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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2016 가을날의 재회 + 자비에 돌란 특별전

자비에 돌란에게 부재하다는 “깊이”가 뭐길래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2016년 11월 2일(수) ~ 20일(일)까지 '가을날의 재회+자비에 돌란 특별전'을 진행했습니다. 자비에 돌란에게 부재하다는 “깊이”가 뭐길래 자비에 돌란의 이름에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천재’ 혹은 ‘스타’, ‘젊음’과 ‘스타일’. 그런데 이런 수식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칭찬의 근거이자 비판의 무기로 사용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젊고 감각적인 천재 감독’의 걸작인 동시에 ‘치기 어린 스타 감독’의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유난히 돌란에게 이러한 이중 척도가 적용되는 것일까. 애초에 많은 이들이 돌란에게 간편하게 적용하는 ‘천재/스타’, ‘깊음/얕음’의 이분법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 ‘천재가 아닌 스타’라는 비판에 관하여돌란이 천재인지.. 더보기
[리뷰] 가능한 세계들의 중첩 - <에브리바디 원츠 썸!!> 가능한 세계들의 중첩- (리처드 링클레이터, 2016)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인터뷰에서 이 전작 (2014)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의 엔딩에서 차를 몰고 떠나던 메이슨은 의 첫 장면 야구부 합숙소로 향하는 제이크와 이어진다. 감독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두 개의 영화를 픽션적 상상력으로 엮는 이 말이 예기하는 것은 서로 다른 세계를 교차시키는 의 특질이다. 영화 속 야구부 단원들은 자신이 프로가 되지 못한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은 삶의 가능한 많은 길을 교차시키며 이에 해답을 제시한다. 고등학교에서 제이크와 같은 야구부였지만 지금은 야구를 그만둔 저스틴을 보는 관객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를지 모른다. 어쩌면 제이크도 저스틴처럼 될 수 있었다고. 가혹하게 말하자.. 더보기
[리뷰] 떠나간 것들 사이에서 다가오는 것들 - <다가오는 것들> 떠나간 것들 사이에서 다가오는 것들- (미아 한센-로브, 2016)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는 학생들에게 다정다감한 선생님은 아니다. 가족들과 출판사 직원들 앞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그녀는 시위로 교문을 봉쇄하는 학생들에 대해 “형편없다”고 말하고, 자신의 책 표지를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바꾸려는 출판사 직원들에게 “이런 것과 싸워온 건데”라며 화를 낸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외도를 고백했을 때도 그녀는 “왜 나한테 그걸 말해? 혼자 묻어둘 순 없었어?”고 말한다. 이처럼 그녀에게 변화는 두려운 것이고 일상은 중요한 것이다. 영화 은 제목과 달리 떠나가는 것들을 보여준다. 남편과 어머니가 나탈리를 떠나갔을 때 카메라는 그녀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하인츠가 나탈.. 더보기
[리뷰] 질주의 이미지에 맞서는 어떤 작고 사소한 동력 - <벨빌의 세 쌍둥이> 질주의 이미지에 맞서는 어떤 작고 사소한 동력- (실뱅 쇼메, 2003) 과장된 인상의 캐릭터와 배경보다 어떤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 있었다. 2003년에 발표된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잔상은 사이클 선수로 성장한 손자 ‘챔피온’이 할머니 ‘수자’와 함께하는 힘겨운 훈련과 무기력한 표정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자전거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챔피온의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사이클만을 위해 훈련하고 먹고 자는 그에게서 감정의 동요를 발견할 수 없었다. 훈련을 마친 뒤 수자 없이는 혼자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챔피온을 둘러싼 무력한 분위기가 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거의 13년 만에 다시 본 는 무력한 분위기로 단정할 수 없는 활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짧게나마 그 운율을 고찰하고자 한다. 자전.. 더보기
[리뷰] 탁월한 장점들 - <너는 착한 아이> 탁월한 장점들 - (오미보, 2016) 는 『너는 착한 아이야』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집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 소설을 각색해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원작 속 세 인물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설정을 추가한 뒤 그들의 삶을 따라간다. 영화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세 사람의 일상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역사도 다른 세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일종의 고립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적인 훈육을 하는 젊은 엄마 미즈키, 아이들과의 소통에 익숙하지 못한 초임 교사 오카노, 치매를 앓고 있는 독거노인 사사키는 각각 딸과 학생들 그리고 타인과 사실상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세 사람은 자신을 고립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