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고전/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

사라짐과 저항: 인간의 삶과 기억에 관한 물음 엘렘 클리모프의 영화가 시작되면, 시커먼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빛들이 하나 둘 드러나다가 이어 카메라가 수직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반짝임이 점점 더 강렬해진다. 어둠 속에 잠긴 강물에서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안개 속에서 다섯 명의 이방인들이 마쪼라섬으로 들어오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이 빛은 마치 마쪼라섬의 영혼인 듯 느껴진다. 영화는 사라져버린 마쪼라섬의 영혼이 스러져가고 저항해 온 과정을 느리고 긴 장송곡처럼 그린다. 영화 은 그렇게 사실적이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운 이미지들 하나하나가 풍부한 감성과 삶의 진실을 함축하고 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그 이미지들이 우리를 압도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 마쪼라섬의 장엄하고 신비로운 자연풍광은 인간의 말이나 행동보다도 더.. 더보기
해빙기 러시아의 전쟁영화 지난 2일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엘렘 클리모프 감독의 상영 후, '해빙기 러시아의 전쟁영화'란 테마로 경상대 러시아학과 홍상우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스탈린 사후의 '해빙기'에 러시아에서는 새로운 미학을 선보인 전쟁영화가 풍성하게 만들어졌는데, 도 그 중 하나다. 이번 강연은 러시아의 역사,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은 해빙기 러시아의 전쟁영화를 살펴보며 전쟁을 다시금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 현장의 일부를 옮긴다. 홍상우(경상대 러시아학과 교수): 는 볼세비키 혁명 5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으로 60년대 완료가 되어야 했으나, 여러 차례 검열에 걸리게 됨으로써 뒤늦게 완성된 작품이다. 80년대에 완료되었는데, 자료마다 완성된 시기가 좀 다르게 표기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전쟁영화는 .. 더보기
러시아 전쟁영화의 서정성 지난 1일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게오르기 추흐라이 감독의 상영 후, '러시아 영화의 서정성'이란 주제로 경상대 러시아학과 홍상우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기존 전쟁영화와의 차별성을 보여준 를 중심으로 러시아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표현 기회를 준 러시아 전쟁영화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던 그 소중한 시간의 일부를 옮겨 본다. 홍상우(경상대 러시아학과 교수): 러시아는 20세기 들어서 1, 2차 대전 외에 연방체제의 구성 및 해체과정에서 여러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영화가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러시아는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로 구성된 연방체제로 인해 끊임없는 내전에 시달려 왔다. 그래서 지금 현재까지 만들어지는 러시아 전쟁영화는 주제나 소재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복잡하고 다.. 더보기
라리사 셰피트코와 엘렘 클리모프를 기리며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 특별 섹션 예술을 통해 교감했던 아름다운 부부, 라리사 셰피트코와 엘렘 클리모프 라리사 셰피트코와 엘렘 클리모프는 60년대 소비에트 영화계의 해빙기(1957~67년 사이를 말하며 소비에트 예술계에 자유가 꽃핀 시기)에 뉴웨이브를 주도하던 매우 주목받는 부부 영화인이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거장 감독인 알렉산더 도브첸코에게서 강한 영향을 받은 라리사 셰피트코는 장편 데뷔작 (1966)로 단숨에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떠올리게 하는 형이상학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구축했고, 풍경과 인간의 얼굴을 담아내는데 있어 그 누구보다 특별했다. 그러나 4편의 장편영화만을 남긴 채, 그녀는 1979년에 비극적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남편 클리모프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 더보기
해빙기 러시아 전쟁영화의 걸작이 찾아온다!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오는 27일부터 5월 9일까지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을 연다. 세계 2차 대전 종전 65주년을 맞아 여는 이번 행사에는 미하일 칼라토초프 감독의 (1957), 게오르기 추흐라이 감독의 (1960) 등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러시아 영화계에 찾아온 일명 '해빙기'를 대표하는 전쟁 영화 10편을 상영한다. 해빙기 이후에 러시아에서 제작된 영화들은 당시 스탈린 시대의 가혹한 사회, 정치적인 상황을 벗어나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문화 예술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상영작에는 특별 섹션으로 1960년대 후반에 뛰어난 미학과 독특한 시각으로 러시아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유명한 부부영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