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4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리뷰] 황폐한 세계와 그곳의 인간들 모두의 존엄을 위한 춤 “이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극장에서 보고 싶어서 추천을 했다. 나도 극장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같이 보면 참 좋지 않을까. 영화사에 좋은 영화가 많지만 최고의 작품 열 편을 꼽으라면 이 작품을 넣을 것 같다. 벨라 타르는 하나의 영화에 대해 한 명의 예술가가 어디까지 장악할 수 있는지 그 극대치를 보여주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추천사 [리뷰] 황폐한 세계와 그곳의 인간들 모두의 존엄을 위한 춤 안개가 자욱이 낀 황량한 평원을 담아내는 흑백의 이미지. 비바람을 맞으며 진흙탕이 되어버린 대지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인물.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느릿느릿한 카메라 움직임과 롱테이크. 거기에 덧입혀지는 생생한 자연의 소리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인간의 비참과 우울의 정서.. 더보기
[리뷰] 1960년대에 대한 쓸쓸한 초상 - 장준환 감독의 선택작 <5번가의 비명> “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미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존 터투로, 조디 포스터, 팀 로빈스가 아주 유명해지기 전에 출연한 작품인데, 개성 있는 배우들이 개성 있는 영화에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대단한 의미가 있다거나 무게가 있기보다는 컬트, 또는 괴작에 가까운 영화다. 이런 독특한 재미를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 장준환 감독의 추천사 [리뷰] 1960년대에 대한 쓸쓸한 초상 - 토니 빌 감독의 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만큼 국내 관객에게 조금은 생소할 작품이다. 영화는 뉴욕 브롱크스 지역의 평온하고 일상적인 풍경을 훑으며 시작된다. 그러나 곧이어 드러나는 인물들의 상황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어느 수학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날, 강간죄.. 더보기
[리뷰] ‘화란 영화’를 보고 찡해지다- 한받의 추천작 <마리안의 허상> “91년의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텔레비전 모니터로 이 영화를 접한 이후로제게 이 영화의 잔상이 계속 남아 있어요.어두운 극장에서 필름으로 꼭 보고 싶었습니다.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수 한받(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추천사 [리뷰] ‘화란 영화’를 보고 찡해지다- 90년 봄에 (1989)를 뒤늦게 재개봉관에서 보고 슬슬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고1이었고 사춘기였습니다. 가요톱텐에 강수지가 나와서 ‘보라빛 향기’를 불렀고, 방송반에서 단체로 미팅을 했고, 걸어서 간 호숫가 벤치에 앉아 파트너와 함께 배를 타던 친구들을 바라봤습니다.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막연하게 길에서 기다렸고 우연히 만나서 ‘폴리스(The Police)’의 《싱크로니시티 Synchronicity》(1983) 앨범을 녹음한 카세트 .. 더보기
[리뷰] 장률 영화의 원형 - <당시> [리뷰] - 장률 영화의 원형 (2004)는 장률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이 영화는 장률의 가장 자기 반영적인 영화이자, 장률식 미니멀리즘의 원형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공간은 인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실내(방, 복도, 엘리베이터)로 한정되어 있고, 카메라는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또는 영화 형식에 대한 엄격한 자기 제한은, 단순한 미학적 형식주의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삶과 영화에 대한 장률의 윤리적 태도의 표현이다. 장률에게 미학과 윤리는 분리 불가능한 하나의 문제를 이루고 있다.전직 소매치기였던 (영화를 만들 때의 장률과 비슷한) 42살의 한 남자(왕시앙)가 있다. 그는 세상과 단절한 채 집안일(요리, 설거지, 세탁)을 하거나, TV 보기(‘당시(唐詩)’에 대한 방.. 더보기
[리뷰]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무기력한 슬픔 - 김홍준 감독의 선택작 <두 연인> * 김홍준 감독의 선택 “1973년, 그러니까 딱 40년 전에 만들어졌고, 의 로버트 와이즈 감독, 의 피터 폰다, 그리고 '소머즈'로 유명해지기 전의 린지 와그너가 주연. 결코 걸작이거나 명작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 때문임.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 개봉되었는데, 무엇에 끌렸는지 여러 번 보았고, 세월이 지나 다시 보려 해도 비디오나 디브디로 출시되지 않아 볼 수 없었던 영화, 그 기억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선택했음.” [리뷰]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무기력한 슬픔 - (*영화의 결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있습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은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건이나 이야기보다는 그 사이에 스며든 정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영화이다. 모로코에서 .. 더보기
[리뷰] <마더>를 흑백으로 만든 후 생긴 변화 [리뷰]를 흑백으로 만든 후 생긴 변화 (*영화의 결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있습니다.) 다. 봉준호 감독이 2009년에 발표한 바로 그 말이다. 그런데 지금 왜? 흑백 버전이 발표됐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를 촬영하던 중에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라고 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어둠의 콘트라스트가 구현하고자 했던 빛의 느낌이 의 흑백 버전으로 더 잘 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새로운 장면이나 사운드 등의 추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흑백 전환만으로도 는 칼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흑백이라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느낌이 있다”고 소감을 밝힌 봉준호 감독은 좀 더 구체적으로는 “스산한 흑백의 느낌이 와 어울린다. 인물의 섬세한 연기도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생.. 더보기
[리뷰] 모럴 패닉: 시대의 불안과 위협 - <죽음의 키스>, <프렌치 커넥션>, <파이트 클럽> 특별섹션 : 패닉 Moral Panic사회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폭력과 특정 집단을 향해 발산하는 사람들의 격렬한 감정을 다룬 미국 영화의 시대적 문제작을 디지털 복원작으로 소개한다. [리뷰]모럴 패닉 : 시대의 불안과 위협 이 목록들은 지극히 우연적인 선택의 결과다. 미국 영화들 중에서 최근 디지털 복원된 작품들 네 편을 추렸던 것이다. 시대는 제각각 다르다. 다만 선택의 과정에서 은연중에 ‘패닉panic’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패닉이란 알다시피 돌발적인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에 의한 혼란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혹은, 그에 따른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일종의 공황상태다. 이 단어와 함께 의식에 부상한 것은 도덕moral이란 말이었다. 그렇게 모럴과 패닉의 합성어가 만들어졌다. 이 개념은 197.. 더보기
[리뷰] ‘잉여’조차 되지 못하는 청춘들의 가난한 춤 - 이준익 감독의 선택작 <토요일밤의 열기> “최고의 섹시 청춘스타였던 시절의 존 트라볼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신나는 댄스영화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영화 속 토니의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의 청춘들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다.” - 이준익 감독의 추천사 [리뷰] ‘잉여’조차 되지 못하는 청춘들의 가난한 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는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 미국 대중문화의 격변을 매우 세밀하고도 특징적으로 묘사한다. 정점을 찍었던 극장 포르노 산업은 이제 곧 비디오에 시장을 내줄 운명이었고,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가진 것 없고 가방 끈 짧은 청년들의 희망이었으나 예전 만하진 못했다. 그리고, 디스코. 몸에 딱 달라붙는 셔츠와 판타롱 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디스코를 추던 장면들은 의 미장센을 강력하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