 준비를 했을 텐데. 다른 배우 두 분은 영화에 참여하면서 감독과 어떤 논의를 했는지 궁금하다.
나수윤(배우): 트레이닝을 받았어야 했는데 영화를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원래 운동을 못해서 저렇게 나온 거다. 그래도 시켜주는 건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박희본(배우): 어렸을 때 전교1등할 정도로 운동을 잘 했다. 그래서 오히려 재영이라는 역할에 잘 맞았던 것 같았고, 감독님께서 그 부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촬영할 때는 감독님이 주시는 디렉션에 맞게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정도의 고민을 했다. 걱정은 전혀 안했다.


관객1: 도약하는 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는다. <도움닫기 선생>이 더 잘 아울리지 않을까 싶다. 제목이 왜 <도약선생>이 됐고, 만약 제목을 바꾸고 싶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 그리고 조연들이 참 재밌었다. 대구에서 직접 구한 조연들이라고 했는데, 조연 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다.
윤성호: 원래 제목은 <육상소녀>였다. 그런데 일본의 귀여운 저예산영화인 척하는 것 같아서 제목을 바꿀 생각은 있었다. 사실 주인공인 두 소녀보다 전영록 코치가 더 강해진 거다. 편집기사님이 캐릭터가 일관성 있게 해 주신 것이다. 이 영화의 중심은 미친 코치다, 이 생각이 들었다. 뭐 할까 고민하다가 도약을 가르치는 선생이니까 <도약선생>으로 써봤다.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진짜 그런 단어가 있었다. 그리고 도약과 도착, ‘도착선생’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던 것 같다. 배우들은 이 세 분 말고는 다 현지에서 섭외한 분들이다. 30대 이상은 그쪽 지방에서 연극 하시던 분들이고 어색하듯 연기했던 친구들은 계명대 학생들이다. 즉흥적으로 촬영을 도와준 대구분들께 고마웠고, 육상대회에서 상영이 취소되니까 미안했다.

관객2: 남성 감독님께서 여성을 섬세하게 잘 그리신 것 같다. 동성애 코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다. 배우분들은 연기하면서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윤성호: 여성들의 심리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남자가 아무리 섬세하게 그려도 불평등하게 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할 뿐이고, 특유의 결을 그리기는 힘들다. 그래도 내가 보고 싶은 건 넣는다. 주변에 커밍아웃한 성적 소수자가 많다. 이걸 자기들을 소비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그 분들이 보고 좋아하시더라. 잘못 건드리지는 않은 것 같다. 여성끼리 연애하는 걸로 바꾼 건, 원식이 캐릭터를 남자가 했으면 보기 안 좋았을 거다. 남자의 경우 집착하고, 뭐라도 해보려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 찌질하거나 전형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트릭이다.
나수윤: 감독님 만나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찍으면 재밌을 것 같았고, 이성애자지만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극중에서 룸메이트이면서 친한 친구고, 그 이상일까 말까 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별 거부감은 없었다. 그리고 상대 배우가 귀엽고 그래서 찍을 때도 수월했다.
박희본: 극중에서 재영이가 원식언니를 좋아하는 건 성적이라기보다 동경의 대상으로 좋아하는 것, 그 정도 감정선이라고 생각한다. ‘어떡하지, 언니랑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런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재밌게 찍었다.



관객3: 극 초반에 기모노를 입고 나오는 사람이 있다. 왜 기모노를 입은 건지 궁금하다.
윤성호: 극 초반은 꿈이다. 시나리오가 없어서 찍는 순서도, 어디에 뭐가 붙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했다. 그러다보니까 연결이 너무 안 될까봐 걱정이 됐다. 일관성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연출부 막내가 꿈을 넣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꿈이니까 용서가 되고, 나중에 이야기 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꿈을 급하게 넣었다. 문제는 꿈이라는 티가 나야하는데, 아련한 비주얼은 넣기 싫었고 부조리하게 의미 없는 아이콘을 등장시켰다. 양장을 입히면 현실 같으니까 뜬금없는 옷을 입혔다.

김성욱: 지금 준비하는 영화가 있나.
윤성호: 촬영은 끝나고 편집 중이다. 영화는 아니고 MBC 에브리원에서 방영할 시트콤이다. 저번엔 5분정도 10회를 했는데, 이번엔 30분씩 10회 분량이다. 그리고 지금 영화사와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남자 캐릭터 문제로 계속 고민 중이다.

정리 송은경(관객 에디터) | 사진 이호규(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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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저녁 <에일리언 비키니> 상영 후 이 영화를 연출한 오영두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 현장을 여기에 담았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영화를 보신 분들이 웃어야 할지, 정색하고 진지하게 봐야 할지 고민하셨을 수도 있겠다. 전체적인 관객 반응은 어땠나.
오영두(영화감독):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영화가 처음에는 약간 코미디로 진행되다가 뒤에는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서, 영화의 톤과 장르 자체가 바뀌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는 전반부가 코미디다 보니까, 뒤에도 코미디려니 생각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어서, 웃는 포인트나 반응들, 질문들이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는 대체적으로 영건의 캐릭터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여배우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김성욱: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가 쓰인다. 처음부터 이 음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건가.
오영두: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촬영하고 나서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한 친구가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 음악을 테마로 해서 만들게 되었다.

김성욱: 전체적으로 보면 큐브릭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바치는 게 큰 것 같다. 음악의 활용이나 이미지 뿐 아니라 근본적 주제인 시간에 대한 테마들이 있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모노리스라는 게 있어서 그 자체가 사람을 유인원에서부터 우주적 지식으로 까지 형성시킨다든가, 시간을 왔다갔다하게 한다. <에일리언 비키니>의 라스트를 장식하는 것도 어쨌든 시간의 테마인데, 시간이 그렇게 설정되어지는 모노리스같은 존재는 없었던 것 같다.
오영두: 모든 사물의 시간이 다 다르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를 찍을 때 처음에 시간의 테마를 찍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찍는 과정에서 생각한 것이다. 이 영화의 외계인에 대한 개념, 외계인과 지구인의 시간의 개념에 대한 차이, 각각의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시간에 대한 아이디어는 영화의 마지막에 삽입된 설화에서 나온 것이다. 시간의 개념에 있어서 동양에 이렇게 훌륭한 SF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김성욱:
고야의 후기작의 이미지가 이채로웠다. 전체적인 이 영화의 톤, 지옥 같은 느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먹는 그 이미지는 에일리언 비키니라는 여자가 남자를 고문하고 죽이려는 순간에 삽입되어서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고 묘한 느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오영두: 편집을 할 때부터 그런 점들을 생각했었다. 그 그림에서 아들을 먹는 것이 시간의 신이기도 해서 두 가지를 같이 가지고 있어, 영화와 잘 연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했다.

김성욱: 탑쌓기 장면이 긴 편이다. 보이는 건 몇 개 아닌데도, 보는 동안 텐션이 상당히 강했다. 관객과의 가장 직접적인 감각적 소통은 칠판을 긁을 때일 것 같은데, 재밌었던 건 그 다음에 그 소리를 좀 줄여서 정말로 귀가 좀 먹먹한 상태에서 이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류의 영화들에서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아이디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영두: 고문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냈었는데, 극장의 사운드까지 생각을 한다면 이게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넣게 되었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

김성욱:
실제로 해설자가 등장하거나 자막으로 친절한 안내문이 나오기도 하고, 영화 안에서 교과서적인 해설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영건이라는 인물 자체도 이야기를 할 때 굉장히 해설적이다. 그런 식의 대사구성, 캐릭터 구축은 감독님의 성격에서 비롯된 건가.
오영두: 저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영건이 굉장히 외로운 캐릭터이다 보니, 외로운 친구가 소위 입이 트이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아주 작은 거라도 다 얘기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 안의 지식들은 거의 다 진짜이고, 네이버에서 확인할 수 있다.(웃음) 외로움의 문제인 것 같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없이 어느 정도의 플롯만 정해놓고, 배우들, 스탭들과 회의를 하면서 얼기설기 만들어나갔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김성욱:
전체 촬영은 며칠이 걸렸나.
오영두: 22회 정도 촬영했다. 생각보다 많은 편인데, 모든 걸 다 준비해놓고 촬영하는 게 아니라, 촬영하다가 회의하다가 했고, 대부분 저희 집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맘 편하고 지루하지 않게 했다.

관객1: 영화 재밌게 잘 봤다. 남자 주인공이 섹스를 안 하려고 하다가, 모니카가 입으로 해주려고 했을 때 남자가 아프다고 하면서 피를 흘리는 장면과 나중에는 남자가 섹스를 열심히 하는 부분에 대해 궁금하다.
오영두: 하모니카씨가 원래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인터넷에서 보고 배운 기술이었을 테고, 그래서 무조건 빠르고 세면 좋은 게 아닐까 생각을 하고 엄청난 스피도르 하게 되고, 그게 부작용이 된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의 그 씬을 찍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인간이란 누구나 폭력성이 있는데 숨기거나 감추고, 제어하면서 살게 되는데, 영건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자기가 아버지를 죽인 이후에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상태에서 다시 폭력적인 상황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본성이 완전히 풀려버렸다고 생각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하모니카씨가 폭력적인 행위를 통해서 이 남자가 가지고 있던 자물쇠를 풀었다고 생각했다. 우리라 가지고 있는 폭력적인 부분들이 한번 풀어지게 되면, 더 강하게 풀어지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런 상황에서 영건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섹스라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관객2:
제가 재밌게 봤던 부분은 싸울 때의 만화 같은 느낌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느낌도 난다. 그리고 인물의 수염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오영두: 특별하게 어떤 영화를 패러디하지는 않았고, 액션의 컨셉을 생각할 때 태권도를 생각했었다. 어쨌든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그런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친구만의 캐릭터가 있는 액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패러디를 하겠다고 염두한 장면은 없었던 거 같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영화를 좋아해서 찍는 거니까 영화를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장면이 있을 수는 있다. 망토나 두건처럼 히어로에게 어떤 도구가 필요한데, 영건에게 특히 수염을 붙인 건, 이 친구가 요 근래에 몇 편의 영화들에 조연으로 나오면서 한국 사람으로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생각하면서 산쵸라든지, 척 노리스 같은 70년대 옛날 액션 스타들의 수염을 떠올리게 되었다. 옛날 액션영화들처럼 쓰고 싶었는데, 그런 게 오마주였을 수 있겠다.

김성욱: 앞으로의 작업이 궁금하다. 이후의 작업도 이런 장르적인 작업의 연장선에 있나.
오영두: <영건 인 더 타임>이라는 영화를 9월에 촬영이 끝나서 곧 완성하게 된다. 올 초에 <에일리언 비키니>가 유바리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거기서 나온 지원금으로 찍은 영화다. 이 영화도 장르영화이고, <에일리언 비키니>의 영건이 타임머신을 찾는 탐정으로 나온다. 장르영화로서 재밌게 만들려고 했고, 너무 잔인한 장면들도 안 쓰고, 조금 더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타임머신 탐정영화를 하나 만들었다. 저예산으로 장르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갖는 한계가 있다. 상상한 것을 다 보여줄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하기도 해서, 앞으로 좀 더 큰 사이즈의 장르영화를 찍으려고도 계획하고 있다.

정리 장지혜(관객 에디터) | 사진 이호규(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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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임우성 감독의 <흉터> 상영 후, 임우성 감독과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그 현장을 여기에 담는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채식주의자>가 먼저 소개되기는 했지만 제작은 <흉터>가 먼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
임우성(<흉터> 영화감독): 원래 <흉터>를 먼저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투자 받는데 오래 걸려서 중간에 잠깐 포기했다. 그 사이에 대학원을 갔고 대학원에서 시나리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시나리오를 지원하게 됐다. 같은 해에 <채식주의자>도 영진위에서 지원을 받게 됐는데 <채식주의자>는 먼저 개봉을 했다.

김성욱: <채식주의자>, <흉터> 두 작품 모두 ‘한강’이라는 소설가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인지.
임우성: 원래 친분은 없었다. 2005년도에 중편 세 개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가 발표됐다. 이전에는 ‘이상 문학상’ 대상을 탄 「몽고반점」이라는 작품을 보고 굉장히 매료가 돼서, 다음날 작가 분에게 연락들 드렸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 말씀드렸다. 작품의 세계관이 내가 생각하는 세계관과 비슷했다. 그게 인연이 돼서 두 편을 같은 원작자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게 됐다.

김성욱: 한강이라는 작가의 세계관과 본인의 세계관이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그런가.
임우성: 한강 작가는 어두운 소설을 많이 쓰고 세상에 대해 조금 비관적이다. 나도 좀 그런 편인데, 세상을 볼 때 조금 냉소적인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런 것들을 깊게 파고들지 않는데 한강 작가는 끝까지 파고든다. 하지만 비관적이라고 해서 절망적인 것 같지는 않다. 끝까지 파고든다는 것 자체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김성욱:
원작의 제목처럼 영화에서도 아기부처의 형상이 모습이 많이 보인다. 영화 제목이 <흉터>인데, 원작인 「아기부처」 보다는 지금의 제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임우성: 처음에 <아기부처>로 시나리오를 시작했는데 조금 소설 제목 같았다. 나는 한 단어로 이루어진 직접적인 제목을 좋아한다. 여자 주인공의 내면에 흉터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내면적인 흉터와 남자 주인공의 외적인 흉터가 중첩되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

김성욱: 감독에 대한 정보를 모르면, 여성감독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섬세하고 여성적인 성격이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남성감독으로서 아무래도 여성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영화를 만드는 데에 나름대로 어려운 지점이 있었을 텐데.
임우성: 소설은 대부분 1인칭 주인공 시점이거나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 때에도 실제 연기를 한 배우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주변에 결혼하신 분이나 주부, 동료, 친구,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예전에는 나도 모르던 부분이었지만, 나는 한국에서의 여성의 삶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김성욱: 여성은 굉장히 복잡 미묘한 것으로 보이는데 남자는 비교적 단순하다. 남자의 결벽증을 나타내는 것도 직접적이다.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긴 하지만 남성에 대한 캐릭터를 더 보강하거나 주력한 부분이 있는지.
임우성: 캐릭터의 섬세함을 5:5로 간다거나 남자를 더 보강을 했다면 캐릭터의 균형이 깨졌을 것 같다. 이 영화는 내가 철저하게 여주인공만을 따라가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남녀관계가 모자관계처럼 느껴졌다. 투정부리는 아들과 포용하는 엄마 같은 느낌, 사실 주위를 둘려보면 그런 관계도 많은 것 같다. 결국은 여자의 포용력과 모성애 없이는 삶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김성욱: 이 영화상에서 가장 모호하면서도 특별한 이미지는 불상의 이미지다. 동굴이나 자연의 형상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그런 이미지다. 느낌은 있지만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좀 어려운 느낌인데.
임우성: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점점 영화가 구체화 되면서 그 이미지를 마음으로 느꼈다. 내 느낌을 말로 직접 설명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아마 관객 분들에게도 언젠가 언뜻이나마 느낌이 오실 것이다.

관객1:
마지막 장면 소파에서 여자주인공이 자신의 어린 자아와 꼭 껴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여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흉터와 상처가 치유가 되고 있다는 의미인가.
임우성: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어렸을 때 울고 웃는 감정들을 막아버리면 성인이 돼서 우울증을 겪는다는 걸 책에서 보았다. 그게 선희 캐릭터를 대변한다고 보았다. 엄마 대사 중에도 그런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시절과의 화해라기보다는 서로 보듬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명쾌하게 왜 그 장면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김성욱: 영화에서는 흉터가 많은 남편을 안는 것과 말씀하신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에, 두 번의 포옹이 의도적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남편을 안는 것과 어린 시절의 자신을 껴안는 느낌을 동등한 지점에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 같다.
임우성: 이 여자는 사실 보통의 인간들 보다는 좀 나은 인간 같다. 자신을 억누르는데, 문제는 자기를 너무 눌러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삐져나오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정말 착하고 내조를 잘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왜 행복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가진 포용과 끌어안음은 이 안에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불교적인 것도 나오는 것 같다. 영화에는 포용, 인내, 용서 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관객2: 주로 남편과 아내가 화장실에서 대화를 하는 씬이 많은데 어떤 의미인가.
임우성: 남편의 결벽증을 표현하기 위해서 양치하는 모습을 많이 사용했고, 화장실 그 자체도 굉장히 차가운 공간인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양치질에 집착하는 남편 옆으로 움직이는 여자도 의미가 있다.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해도 되는데 굳이 여자가 화장실에 가서 대화를 시도한다는 게 재미있다. 처음에는 여자가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나중에는 능동적으로 시비를 걸기도 한다.

관객3: 여자주인공이 아기불상을 만지면 얼굴모양이 바뀐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남편이 자신에게 소원하다며 여자를 탓하는데, 그렇다면 불상을 남편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인가.
임우성: 사실 나는 아기부처가 그 여자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괴롭히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 느꼈다. 영화에서 거울이나 반사를 많이 넣은 것도 상징적인 의도로 사용한 것이다.


관객4: 엄마 역의 연기가 연극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여주인공의 엄마 같다는 생각이 안 들고 다른 존재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임우성: 조금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했다. 영화가 실내에서 많이 진행되는데 예산의 문제도 있었고 2인극 같은 실내극을 만들고 싶기도 했다. 엄마의 대사는 대부분 문학적 대사인데, 일상어로 바꿨을 때 원작의 느낌이 깨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대사가 실내극의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김성욱: 지금의 저예산 방법 말고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촬영하신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보았다.
임우성: 올 초에 상업영화 제의가 있었고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조금 아쉬운 것은 독립영화는 왜 항상 가난해야 하냐는 점이다. 돈이 운동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냥 영화를 찍는 것이다. 지금은 여건이 안돼서 작은 돈으로 영화를 찍은 것이다. 좋은 여건을 만나면 그에 맞는 영화를 찍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자본이 적은 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자본이 들어오는 영화를 하면 사공이 많을 것이니 감수를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경계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는 장르와 규모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만약 그게 규모가 큰 영화라면 당연히 자본을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정리 김고운(관객 에디터) | 사진 이호규(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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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세’ 미성년 편의 연출자 양익준 감독 GV 현장스케치

한파가 이어진 지난 16일 저녁, 추운 날씨에도 관객들이 극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상영한 <애정만세>를 보기 위해 말이다. <애정만세>는 ‘2011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 프로젝트’로 부지영 감독과 양익준 감독의 작품이 함께 묶여 있는 영화이다. 상영 후에는 이 영화의 두 번째 에피소드 <미성년>을 연출한 양익준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양익준 감독은 매 질문마다 때론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때론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고르듯이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이 영화는 본인이 처음부터 생각했다기보다 제안을 받아 진행된 방식이었다. 주제는 정확하게 사랑, 애정이었는지.
양익준(영화감독, 배우): 그렇다. 허나 사랑이라는 주제가 너무 포괄적이었다. 또 지금도 그렇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았고, 그래서 작은 프로젝트이긴 해도 반년동안 패닉상태에 빠져있었다. 조감독이 작업하던 중간에 계속 하다가는 당신이 죽을 것 같으니까 중간에 포기하라고 여러 차례 말했었다. 반년 전에 한 약속이다 보니 몸 상태는 좀 힘에 부쳤지만 진행됐던 프로젝트다.

김성욱:
나이 차이에서 비롯되어지는 긴장감이 영화전체를 흐르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불현 듯 떠오른 건지 경험적인건지 궁금하다.
양익준: 경험적인 것은 거의 없다. 저렇게 대범했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 연결은 안 될 수 있겠지만 제가 모자란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쓰다보니까 스스로 제목이 제 몸 상태의 비유와 가장 어울린다고 감정이입했던 것 같다.

김성욱:
둘의 관계에서 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민정 역을 맡은 배우에게 저런 설정에서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원조교제 등의 문제를 잠식시킬 만큼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
양익준: 원래는 오디션을 거의 거치지 않고 작업하는 방식인데, 미성년 만들 때는 2년가량 영화를 멀리하고 있다 보니까 기억하고 있던 배우들 데이터가 싹 사라진 터였다. 그래서 3일정도 오디션을 보았다. 그 친구는 사진에서부터 여운이 컸다. 발차기하는 사진을 보내서 ‘재밌는 친구다’ 생각했고, 얼굴도 눈매도 묘한 느낌이 있었다. 또 막상 만나보니까 순수한 느낌이 있더라. 연기를 잘한다는 부분보다 순수함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김성욱: 롯데월드 장면이 굉장히 생뚱맞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이 없으면 녹음실에서만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놀이공원은 그래서 일부러 넣은 건지.
양익준: 그런 건 아닌데... (웃음) 미숙해서 그런 것 같다. 이 영화 자체가. 예산이 워낙 작아서 넓게 펼쳐가며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단 <똥파리> 이후에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환경 자체에서 스태프들에 대한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예산을 밝혀도 될지 모르겠는데, 1천만원을 인건비로 하고 4백8십만원으로 영화를 찍었다. 1천만원도 열약한 거다. 왜 하소연만 하고 있지.(웃음)

김성욱: 둘이 어떠한 방식으로 만났을까 떠올릴 수 있는 정황증거가 잘 안 드러나 있다. 그 부분을 보탤까, 없이 갈까 이런 선택을 생각했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설명 없이 넘어갔는데.
양익준: 둘이 만나는 계기를 스스로에게는 간단히 설득을 해놓은 게 있다. 민정이는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고, 그로 인해 복잡한 것도 있지만 대처를 잘하는 애다. 하지만 엄마와의 트러블이 있고, 집안이 워낙 답답하니까. 가끔 자기를 버려버리고 싶을 때 있지 않나. 그때 친구들하고 술집에 갔고, 주인공 남자는 마침 그 안에서 여자 친구와의 갈등으로 답답해하다가 술집 계단에서 민정이와 마주친 거다. 여고생이지만 사복 입었으니 잘 모르지 않나. 세상에 그런 이상한 우연도 있겠지만 “같이 술 한 잔 할래요?”(웃음) 제가 배우들한테 A4 한 장으로 전사들을 써줬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김성욱:
전체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상태에서 여자의 부분은 설득을 갖는 부분이 있는데 남자의 경우는 사귀던 여자와의 헤어짐이라는 것 외에는 약간 약했던 것 같다.
양익준: 맞다.(웃음) 여자주인공도, 남자주인공도 디테일이나 직업만 바뀌었지 다른 이야기 안에서 뜯어온 캐릭터다. 다른 파트에서 뜯어온 캐릭터들이 서로 약간 섞이지 못한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시간 안에 맞춰줘야 하는 시점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그런 캐릭터 설정이나 스토리 안에서 정당성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미진했던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도 시나리오에서 많이 느꼈다. 완성된 영화에 대한 부분은 제가 따뜻하게 끌어안고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입장에서 ‘정말 온전한 상태에서 온전한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단순한 순간의 욕망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등등의 고민을 굉장히 많이 제공해준 영화다. 아이러니하지만 제 상태하고 흡사한 영화라고 해야 할 거 같다. 흔들리고 빈공간이 있는 상태. 제가 단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 자꾸 반성모드로 가게 되네... (웃음)

김성욱: 상황설정이나 대사는 즉흥적으로 하는 편인지 사전적으로 설정해두는 편인지.
양익준: 기본적으로는 시나리오에 나름의 대사가 다 있지만 현장에서는 배우들이 스스로 대사를 많이 변형해서 하기도 하고, 혹은 정서와 상황만 맞으면 대사를 안 해도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닌 거 같다. 캐릭터를 종이 딱지라고 생각한다. 전체 종이 딱지 판은 시나리오이고. 그런데 배우가 캐스팅되는 순간 영희, 철수, 순이라고 이름 붙여진 딱지들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그 딱지의 빈 공간 안에 배우들 그자체가 들어와 주길 바라게 된다. 영희, 철수, 순이를 연기해주는 배우를 원치 않는다고 해야 하나. 철수를 연기하려는 배우의 의식을 삭제시켜주는 게 저에게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관객1:
영화보다는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연상호 감독님 작품에서 계속 오정세 씨와 목소리 출연을 하시는데 연기자 양익준 입장에서 스스로 출연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건지, 감독이 요청해오는 건지. 연상호 감독님도 여기에 출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 연상호 감독님의 영화들을 어떤 점에서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하다.
양익준: 캐스팅은 연상호가 100% 요청한거다, 제가 연상호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해본 적은 없다. (웃음) <돼지의 왕> 시나리오를 2005년에 처음 봤는데 현재까지 봤던 영화, 애니 시나리오 중에 통틀어서 가장 충격적이고 좋은 시나리오였다. 처음 보고 잠을 못 잤다. 정치, 사회에 관심이 없었는데, 머리로는 몰라도 이미 몸이 느끼고 있는 부분들이 그 시나리오를 보고 느껴지더라. 좋은 작품에 참여한 건 기쁘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관객2: 마지막에 노래 제목 바뀌었다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개그 씬인지 궁금하다.
양익준: 그냥 개그 맞다. 아실 지 모르지만 뭐 ‘고추 좋아’ 같은. (웃음)

관객3: 제목이 미성년인데 어떤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붙이신건지.
양익준: 처음에 쓸 때는 ‘미’ 옆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았었다. 여고생이 될 수도 있고 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아름답다, 미숙하다 등 여러 가지. 영어제목은 미성숙이다. 미성년으로 지어놓고 미성숙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웃음) 단어로 따지면 미성숙이 훨씬 어울리지 않았나 싶어서 영어제목을 바꾼 거 같다.

관객4:
남자나 여자 캐릭터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건가.
양익준: 옛날에 진짜 설명 잘했는데. (웃음) 사랑이라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30대하고 19살이 잤다는 그 자체만으로 바라보면 좀 재미없는 개념이 될 수 있다. 관계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한 거니까.

관객5: <똥파리>도 그랬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고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골라서 얘기를 전개하는 영화를 만드신 것 같다. 디테일한 설정을 할 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지.
양익준: 제가 31살 전까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100% 짝사랑이었기 때문에. (웃음) ‘나에게는 특수한 재능이 있구나.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좋아하는 티를 전혀 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웃음) 영화에서는 감정이 폭발한다. 일상에서 좋아하는 상대에게 말하고 싶던 저의 욕망이 영화 안에서 터지는 거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과정 안에서의 제가 영화 안에서 캐릭터로 형상화 된 거 같다. 또 고등학교나 2~30대의 기억보다는 대부분 중학교 기억 안에서 이야기를 많이 구축하려고 하는 편이다.

김성욱: 중학교 이야기를 더 듣고 싶긴 하지만 자리를 마감해야할 시간이다. 대충 얼버무리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이 심플하면서도 좋았던 것 같다. 준비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을 듣고 싶다.
양익준: 쉬겠다라는 계획이... (웃음)

김성욱: 연기로 또 어딘가에 출연할 계획은 없는 건가.
양익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앞으로 이렇게 계속 영화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무의식적으로 든다. 영화를 계속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것만이 중요한가? 왜 해나가는가. 영화를 하면서 한번 크게 겪는 순간을 지금 겪고 있는 것 같다. 사라져야 될 것은 좀 사라지고 귀중하게 남아야 할 것만 잘 남겨서 건강하게 30대를 잘 보내고 30대 후반 쯤이나 40대에나 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좋아하면서 제 살 잘 가꾸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1~2년 잘 소비하며 살고자 한다. 이게 저의 가장 큰 스케줄이다. 그러다 중간에 머리가 혹해서 뭔가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리 김휴리(관객에디터) | 사진 조유성(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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