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별전/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동시대 영화 특별전

[리뷰] 스티븐 소더버그의 <헤이와이어> 익숙한 참신함 스티븐 소더버그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이다. 매년, 혹은 일 년에 두 편까지 신작을 내놓을 뿐 아니라 제작자로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심심찮게 은퇴 소식을 전하면서도 누구보다도 바쁘게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번번이 은퇴를 번복한다. 게다가 그의 영화는 매번 예상치 못한 소재로 매번 다른 장르를 선보인다. 그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현기증을 느끼기 일쑤다. 한동안의 지지부진함을 딛고 (1998)이 성공한 뒤 이어진 소더버그의 행보는 데뷔작 때 쏟아진 ‘새로이 등장한 젊은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평가보다는, ‘누구보다도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장르영화를 만들면서 여기에 자신의 개성을 흐릿하게만 남겨놓는 감독’으로서의 성향을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 더보기
[리뷰] 레오 까락스의 <홀리 모터스> 오스카 씨의 초현실적인 파리 오디세이 2012년 칸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사이트 앤 사운드》, 《빌리지 보이스》, 《필름 코멘트》, 《카이에 뒤 시네마》 등 유수의 영화전문지가 그해 베스트 목록 상위에 올렸던 영화. 는 한때 천재라 불리었던 프랑스 감독 레오스 카락스가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는 마치 그 긴 공백기 동안의 숱한 영화적 구상을 한 편의 영화 속에 농축해 넣은 듯, 변화무쌍하고 정신착란적이며 기이하다. 혹은 풍부하고 실험적이며 아름답다. 난감하게도 온갖 부정과 긍정의 형용사를 다 갖다 붙여도 이 영화로 와서는 기어이 찬사가 되고 마니 그 숱한 비평적 상찬은, 극 중에 나오는 파리 묘지의 비석에 새겨진 '내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주세요'를 빌어와 '인터넷 사이트를 참조해 .. 더보기
[리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트윅스트> 꿈이 매개하는 것들에 관하여 억울한 사연을 지닌 원혼과 이야기가 필요한 작가. 호러 장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유서 깊은 짝패다. 언뜻 도 다르지 않다.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소녀의 영혼이 떠도는 마을 스완 밸리는 그 누구의 지배와 간섭도 거부하는 고립된 마을이다. 엄중한 시간의 법칙도 그들을 호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종탑에는 7개의 시계가 각기 다른 시간을 알리고 있고, 한때 에드가 앨런 포가 묵었으나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된 호텔이나 호수 건너편의 고스룩을 한 정체 모를 젊은 방랑자들도 불길한 예감을 더한다. 이곳에 절망에 빠진 미스터리 작가 홀 발티모어가 찾아온다. 사고로 딸을 잃은 뒤 새로운 소설을 한 권도 내지 못하고 있는 그는 빚쟁이들의 독촉과 아내의 닦달에 쫓.. 더보기
[리뷰] 알랭 기로디의 <도주왕> 지속 가능한 일탈의 쾌감 알랭 기로디 감독의 은 《카이에 뒤 시네마》가 뽑은 2009년 베스트 10 중 한 편이었다. 국내에서는 2012년 9월에 개봉했지만 곧바로 VOD 서비스로 넘어간 불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가 재출간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은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로 배경을 옮긴 『롤리타』의 현대적인 버전이라 할 만하다. 아르망(루도빅 버딜럿)은 트랙터를 파는 영업사원이다. 영업수완도 좋고 돈도 많이 벌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43살의 게이다. 여자에 관심이 없는 아르망은 길을 가던 중 남학생들에게 위협을 받던 16살 소녀 퀴를리(합시아 헤지)를 구해주게 된다. 이에 퀴를리는 아르망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아르망 역시 퀴를리의 그런 .. 더보기
[리뷰] 아벨 페라라의 <4:44 지구 최후의 날> 디지털 시대의 종말의 풍경 의 시작은 그러하다. 껴안은 남녀 위로 흘러내리는 재. 반짝이는 재 아래로 애처로운 남녀의 몸은 이내 말라비틀어진 끝에 훅 불면 사라질 듯하다. 그들의 육체는 죽음을 기억한다. 이미 벌어진 죽음의 기억 위에 그들은 현재를 산다. 의 도입부도 그러하다. 시스코와 스카이는 서로의 육체를 더듬다 곧 뒤엉킨다. 그들의 육체는 싱싱하다. 여자의 팽팽한 육체에 비해 남자의 그것은 시들었으나, 죽음의 기운이 두 사람의 육체에 스며들기 전이다. 그들에게도 죽음은 예고되어 있다. 4시간 44분 후 세계가 종말을 고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에게 죽음은 기억된 무엇이 아니라 기억되어야 할 무엇이다. 미래에 기억될 무엇. 그런데 누가 그들의 죽음을 .. 더보기
[영화제]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동시대 영화 특별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3월5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는 3월5일부터 24일까지 20일 동안 작품성과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소외받은 영화들을 모아 특별전을 개최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부재를 단 이번 행사를 위해 각국의 수작 15편이 뭉쳤다. 유운성•이용철 영화평론가가 참여하는 비평가 좌담 행사(3월17일)를 비롯해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가 직접 진행하는 시네토크(3월9일)와 상영 전 영화 소개(3월16일) 등의 특별행사가 마련되어 있다.(www.cinematheque.seoul.kr 참조) 프로그램 중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4월 개봉예정작 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이 작품은 새벽부터 한밤까지 한 남자의 .. 더보기
[Editorial] 노장의 젊은 영화와 즐겁게 만날 기회 레오스 카락스의 신작 (2012)의 프롤로그는 영화관의 관객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인데, 정지된 스틸사진에 어둠에 잠겨 있는 모습이 생생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거의 죽어 있는 모습들이다. 말 그대로 그들은 익명의 군중들이다. 반면 직접 프롤로그에 출연한 카락스 감독은 마치 몽상가처럼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밀실 같은 방의 비밀스런 벽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데, 이 미로는 곧바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으로 통한다. 거기서 관객들은 죽은 사람들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묵묵히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비평적인 열광이 있긴 했지만 사실, 13년 만의 신작은 아마도 이런 관객의 무감각으로 기다려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보기
[영화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동시대 영화 특별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우리시대 수작들을 한 자리에!- 서울아트시네마, 3월 5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동시대 영화 특별전’ 개최- 주목할만한 동시대 영화 15편 상영, 영화의 맛을 더하는 비평가들의 특별강연 마련 뛰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지금 우리 시대가 주목해야 하는 영화지만 대중적 관심을 받지 못한 최근 나온 국내 기개봉작과 미개봉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은 3월 5일부터 약 20일간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동시대 영화 특별전’이라는 기획전을 개최한다.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 세계 각국 거장들의 작품에서부터 정식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