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볼 때면 가끔 그 사연이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들일 텐데, 대체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얻고 오는지, 타국의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궁금증 해소를 위한 차원이기도 하고 시네마테크에 대한 고유한 의미를 듣기 위해 벨기에에서 온 그레고리 림펜스 씨를 인터뷰했다. 그레고리 림펜스 씨는 2003년 무렵 친구와 함께 여행을 왔던 한국에 푹 빠졌고, 이후 국내 법률사무소에서 2년간 근무하다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열린책들 출판사의 전문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해외의 좋은 책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사명을 갖고 문화산업의 다양화를 위해 애쓰는 그레고리 림펜스 씨는 여기, 한국의 시네마테크와도 그 인연이 닿아 있었다.





한국의 시네마테크는 어떻게 알고 오게 되었나. 처음 한국의 시네마테크를 접했을 때의 인상도 궁금하다. 벨기에의 문화와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그 이후로도 이 공간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네마테크에 처음 오게 된 건 2005년 무렵이다. 당시 다니던 법률 사무소와 가까워서 자주 왔었는데 원래 벨기에에서도 시네마테크를 잘 다녔었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시네마테크가 어디에 있는지 웹 사이트를 통해 찾았고, 극장의 역사에 대해서는 차차 알게 됐다. 한국의 시네마테크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있던 터라,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시네마테크에는 영화가 좋아서 보러 오는 거다. 또 가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도 있다. 주말 오후에 오는 사람들, 평일에 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고, 유명하지 않은 프랑스 감독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한국 사람들이 궁금했다.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벨기에 출신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의 영화인 <토토의 천국>을 보고 싶은데 일정이 잘 맞지 않아서 아쉽다.


벨기에 브뤼셀에는 유서 깊은 왕립 시네마테크가 있다고 들었다. 그곳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또 사람들은 어떻게 이용을 하는지 관람 문화도 궁금하다.

벨기에는 왕국이라 시네마테크가 왕립으로 운영된다. 관람료가 한국 돈으로 1000원 ~2000원 정도로 굉장히 저렴하다. 너무 비용이 저렴해서 따뜻한 곳에서 몸을 피하려는 노숙인들이 많이 오기도 한다. 가끔 무성영화를 상영할 때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좋은 공간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많이 상영하고 컬렉션도 정말 많다. 시간만 있으면 좋은 영화들을 계속해서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관람료가 싸서 비용은 부담이 안 되는데 좋은 영화들을 낮에 많이 상영하니까, 문제는 늘 시간인 거다.


브뤼셀의 시네마테크와 한국의 시네마테크를 둘 다 이용해봤는데, 어떤 공통된 문화나 차이점이 있나.

브뤼셀의 시네마테크는 벨기에의 유명한 건축가가 만든 건물에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시네마테크가 있는 이 건물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에릭 로메르 회고전, 샘 페킨파 특별전 등 비슷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벨기에의 시네마테크도 예산 문제가 있어서 그 공간을 유지하려면 매년 파이낸싱을 해야 한다. 왕립이긴 하지만 세금으로는 세원이 부족해서 항상 예산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갖고 있는 컬렉션은 커지고 있어서, 그 규모에 맞게 유지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 가끔 갈라 행사 같은 것을 해서 돈을 받기도 하는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건 벨기에만의 특징이기도 한데, 벨기에는 중앙 정부와 지역 정부가 따로 있고 또 문화적으로는 각각의 언어권에 따라야 한다. 플랑드르 언어권과 독일어권, 불어권이 따로 있는데, 그 지역마다 예산이 다르게 배정된다. 문제는 브뤼셀에 있는 시네마테크가 소속된 언어권이 없다는 거다. 그런 문제로 예산 배정이 잘 안 되고 있다.


벨기에와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비슷하다고 했는데, 혹시 한국 시네마테크에서 보고 알게 된 영화나 감독이 있나. 인상 깊게 봤던 영화가 있다면.

몰랐던 감독인데 데릭 저먼을 2008년 여름에 했던 특별전에서 영화를 보고 알게 됐던 기억이 난다. 감독이 에이즈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시력을 잃었더라. 시력을 잃고 나서 만든 영화가 <블루>인데 한 시간 반 정도 블루 스크린에 소리만 나오는 작품이다. 이미지가 없는 영화라서 영화가 아니라는 논쟁도 있었던 작품이다.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봤는데 괜찮더라. 또 할 하틀리 감독 작품도 여기서 보고 좋아하게 됐다.


한국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관람할 때 반응하는 지점에서 약간의 시차를 느낄 것 같다.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고 번역의 미묘함 때문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편인가.

물론 반응하는 지점이 다를 때도 있는데 그런 순간들은 재미있다고 느낀다. 같은 장면을 두고도 ‘아, 이 장면을 재미있어 하는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나 혼자 웃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게 신경 쓰이지는 않고 재미있다.


시네마테크에서 있었던 들려줄 만한 에피소드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마침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영화 감독을 준비하는 미국 친구가 있는데 한국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영화 때문에 한국에 왔었던 씨네필이다. 그 친구랑 같이 시네마테크에 우디 앨런의 <애니홀>을 보러 왔었는데, 영화를 보러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배우 문소리를 만났다. 마침 그 바로 전날 친구가 <바람난 가족>을 봤다고 해서 굉장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문소리 씨를 단번에 알아봤는데 친구는 긴가민가해하더라. 문소리 씨와 함께 있던 일행에 장준환 감독이 있어서 그때 친구도 확신을 했고, 우리의 바로 두 번째 앞줄에 앉아서 영화를 같이 봤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꼭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본 영화 <애니 홀>에서 우디 앨런을 알아보고 귀찮게 하는 장면이 있지 않나. 그 장면 때문에 나중에는 인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너무 재미있었다. 현실과 영화를 넘나든 기분이었는데 마침 현실에 답이 있어서, 정말 우리도 재미있어 했던 에피소드다.


오늘 <쥴 앤 짐> 상영 후에도 이 영화를 추천한 배우와의 시네토크가 있는데, 이처럼 감독이나 배우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 영화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나.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한국의 시네마테크는 영화계와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애니홀>은 다른 데서 볼 수 없으니까 여기 와서 보게 된 건데, 그 자리에서 배우 문소리와 장준환 감독을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영화를 같이 보게 된 것이지 않나. 감독과 배우들이 시네마테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벨기에의 감독과 배우들도 시네마테크를 좋아하지만 이런 문화는 아닌 것 같다. 또 여름에는 시네바캉스 때문에 영화를 많이 보러 오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시네마테크가 어떤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계속 좋은 영화를 상영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시네마테크가 해 온 것처럼,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바람인데 일본 영화 같은 경우는 영어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지금은 한글 자막이 있으면 조금 괜찮은데, 예전에는 한글 자막만 있는 아시아 영화들을 못 봐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장미경(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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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루 2012.02.23 1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문소리-장준환 커플(존칭 생략) 만난 에피소드 너무 재미나요 데릭 저먼의 블루 보고 싶어지네요 궁금해요 그 색채가...

<쥴 앤 짐>의 상영이 있던 날, 또 한 편의 프랑스 영화를 보러왔다는 홍상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출판사에서 다양한 세계문학들을 편집해오며 시네마테크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그녀는, 읽고 싶은 책을 대신해 영화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시네마테크를 찾는다고 했다. 문화를 향유하는 대상에 있어서도 시네마테크가 동등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녀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시네마테크를 어떻게 알고 오게 되었나. 그 첫 인상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시네마테크에서 처음 본 영화는 뮤지컬 영화인 <8 Women>(2002)이다. 대학생 때 학교가 근처라서 오다가다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많이 가져갔었다. 시네마테크는 일단 위치상 낙원악기상가 꼭대기에 있다는 게 특이했다. 그때도 멀티플렉스 극장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면 정말 문화를 소비했다는 느낌, 여기까지 와서 문화생활을 했다는 느낌과 만족감이 있었다.


이번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시간을 내서 온다고 했는데, 그렇게 시간을 내서 이곳에 오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올 때마다 프랑스 영화들을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취향인 건가.

역시 시네마테크에 오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다. 지금 인천에 사는데 그곳에선 느낄 수 없는 이 근처의 분위기도 좋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영화를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또 세계문학을 편집하는 직업의 특성상 아무래도 프랑스 문학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것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을 시네마테크에서 꽤 많이 상영하기에 궁금해서 보러 오는 것도 있다. 특히 작년에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과 <인간 야수>를 상영한다기에 기대했었는데, <목로주점>은 결국 필름 상태 때문에 상영을 못 했더라. <인간 야수>는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편집을 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번역이 안 되어 있고 그 가능성도 낮아서 영화로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왔던 기억이 난다.


편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런 고전영화들을 보는 것이 고전문학을 편집하는 작업에도 반영이 되고 도움이 되나.

이미 편집을 한 작품의 경우에는 큰 영향력이 없겠지만, 영화에는 영상이 있으니까 그 시대의 분위기는 알 수 있지 않나. 비단 그 작품만이 아니라 동시대 같은 배경의 다른 책을 편집하게 될 때에도, 사실주의 영화라면 분위기 파악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히려 편집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책들을 대할 때, 책 대신 영화로 읽는다는 기분으로 본다.


베르코르의 소설 <바다의 침묵>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작년에 시네마테크에서 상영된 장 피에르 멜빌의 동명 영화를 봤다고 했는데, 어떤 느낌이었는지. 원작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달라.

영화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을 묘사하기가 너무 힘들지 않나. 연기나 암시에 의존해야 되는데 책은 그 서사가 텍스트로 다 되어 있으니까. <바다의 침묵>은 특히 타자의 감정의 흐름이랄까, 감상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작품인데, 영화에서는 그게 다 내레이션으로 표현이 되었더라. 영화를 보기 전에 그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기대했던 터라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 영화만 봤더라면 좋아했을 것 같다.


고전문학과 고전영화들이 같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작업이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영화와 문학이 연관이 잘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가 잘 되면 원작도 많이 팔린다. 그런데 문제는 고전문학이나 고전영화가 지금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 같다. 고전과 연계된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소수인데다, 영화도 이런 행사가 아니면 늘 매진되는 게 아니지 않나. 고전 문학이나 영화에 대한 나의 감정은 애잔함이다. 고전문학들을 다양한 형태로 출간하는 것도, 출판의 붐이지 독서의 붐은 아닌 것 같다. 또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시네마테크 전용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예술영화나 고전영화들이 대중들에게 더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울타리를 치는 게 아닌가 하는 거다. 물론 전용관의 장점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우려일 뿐이고, 전용관의 운영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프랑스에 가면 시네마테크 같은 곳에 가서 영화를 찾아볼 의향이 있나.

아직 유럽에 한 번도 안 가봐서 환상일 수도 있는데,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꼭 프랑스 영화가 아니더라도 영화 자체에는 관심이 많다. 문제는 자막이 없어진다는 건데(웃음), 지금 잠깐 생각한 바로는 자막이 없어도 꽤 즐길 것 같다. 영화가 대사만으로 전달되는 게 아니고 결국 영상과 연출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아예 못 듣는다고 해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종류도 더 많지 않을까.


시네마테크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 공간을 이용했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시네마테크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시네마테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당연히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지만, 제일 현실적인 바람은 없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영화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SBI 출판 학교 같은 것처럼 영화인 양성에 어떤 통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더불어 매니아층만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데에서 소외된 사람들, 대중문화 소비에 어색하고 여건이 안 되는 문화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고전들을 선별해서 관객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아카이브도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장미경(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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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관객’이고 싶을 때 시네마테크에 온다


이창동 감독이 추천한 제리 샤츠버그의 <허수아비> 상영 직후,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러 왔다는 김다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로서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편집해왔다는 그녀에게 영화를 포함한 ‘고전’에 대한 의견도 물으며 논의를 더했던 시간이었다. 시네마테크에 오면 관객으로서의 오롯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그녀는 이날도 어김없는 ‘관객’의 모습으로 극장에 자리해있었다.



오늘 이창동 감독이 추천한 영화인 제리 샤츠버그의 <허수아비>를 관람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어떤가.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보러 오게 되었는지, 또 이렇게 감독이나 배우들과 만나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 영화제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도 궁금하다.

이창동 감독님을 좋아한다. <시>나 <밀양> 같은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우리 사회나 그 구성원들에게 항상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에는 감독님께서 다른 영화를 추천하는 기회였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지가 궁금했다. 감독님께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서 나도 단순히 유명한 고전영화를 본다는 것보다, 이런 영화를 통해서 어떤 것을 생각하고 알아야 하는지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왔다. <허수아비>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도 어떤 것을 딱 짚어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시대의 희망이라는 것에 대해 말씀하시려는 것 같았다. 감독님의 팬으로서 앞으로 감독님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겠구나’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출중해서 굉장히 만족스럽게 봤고, 이렇게 몰랐던 감독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앞으로 제리 샤츠버그나 당시의 영화들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에 시네마테크를 알고 찾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공간에 얽힌 에피소드 같은 것도 있다면 들려달라.

굉장한 씨네필은 아니지만 시네마테크에 오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전주나 부산 등 영화제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영화제를 통해 접촉했던 좋은 영화들을 다시 보기 위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처음 시네마테크에 왔을 때는 이런 곳이 서울에 있었나 싶었다. 인사동에 본적을 두고 있는 개인적인 역사와도 맞물리면서, 이곳에 영화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었다. 처음 왔는데도 마음이 참 푸근해지더라. 허례허식이 없는 이 공간이 재미있었다. 종로의 중심에 있는 이런 건물에서 시네마테크가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오래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많은 지지를 하고 싶다. 여기는 꼭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가끔 서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렇게 친구들 영화제를 한다고 하면 더 내려오고 밖으로 나와도 좋을 텐데 꼭꼭 숨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몰라서 못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근처의 공간들도 재미있지 않나. 조금만 더 밖으로 나와 있어도 종로의 젊은이들을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작업도 해야 되지 않나 싶다.

에피소드라면, 사실 오늘 본 영화보다도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었다. 아마 시네마테크라서 가능한 일일 텐데, 사정이 있어서 예매했던 두 장 중에서 표 한 장을 현장에서 취소하게 됐었다. 그래서 상영 전에 옆자리에 앉은 분한테 취소된 표 구입하셨냐고 그냥 말을 걸었는데 그분께서 맞다며 거듭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거다. 번호를 남기고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종로를 떠나지 않고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이런 열정적인 팬들이 있다는 게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재미있게 보라고 했던 것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특별한 유대관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비단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끼리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영화를 기다리는 풍경이 뻔하지 않나. 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음에도 옆 사람 정도에게는 영화 재미있게 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이런 경험들이 재미있다.


독일 뮌스터에서 유학했다고 들었는데, 독일에 있을 때 시네마테크나 그와 유사한 공간들을 접해보았는지 궁금하다. 독일 사람들이 그러한 공간을 이용하는 문화나 분위기는 어떤가.

뮌스터에 작은 독립영화극장이 있어서 몇 차례 가 본 적이 있다. 보통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데 뮌스터에서 시네마테크의 역할을 하던 그곳에서는 좋은 영화들을 선정해서 2~3주의 시간을 두고 기획전을 열었었다. 상영 시간이 항상 동일하게 정해져 있어서 어떤 영화를 상영하는지 모르더라도 일단 영화를 보러 그 시간에 맞춰 가는 거다. 또 극장 안에는 스낵을 먹을 수 있는 바 같은 공간이 분위기 있게 구성되어 있다. 혼자 온 할아버지도 있고 젊은 연인들, 또는 남자아이들끼리 몰려오는 경우도 있다. 극장 안에서 맥주나 감자칩을 사 갖고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데다, 영화를 관람하는 분위기도 생각했던 것처럼 엄숙하지 않아서 자유로운 느낌이 있었다. 그때 뮌스터의 영화관은 나에게 ‘일상에 들어와있다’라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서점에 가는 것을 의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듯,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을 때나 뭔가 생각하고 싶을 때, 아니면 부담 없이 습관처럼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에 간다는 것이 나한테는 어떤 의미가 되는지, 그런 것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여기서는 홈페이지 등에서 정보를 얻고 나에게 맞는 영화들을 찾아서 보는 느낌이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부담 없이 더 편안하게 보려고 한다. 프로그램도 더 풍부해져서 좋은 기회들이 많았으면 한다.


이곳에서 시네마테크를 계속해서 찾게 되는 동기엔 어떤 것들이 있나? 상영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오는 편이니 아무래도 영화 때문인가?

예전에는 영화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 공간에 오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멀티플렉스 같은 대형 상영관에서는 내가 주가 아니지 않나. 영화 프로그램들도 계산적으로 짜여져 있고 시간도 그렇게 편성되어 있는데, 여기는 상업적인 정밀함이 없다 보니 내가 주체가 되는 느낌이 든다. ‘관객’이 되고 싶어서 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에 가면 나는 소비자가 되지만, 여기서는 소비자라는 느낌은 안 든다. 어떻게 보면 관객의 오만함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관객으로서 오만해도 되는 공간이지 않나. 어떤 외압이나 남들이 보니까 나도 봐야겠다는 초조함도 없고 정말 내가 영화 관객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 여기, 시네마테크에서인 것 같다. 내가 관객이고 싶은 날, 가끔은 이렇게 오만해져도 되지 않을까(웃음). 또 영화를 기다리면서 극장에 들어가기 전의 다양한 순간들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고전문학작품을 편집하기도 했었다고 들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 고전문학 열풍이 불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과 편집을 통해 고전문학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이런 시류에 맞춰 고전 영화들도 함께 조명을 받고 꾸준히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으면 하는데, 고전 문학과 영화가 다시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또 고전 문학과 영화가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근에 김연수 소설가가 강연에서 고전문학과 관련해서 들려준 이야기에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실 고전문학이라는 게 인기 장르가 아니었고 그런 적도 없었다. 작가들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이 사회의 부적응자였고, 그것에 상처입고 괴로워했는데, 김연수 작가는 이러한 지점들이 지금의 우리모습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고 그런 측면에서 고전을 예찬하게 된다고 했다. 고전이 고전으로서의 특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다만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것, 감춰지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생각이다. 고전 문학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지금의 우리가 위로 받을 수 있고, 그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고 남는다는 것. 고전 문학이든 영화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기가 해야 될 얘기가 있다고 생각해서 배우들과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촬영했던 것인데, 그 뒤에 몇 십 년이 지날 때까지 국경을 초월한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떤 기법이나 특수한 주의에 구애되기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것에 답을 내리려는 열정적인 모습에서, 고전 영화와 고전 문학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런 고전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특히 오늘 <허수아비>를 보면서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는데,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잘 읽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까지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나라의 훌륭한 고전 영화들도 더 많이 찾아보고 싶어졌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경험들을 들려주었는데 시네마테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체험을 공유해주면 좋을 것 같나. 또는 시네마테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단 시네마테크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기본적으로 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먼저 이 공간에 와봤다고 해서 처음 오는 사람들과 느끼는 바가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 일단 여기를 와보면 다 좋아할 것 같다. 상영하는 영화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고, 일단은 의미를 좀 찾아봤으면 좋겠다. 악기상가 위에 이렇게 극장이 있다는 것, 실버영화관과 같이 있는 이런 풍경이나 모든 경험들이 다 소중한 것 같다. 사람들이 다 알아서 느끼지 않을까 한다. 내가 처음 시네마테크에 왔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매표소의 직원의 친절함이었다. 처음 표를 끊을 때부터 분위기가 달랐는데, 영화에 대한 얘기를 간단히 해줬던 것 같다. 영화관이나 시설 이용 안내, 상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인상이 좋게 남아있다. 매표소에서도 대뜸 이 영화 재미있냐고 물어보고 싶고, 그렇게 편하고 쉽게 생각하고 싶다. 모두 그런 열정이 있는 분들이라 어디서든지 영화 소개도 편히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극장 입구에서 수표를 할 때에도 친근한 느낌이 든다. 항상 이 공간에 오면 영사 기사님도 궁금했는데, 이 공간이나 영화제의 역사에 대해 그분들만큼 잘 알 수 있는 분들도 없을 것 같다.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에 계신 영사 기사님께서 이야기를 해준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인터뷰나 서면으로도 얼마든지 실을 수 있으니 이 공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그 역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 글 : 장미경(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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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속 작은 학교 단체관람자들의 게릴라 인터뷰

매달 한번, 시네마테크에서는 ‘영화관 속 작은 학교’가 진행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화 상영과 강연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2일에는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슈퍼 에이트> 상영과 함께 김종관 감독의 영화작업에 관한 강연이 있었다. 영화의 이야기가 슈퍼 8mm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10대들에 대한 것이었던 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과 영화 만들기에 대한 애정이 어린 이야기들이 오갔던 시간이었다. 관객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던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처음으로 시네마테크를 찾았다며,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로 영화를 꿈꾸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황연지(20), 정예나(20), 송지은(19), 오현지(21), 박민지(22), 진연(20)

Q. 다들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민지:
같이 영화의 꿈을 가진 사람들끼리 인터넷의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서울아트시네마에는 다들 오늘 처음 왔다.
지은: 예나가 <슈퍼 에이트>를 여기서 천 원에 볼 수 있다고 그래서 오게 됐다.
다같이: 김종관 감독님 강연도 같이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왔다!

Q. 질문들을 열심히 해서 인상 깊었다. 오늘 본 영화 <슈퍼 에이트>나 김종관 감독의 강연은 어땠나?예나: 영화 정말 재밌었다. 김종관 감독님이 <슈퍼 에이트>에 대해 얘기해 주시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많이 강조하시는 부분이 좋았다.
현지: 시나리오의 소재를 어떻게 찾는지 질문했었는데, 정말 좋은 얘기들을 해주셔서, 오래 기억남을 것 같다. 나중에 영화를 하게 될 때 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연: 집이 전라북도 남원인데, 이런 기회가 남원에는 없다보니 감회가 새롭다.
연지: <슈퍼 에이트>에서 찰스와 친구들이 영화를 만드는데, 솔직히 학생들이 그렇게 만들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런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울에 살지만 시네마테크를 잘 알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자주 오고 싶다.
민지: 영화를 하면서 힘든 부분에 대해서, 통틀어서 애정과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감독님 모든 얘기들에도 애정과 열정이 있는 것 같았다. 많이 배운 것 같다.
연지: 강연 때 여자 촬영감독이 많은지 여쭤봤었는데, 별로 없다고 말씀하시더라. 왜 여자 촬영감독이 하기 힘들고, 성공하기 힘든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에 대해서 듣고 싶었는데, 짧게 대답해주셔서 아쉬웠다.

Q. 평소에 어떤 영화들을 좋아하는지?
현지: 팀 버튼 감독을 좋아한다. 영상미가 강한 작품을 좋아한다.
지은: 박찬욱 감독님의 복수 3부작을 좋아하고, 느와르적인 것을 좋아한다.
진연: 자코 반 도마엘 감독과 웨스 앤더슨 감독을 좋아한다.
연지: 민규동 감독님 영화를 좋아한다. 17일 민규동 감독님 시네토크 때도 오려고 한다.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특별히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민지: <샤이닝>. 혼자 보기 무서울 것 같다.
현지, 연지: <쥴 앤 짐>. 워낙 유명한 영화라 궁금했다.
예나: <허수아비>를 보고, 이창동 감독님의 시네토크도 듣고 싶다.

Q. 앞으로 만들기를 꿈꾸고 있는 영화는 어떤 건가?
연지: 촬영전공을 하고 싶다. 자연광이 쓰이는 영화를 좋아한다. 네스토르 알멘드로스 촬영감독의 <천국의 나날들>을 좋아한다. 자연광이 내리쬐면서 주인공이 뭉클거리는 걸 좋아한다.
진연: 아직 구체적으로 만들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닌데, 어렸을 때부터 표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 표류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지은: 사운드를 하고 싶다. 샘 멘더스의 <로드 투 퍼디션>처럼 사운드가 잘 들어간 그런 영화를 하고 싶다. 녹음기사도 하고, 폴리도 하고, 음악도 하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
현지: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 영화에서 시나리오 작가가 부각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휴머니즘 장르를 고집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길을 가고 싶다.
예나: 연출에도 관심 있고, 영화 이론이나 평론에도 관심 있다. 시네마테크 같은 곳에서 일하고도 싶다. 제가 이곳을 경험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려서 영화를 보는 걸 보며 살고 싶다.

Q. 다들 꿈꾸고 있는 분야가 조금씩 다 다르다.
다같이: 그러게. 같이 영화를 해야 할 것 같다. (모두 웃음)

인터뷰/글_장지혜 관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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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로 얽힌 생활의 터전에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접점을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같은 일터에서 만나 알게 된 정윤정 씨는 아주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온 최초의 인연이었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덧 시네마테크에 대한 논의로까지 이어졌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렇듯 유난스러울 만큼 정윤정 씨가 더 반가웠던 것은 시네마테크를 알고 아끼는 사람을 가까운 생활의 영역에서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영화를 전공했고 영화계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다는 정윤정 씨에게서 시네마테크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시네마테크와의 인연을 꽤 오래 이어왔다고 들었다. 2003년도에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시네마테크에 처음 오게 된 날이나 처음 본 영화 같은 것들을 기억하는가. 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시네마테크에 처음 간 것은 2003년 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엔 시네마테크가 소격동에 있었고, ‘허우 샤오시엔 특별전을 할 때였다. 허우 샤오시엔을 좋아해서 간 건 아니었고, 양조위를 좋아해서 <비정성시>를 보러 갔던 거다. 그때에도 영화를 보기 위해 서울에 있는 이런저런 극장을 다닐 일이 많았는데, 다른 극장과 달리 의자가 딱딱했던 것이 신기했었다. 작은 로비에 붙어 있는 관객 회원 가입 안내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메일링을 먼저 등록하게 되었다. 이후 2005년에 대만 뉴웨이브 특별전을 해서 친구랑 왔을 때는 이미 허우 샤오시엔 팬이 되어있을 때였다. 그때 허우 샤오시엔 감독도 내한을 해서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고등학교 때 시네마테크에서 처음 본 영화가 <비정성시>였고, 원래 중국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공부해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그때부터 계속 찾아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양조위가 저를 시네마테크로 인도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웃음).


 

시네마테크에 처음 온 날 챙겨둔 리플렛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더라. 나중에는 어떤 결심으로 관객 회원이 될 생각을 했나. 이 공간에 대한 각별함이 있었을 것 같다.

<비정성시>를 보러 갔던 날 가져온 허우 샤오시엔 특별전리플렛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관객 회원은 스무 살이 되면서 돈을 자유롭게 쓰자는 생각에서 가입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1년에 영화를 30번 이상은 보니까 본전은 나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횟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시네마테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갱신을 계속 하게 됐다.


 

현재 시네마테크가 사람들에게 활용되고 이용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다고 생각을 하나. 전용관의 부재에 따른 문제도 크지만 이 공간을 지키려는 노력이 엉뚱한 의미로 보수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는 류승완 감독님의 지적도 있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또 아직 이 공간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체험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은지.

저도 시네마테크라는 공간에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시네마테크를 좋아하게 되면서 외국에 가면 꼭 그 나라의 시네마테크를 가보자는 다짐을 했고, 그렇게 일본과 대만의 시네마테크를 가 본 적이 있다. 도쿄에는 도쿄국립현대미술관 안에 시네마테크가 같이 마련되어 있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도 독립 영화나 무성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있지 않나. 도쿄의 미술관 지하에도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아카이브가 있더라.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 영화를 보러 가면 살짝 기가 죽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거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고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많아서 보이지 않는 울타리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미술관 안에 있으니까, 하나의 예술로 영화와 미술이 연계되어 있다는 게 좋아 보였다. 시네필이 이만큼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거기에서 한두 명 떨어지는 걸 막자 라기 보다는 예술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접근해야 되지 않나 싶다.
대만의 시네마테크도 정말 작은 공간이고 100석이 채 안 된다. 마찬가지로 도심에 위치해 있고 또 특이한 게 작은 정원이 있었다. 그날 본 영화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했던 <점프 보이즈>였는데, 마침 그날 있던 GV의 분위기가 굉장히 조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름 시네마테크 순례를 했던 것 같다(웃음). 다만, 그 울타리 없음에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게 있다. 작년에 부산 영화의 전당에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공연 전용 상영관이라서 그런지 소리가 많이 울리더라. 예술간의 교류는 좋으나 전용관을 만들 때는 용도를 제대로 구분해줬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에 대한 측면에서, 이탈로 칼비노는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네마테크에서만 충족될 수 있는 순기능과 역할들이 많은데 여태 전용관이 없다는 게 오랜 의문이다. 전용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고, 또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지가 궁금하다.

전용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제가 대학교 때부터 얘기가 진행됐던 거라 지금에 와서 굳이 그 필요성을 얘기한다는 건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이미 무조건 필요한 거다. 서울이 듣도 보도 못한 도시도 아니고 영화산업도 가장 큰 최대의 수도인데 전용관이 있냐 없냐, 의 문제로 싸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오래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전용관이 있다면 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연들을 내부에서 수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간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집약적으로 영화 교육이 이루어지고 그런 것들을 내부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말하다 보니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고 있는데, 영화를 보러 오면 이 주변에 있는 밥집에 가자고 해서 골목골목에 있는 밥집들도 다 찾아갔었다. <소문난 집 추어탕>에서 1500원짜리 국밥을 먹었던 기억도 난다. 또 시네마테크에 혼자 가서 영화를 2~3편씩 보고 올 때가 있는데,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주저 없이 혼자 가는 편이다.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마음이 편하다(웃음). 그리고 스스로에게 비춰봤을 때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은 GV였다. 저는 GV를 정보습득의 의미로 보지는 않고, 재미있고 웃겨서 많이 찾는 편이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참석하는 GV는 김영진 평론가님과 이명세 감독님이다. 학술적이고 진지한 영화 얘기도 물론 있지만 이렇게 재미가 있어서 가는 사람도 있다. GV에서만 들을 수 있는 비화도 재미있고, 이런 것을 홍보 전략으로 해서 접점들이 많아지는 전용관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대한 접근도 굉장히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마침 ‘2012 친구들 영화제가 진행되고 있지 않나. 참여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본인이 원하는 접점이 있을텐데, 이번 영화제에서 보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영화에 대한 취향은 어떤가?

뉴스레터를 매번 체크하기 때문에 친구들 영화제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계속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을 확인한다. 이번 ‘2012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관객들의 선택으로 <화해불가>가 뽑혔을 때 좀 놀랐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의 다른 작품을 봤었는데 영화가 거의 영상 철학이라서 어려워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남은 상영 일정에서 제 취향을 따져본다면 <로제타> <정복자 펠레>. <로제타>는 일단 다르덴 형제의 작품인데다, 내 안의 윤리의식을 일깨우는 영화라서 좋아한다. 윤리에 대한 문제를 다르덴 형제는 실생활에서 굉장히 잔혹하게 보여주지 않나. ‘나는 왜 편하게 살고 있을까하는 반성과 깨달음을 주는 영화라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좋아한다. <정복자 펠레>는 아직 못 봤는데, 궁금증이 있는 영화다. 제가 다닌 대학원의 교수님이 회사 생활을 하다가 교수님이 되신 분인데, 이 영화를 보고 대학원 진학에 대한 결심을 했다고 하시더라. 도대체 어느 정도로 엄청난 영화이길래 회사원이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한 걸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사실 취향이라고 꼬집어서 얘기할 만한 게 없다. 다 너무 좋아한다.

 


이번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의 테마는 이것이 영화다!”이다. 참여 친구들에게도 이 테마로 생각을 묻기도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영화상이 있다면.

글쎄,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영화를 그냥 좋아하는 학생에서 영화에 대해 공부도 해보고 가까이서 일도 해봤지만, 여전히 영화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인 것 같다. 문자 그대로의 행복이 아니라, 행복한 순간을 의미하는 행복 말이다. 슬프고 괴로운 영화를 봐도 거기서 행복해하고 만족감을 느끼지 않나. 그런 행복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바로 영화인 것 같다.

 

인터뷰/글 : 장미경(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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