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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무라 야스조

[리뷰] 죽을 만큼 사랑할 수는 없다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상영작 리뷰 죽을 만큼 사랑할 수는 없다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가 처음부터 세이사쿠의 아내였던 것은 아니다. 첫 장면, 언덕 위에서 전쟁 직전의 해군 기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오카네는 누구의 아내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여자다. 그녀를 돈 주고 산 늙은 홀아비도,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돈 받고 판 병든 아버지도, 그녀의 들끓는 충동을 묶어두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이 ‘여자’가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거세하고 누군가의 ‘아내’의 자리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과정이, 마스무라 야스조와 팜므 파탈의 일인자 와카오 아야코 짝패를 필두로 한 이 멜로드라마의 중심축이다. 사랑영화가 이토록 무서울 수 있을까. 마스무라 야스조는 다이에이 스튜디오에서 미조구치 겐지와 이치가와 곤의 조감독을 거.. 더보기
[시네토크] 멜로가 지닌 가장 숭고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영화다 - 김태용 감독이 말하는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시네토크 “멜로물이 지닌 가장 숭고한 아름다움만을 그대로 수학적으로 만든 영화 같다” - 김태용 감독이 말하는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지난 1월 26일,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김태용 감독이 추천한 상영 후 시네토크가 열렸다. 김태용 감독은 필름으로 영화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보다는 영화가 자신에게 무엇을 주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관객으로서의 재미라고 말했다. 이 영화가 준 강렬함에 탄력을 받은 듯 영화와 사랑, 삶의 태도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가 오고 간 시네토크 현장의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김태용 감독이 친구들 영화제 때 처음으로 추천한 영화가 이다. 지난번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나루세 미키오의 , 이번에는 를 추천.. 더보기
[리뷰] 새로운 윤리를 예고하는 육체적 열망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리뷰 새로운 윤리를 예고하는 육체적 열망 - 마스무라 야스조의 마스무라 야스조는 살아있는 동안 ‘작가’라는 직함을 얻지 못했다. 동시대 작가이던 오시마 나기사, 스승이던 이치가와 곤마저 스튜디오를 떠나던 때에 마스무라 야스조는 영화사 다이에이가 1971년에 도산하기 직전까지 스튜디오 제도 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뀌어 그의 영화들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가 죽은 지 15년이 지난 시점부터이다. 생전에 작가로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마스무라 야스조는 평생 동안 비교적 일관된 주제들을 다루어 왔다. 스크린 속에서 구현되는 육체, 그 육체를 감싸고도는 (지나친) 욕망, 공동체의 속박적인 윤리를 뚫고 나가려는 개인들의 공모 등이 이에 해당한다. 1965년 작 에서도 특유의 주제의식.. 더보기
마스무라의 영화, 현재도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현장중계] 김성욱 프로그래머 '마스무라 야스조의 미학' 강연 마스무라 야스조 회고전이 한창인 21일 오후 상영 후,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를 중심으로 마스무라 야스조가 일본영화사에서 갖는 의미와 그의 영화세계의 전반적인 미학에 대해 이야기한 자리였던 그 시간을 일부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전반적인 마스무라 야스조의 이야기와 방금 보신 영화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드리겠다. 오시마 나기사는 마스무라의 영화가 나왔을 때, “이것은 돌파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지금 시점에서 마스무라의 영화를 보는 것은 전혀 몰랐던 작가와 배우를 만난다는 의미와 함께, 이것이 일본영화사에서 어떤 돌파구로 작용했으며 현 시점에도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더보기
가문의 내조만을 위해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의 삶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1967)에는 의학발전에 지대하게 공헌할 마취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다룬 점 외에도, 어머니가 아들의 아내에 대해 질투한다는 점, 그리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와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이라는 보다 마스무라적인 테마가 있다. 하나오카 집안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며느리 카에의 삶의 여정을 따르는 이 영화에는 그녀의 삶의 분기점이 되는 만다라게 꽃밭의 장면이 세 번 나온다. 그 처음은 카에가 8살 때로 그녀는 장차 시어머니가 될 여인의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어린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우아한 여성성의 절정. 만다라게꽃보다 더 아름다우며, 어린 소녀에게 있어서 만다라게의 독성만큼이나 치명적이었던 매력. 그녀의 삶은 그 이상향을 향한 여정이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편의 얼굴도.. 더보기
가부장제 속 억압받는 여자의 일생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는 단순하게 말해 가부장제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다. 아들(하나오카 세이슈)과 며느리(카에), 그리고 시어머니(오츠기)의 관계를 통해 그러한 삶을 보여준다. 마스무라 야스조는 시네마스코프를 최대한 활용한 독특한 화면구성을 통해 세 사람의 관계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적 심리를 묘사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매개가 되는 만다라게꽃은 여성의 삶의 고통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영화는 모범적인 여성상을 보여 주는 오츠기에 대해 카에가 품었던 존경심이 애증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나오카 세이슈가 외과수술에 필요한 마취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녀들이 마취제의 실험대상이 되려고 경쟁하는 모습은 가부장제에서 아들과 시어머니, 그리고.. 더보기
본능과 죄의식의 경계에 선 여성 ‘마스코’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들에는 상호작용과 교환을 위한 탐닉과 섹스가 난무한다. 그의 영화들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이 마음을 빼앗기고 욕망에 젖어드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 혹은 인물 주변의 상황이 만들어낸 아이러니 때문인데, 이는 곧 타인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광기로 이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설정할 수 있게 만드는 지점인 섹스장면들은 절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스조 영화의 주인공들은 전쟁, 사회, 혹은 자본 등을 통해 본능이 도태된 집단의 단면을 보여준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특정 사건이나 또 다른 특정 인물의 이야기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주인공이 가지고 있었던 자의식은 온전히 동물적인 감정으로 탈바꿈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탐닉.. 더보기
탐구할 가치를 생성시켜주는 위대한 시네아스트 [현장중계] 홍성남 영화평론가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계’ 강연 지난 11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서 3월 첫 프로그램으로 열리고 있는 ‘마스무라 야스조 회고전’ 작품 중 상영 후 일본영화 전문가인 홍성남 영화평론가의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계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일본 뉴웨이브에 전조가 되었다고 뒤늦게 재평가된 마스무라 야스조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강연 일부를 옮긴다. 홍성남(영화평론가):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가 한국에서 스크린으로 처음 소개된 것은 2005년이었고 가장 먼저 소개된 작품은 이다. 이나 등은 너무 센세이션해서 간혹 그의 영화에 대해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색깔에 대해 ‘과도한 욕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자칫 잘못 이해하면 어떤 엽기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