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오멸 감독과의 대화 지상중계

 

지난 9월 8일 <이어도> 상영 후, 끊임없이 제주도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온 오멸 감독과의 시네토크 자리가 이어졌다. 제주 4.3을 다루는 영화 <이어도>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이곳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연초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했었다. 7개월 만에 다시 상영한 셈이다. 오늘 오신 분들 중에 <이어도>를 처음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때도 잠깐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이어도>라는 작품은 제주 4.3에 대한 작품인데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간단히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오멸(영화감독): 다른 작품에 비해서 이 영화는 관객 분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적 재미도 많이 배제되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작업을 한 건데 이렇게 같이 보게 돼서 소통이 부담스러운 점도 있는 것 같다. 제주도라는 지역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고 아름다운 풍광으로는 이야기가 많이 되는 한편, 제주도의 역사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오가는 있는 경우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슬픈 일이 많았던 곳이라서 그 이면에 있는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다. 다만 그 이야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에 그림처럼 보여드리면서 이야기를 살짝 건네 보려고 했던 작업이다.

 

김성욱: 어떻게 해서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되고 영화적 작업을 하시게 됐는지 궁금하다.

오멸: 원래 전공은 한국화였다. 그림 그릴 때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아>를 본 적이 있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는 이런 작업, 이런 표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연극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연극 연출, 공연예술 쪽으로 공부하면서 여러 분야를 돌아다니고 싶었다. 극단을 만든 지 10년쯤 됐는데 지금도 극단 운영을 하면서 틈틈이 영화도 같이 하고 있다.

 

김성욱: <이어도>는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출연하신 분들도 연극작업을 같이 하셨던 분들이다. 화면 안에서 보면 인물들에게 연극적인 느낌이 있고, 나머지의 경우는 자연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그런데 동시에 카메라의 존재성이라고 해야 할 부분들도 강하게 느껴졌다. 특히 포커스가 나간 상태의 화면들이 영화에 꽤 많았다. 촬영의 컨셉이 궁금하다. 연극적인 인간의 드라마가 있고 그걸 찍어나가는 과정에서 카메라의 광학적 특징이 많이 드러난다.

오멸: <이어도> 전에 만든 영화들에서는 카메라의 기술적인 사용을 안 했다. 왜냐하면 제주도에 장비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 이 작업은 카메라 감독이 렌즈를 두 개 갖고 있어서 효과를 써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효과를 그냥 썼던 건 아니었다. 어린 엄마가 아침에 몸이 무거워서 못 일어나고 하는 장면은 포커스가 전체로 나가 있는데, 그 장면은 사전 콘티에 없었다. 어린 엄마를 우리 어머니라고 생각해봤을 때 우리 어머니가 어린 나이에 저를 키웠다면 저 모습이었을 테고 저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 장면을 보니까 눈시울이 붉어지더라. 저 온전히 무거운 몸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눈도 중요한 것 같았다. 시선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포커스가 나가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포커스가 나무 이파리에 있기도 한데 거기서 부서지는 빛들, 풍광들이 그 엄마의 우울한 삶에 비추어서 싱그러운 햇살이 들이비추고 있는 것이 감정적으로 대조가 되는 것도 있어서 순간순간 선택을 했다.

 

김성욱: 연극 작업과 영화 작업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에이젠슈테인이 연극에서 출발했다가 영화로 들어갔던 이유 중 하나가, 연극으로 리얼리티를 구사하려고 하는 그 순간에 공간, 환경, 자연이 갖고 있는 사실적인 리얼리티는 연극이 근간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 면에서 제주의 자연들을 화면에 담아내는 건 연극이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극과 영화를 동시에 하실 때, 그 차이들을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오멸: 주제 같은 경우는 연극이나 영화나 충분히 각자의 역할로 닿을 수 있는 것 같다. 무대에서는 배우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있다면, 영화에선 시선과 사운드 등 여러 가지 것들로 감정을 표현해내서 조금 더 풍부한 요소들이 많은 것 같아서 탐이 나는 분야인 것 분명한 것 같다. 저 같은 경우엔 처음에 그 경계를 넘기가 힘들었다. 표현하는 방식에서 카메라라는 존재감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너무 무서웠다. 연극 무대는 일대일의 공간인데 영화는 360도 모든 공간이 열려 있다. 안 써왔던 감각을 너무나 필요로 해서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대신 그만큼 시선, 표현의 다양성이 열려있어서 그걸 넘어서려고 했던 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김성욱: 장면들 상당수는 고정된 채로 촬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들고 찍어서 흔들리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들고 찍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오멸: 카메라에 담기는 호흡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 공간에 같이 서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의 호흡을 담아야 할지 말지를 생각했지, 깨끗하게 찍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존재감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호흡에 대한 개념이 중요한 것이다. 앵글이 흔들려서 보는 데 불편할 순 있지만 그 시대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호흡하면서 그 시대로 들어가고 싶었다.

 

김성욱: 카메라를 들고 있는 호흡의 느낌이 화면에 묻어나는 것처럼, 자연의 느낌도 그런 호흡 중 하나가 아닐까.

오멸: 제 시나리오는 많이 비어있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현장의 공간, 자연에 대한 걸 감안하지 못한다. 그걸 들고 자연에 나가면 시나리오가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던 상황을 많이 맞이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들어가서 공간과 자연이 주는 이야기나 메시지들을 들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아침마다 뭘 찍을까 고민할 때 결정을 내리는 건 마치 자연이 얘기해주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찍으면 바람이며 풀이며 나무며 이런 것들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더라. 그게 게으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식의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김성욱: 게으른 게 아니라 작가로서 그런 작업을 해 나가는 데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방금 얘기하신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군인이 오름을 지나가는 순간 구름이 깔렸다가 걷히는 장면이다. 처음 오신 분들은 CG가 아닐까 생각하실 텐데, 저도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놀랐다. 그 장면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으면 한다.

오멸: 촬영 당일 아침에 그냥 그 자리에 가서 찍기로 결정이 났다. 그러다보니까 조연출이 군인의 헬멧을 깜빡 잊었다. 그래서 조연출이 헬멧 가지러 왔다 갔다 하느라 2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 광원을 놓칠 것 같아서 속이 타고 있었다. 나중에 조연출이 도착하고 첫 테이크 가고, 동선 잡고, 두 번째 테이크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쫙 깔리더라. 마치 모든 상황들이 그 시간이 오기까지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 찍자마자 그 컷을 확인하러 사무실에 갔다가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조금 났다. 개인적으로 슬프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했다. 그날 하늘을 덮었던 구름, 바람, 햇빛, 풀이 하나로 같이 움직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주도의 자연이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우리 촬영을 위해 그 날을 기다려준 것 같았다. 제주도가 이 장면을 같이 만들어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들이 제주도에 있었던 기억들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 그런 장면을 그들이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슬펐다. 만약 내가 이 영화를 안 찍었으면 그 소리를 못 듣고 그냥 살지 않았을까.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관객1: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오멸: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주도를 얘기하는 색깔을 떠올리면 보통 푸른 하늘, 비취색의 바다, 오름의 황토색 등이 있을 거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제주도의 색채는 유채색보다 무채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땅이 갖고 있는 무게와 순박한 사람들의 역사나 삶에 대한 모습에서 흑과 백에 대한 느낌을 많이 갖고 있다. 그리고 한국화로 사과를 그리면 그 흑백의 톤 안에 작가의 마음, 작가의 세계나 여러 가지가 섞여서 어느 순간엔 빨간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흑과 백은 단조로운 칼라일 수 있지만 어떠한 경험이나 제주도를 이해하는 상황에서 보면 각자 가질 수 있는 칼라로도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저도 칼라를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만 화려한 색보다는 흑백이 더 잘 다가오는 것 같다. 예산에 대해서는, 시대극을 찍으면서 의상이나 전체적인 톤들을 정리하고 통일시키는 게 힘들다. 미술감독이 두드러지게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색상 톤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저는 다른 영화도 워낙 저예산으로 해서 상관은 없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자연스러움을 얻는 것도 있기는 하다. 대신 리얼리티나 색채에서 오는 즐거움 등 버려야 할 것도 많다. 보통의 경우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 개념과 관념의 부분 각각의 비중을 50대 50으로 둔다면 저의 환경에선 50대 50으로 갈 수가 없다. 대신 후자에 비중을 많이 둔다. 거듭 말씀드리면 흑백은 저한테 제주도의 느낌이다. 제주도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보다 슬프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게 적절한 것 같다.

 

관객2: 영화 초반부에 여인이 계속해서 물을 물동이에 나른다던지, 견딜 수 없이 이어지는 삶을 카메라가 계속 쫓아가는데 중간 중간 사나운 파도가 심하게 부딪히는 장면들이 있다. 파도가 어떤 국면이나 전환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다.

오멸: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는데,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바다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어도>의 바다는 절망의 바다이자 고난의 바다이기도 하고, 엄청난 삶의 무게를 표현하는 방식을 갖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바다가 폭탄처럼 엄마를 때린다. 그러면서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게 제주도의 바다이다. 저는 20대 초반에 바다에 가서 생각을 던지고 온 적이 많다. 제주도의 수십만 인구가 자신의 고민을 바다에 던지지 않았을까. 영화 속에서 엄마가 바다에 내려가서 미역 줄기를 들고 내려오는데, 바다는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짐이기도 한 거다. 제주도 바다는 열정, 생명, 폭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녀린 엄마에게 폭탄처럼 쏟아지는 공격적인 바다의 느낌도 갖고 있다. 제주도 바닷가에 엄청나게 많은 시신이 떠 있었던 적이 있다. 바다 위로 폭포가 떨어져서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는 정방폭포는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당하여 그 밑이 피바다가 됐던 자리다. 제주도의 바다는 아름다운 자연에 비해 묻혀버린 역사를 지니고 있는 슬픈 바다이다. 그런 바다를 감정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다.

 

관객3: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하지만 처량한 곡조의 음이 계속해서 일관되게 흐른다. 그 음악을 왜 영화 대부분에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오멸: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고정국 시인의 시를 읽고 곡을 붙이려고 하는데 너무 슬퍼서 못 붙였다. 그래서 단소로 멜로디만 만들어서 녹음만 해 두고 그냥 구술하듯이 읊조린 곡이다. 그 곡을 예전에 한 번 듣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됐다. 너무 충격을 받았다. 다시 두 번째 들을 때는 내 시나리오가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엔 그 음악 바로 앞에 15초 정도 되는 부분을 영화 길이만큼 늘렸다. 그래서 이 음악을 만든 친구한테 네 음악이 8분인데 내 영화의 전주곡이 됐다고 말했다. 전주를 한 시간으로 늘리고 이 8분을 위해서 영화를 찍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라고 하기보단 8분을 가기 위한 뮤직 비디오나 영상을 잠깐 만든 것이다. 이 8분이야말로 진짜 영화가 아닐까, 영화가 과연 뭘까, 우린 영화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영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김성욱: 이 영화 이후에 만든 장편영화 <지슬>이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다. <이어도>를 보신 분들이 부산에 가게 되면 <지슬>도 보셨으면 좋겠다. <지슬>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간단히 얘기해주시고 마지막 말씀 부탁드린다.

오멸: 심정적으론 이 영화의 후속이긴 하나 많이 다르다. <지슬>은 제주도민들을 달래고 싶어서 만든 영화다. 사이즈도 커졌고 드라마도 많이 들어간다. 주변분들 반응이나 기술팀 쪽에서 좋게 얘기가 나와서 궁금하시면 나중에 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심도 좋은데 제주도의 다른 이야기들에 관심도 주시면 좋겠다.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에 의해 역할을 강요받는 역사와 그로 인한 서글픔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애정 있게 보시면 서로 오해들이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정리: 송은경(관객 에디터) 사진: 박지연(자원 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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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장건재 감독과의 대화 지상중계

 

지난 9월 2일 <잠 못 드는 밤> 상영 후 영화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과 주연 배우 김주령 씨가 함께 하는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감독과 배우의 삶이 반영되고 녹아든 영화였던 만큼 시네토크 역시 영화 안팎을 오가며 흥미롭고 진솔하게 이야기 나눈 시간이었다. 이 날의 이야기를 일부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장건재 감독의 첫 번째 영화 <회오리 바람>이 청소년기의 성장담을 다뤘다면 <잠 못 드는 밤>은 좀 더 성숙한 일상의 문제들이 담겨있다. 어떻게 이 영화를 생각하게 되었고, 실제로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장건재(영화감독): 이 영화는 작년 봄 쯤 기획했다. 제 아내이기도 한, 김우리 프로듀서와 이 영화에 대해서 맨 처음 이야기할 때 사실은 논외의 프로젝트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을 반영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종종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사진이든 글이든 무언가로 우리의 삶을 남기고 싶다는 것, 수면 위로 드러내는 이슈들은 아니지만 우리가 갖는 일상적인 고민들이 담겨진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단편이나 중편 정도라면 우리가 작업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보통의 순서는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내고 어떤 역할로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일 텐데, 이 영화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배우를 일단 만나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고, 일상적인 삶과 고민을 담은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작업이 시작되었다.

 

김성욱: 오늘 같이 자리해주신 배우 분의 얘기도 듣고 싶다. 장건재 감독이 <잠 못 드는 밤> 같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제안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 지가 궁금하다. 영화의 장면들이 굉장히 긴데 특히나 싸울 때의 장면은 배우들 간의 호흡도 정말 중요했을 것 같다.

김주령(영화배우): 먼저 이런 자리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로 작품을 보여드리면 그게 다인데 이런 자리에서 영화를 이야기 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웃음) 결혼한 지 일 년 반 되던 차에 장건재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찍겠다 해서 만났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회오리 바람>을 제가 너무 잘 봐서 감독님이 어떤 영화를 하든 흔쾌히 찍겠다고 했다. 일반영화처럼 시나리오가 다 나와 있는 것이 아니었고, 감독님이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작업하면서 상대배우와도 얘기를 많이 했지만 늘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고, 찍는 과정에서 찾아갔던 것 같다. 그런 면이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저도 결혼을 했기 때문에 함께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성욱: 영화의 첫 장면들의 이미지들은 어디에서 떠올렸을까 궁금하다.

장건재: 아이들이 사진 찍는 장면은 영화 처음 크랭크인 하던 날 저 역 주변에서 촬영했는데, 저희 영화가 100% 동시녹음이라 아이들 때문에 촬영이 계속 지연되었었다. 연출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이들이 저렇게 놀고 있었다. 촬영감독한테 일단 찍어두자고 했고, 사실 영화에 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던 장면이었는데, 편집 후반부 때 저 장면을 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생각했던 오프닝의 느낌이 번잡한 도로의 느낌에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라, 왔다갔다하는 차라든가, 길가의 아이들로 시작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성욱: 이 영화의 가장 과격한 씬은 꿈 장면이었던 것 같다. 현장소리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이 되고 있어서 롱 테이크의 화면 안에서도 내부와 외부의 느낌이 같이 연결된다. 꿈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인 순간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이 꿈 장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장건재: 원래 이 영화는 꿈 장면 같은 것들이 들어오지 않고서 시간 순으로 쭉 진행되는 이야기였고, 두 사람의 일상에서 시작해서 어떤 결심의 순간을 다루자고 생각했었다. 작업 초기에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꾸는 꿈 장면들을 삽입을 해보자 싶었다. 그러면서 남자는 어떤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꿈으로 꿀까, 여자의 무의식은 어떻게 꿈으로 드러날까를 생각하면서 지금과 같은 구성을 떠올리게 되었다. 남자가 계속 걱정하는 생활의 불안함이 있을 것이고, 여자의 경우는 관계에 관한 고민들이 저럼 느낌으로 꿈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성욱: 이 영화에서의 부부의 묘사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이다.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나 대화를 나눌 때도 그렇고 심지어 싸울 때조차도, 부부라기보다는 굉장히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 있다. 부부의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 이 영화의 거의 대부분이고 영화를 볼 때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관계의 묘사에서 느낌을 만들어가는 데에 어떤 점들을 염두에 두었나.

장건재: 기본적으로 대화 씬이 굉장히 많았다. 만약 밥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장면을 찍는다고 했을 때, 배우들에게 내가 담고 싶은 액션은 밥을 먹는 것이고, 그러면서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얘기를 드리는데 그게 대화의 주제로 드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톤 안에서 희미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 의견과 배우들 의견을 듣고 톤을 조절해가며 한 씬 한 씬씩 찍었다. 그렇게 한 컷을 찍고 나면 거의 하루가 가는 경우가 많았고, 한 3일 정도에 한 컷을 찍고 못 쓰게 된 장면도 많았다. 배우들과 얘기 하면서 같이 만들어간 장면들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실제 본인들의 고민도 영화 속에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방향성이 영화를 찍어가면서 좀 더 흐릿해진 부분이 있다. 사실 원래 계획은 여자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하고, 남자는 그걸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보다 색깔이 강했다. 결과물은 훨씬 옅게 나온 것 같고, 어떤 주제의 영화라기보다 저희 두 사람에 관한 영화 쪽으로 방향을 가져갔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김주령: 일단 부부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대 배우와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사실 만나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시간을 나눌 여유가 많지 않았고, 짧은 시간 내에 정확한 시나리오가 없으니까 서로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상대배우와 어떻게든 가까워져야된다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을 했던 것 같고, 다행히 상대배우도 함께 노력해 주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괜찮았다. 사실 이렇게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사는 부부는 없지 않나. 알고 보니 장감독님 부부가 그렇게 사시더라. 저도 그렇고 상대 배우도 그렇고 평소에 그렇게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런 부분이 처음에는 서로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이게 과연 어떻게 영화가 될까 싶었는데, 중요한 건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구체적인 주제를 믿고 따라가는 것이었고, 감독님이 워낙 배우들한테 많이 열어놓으셔서 함께 얘기하고 고민하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저에게 정말 의미 있는 작업이었고, 영화를 보고나서도 정말 좋았다.

장건재: 이 영화에서의 대화 장면에서 촬영된 쇼트/리버스 쇼트는 없지만, 한 프레임 안에 대화에서의 쇼트/리버스 쇼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좀 더 역동적으로 보이길 원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일상적인 대화라면 표현적으로 굉장히 지루해질 수 있다.

 

 

관객1: 영화 속 부부는 제 주변에선 보기 힘든 커플의 모습이다. 사실 언제 이 커플이 어긋나게 될까를 생각하면서 봤는데, 싸우는 장면도 결국 꿈이었고, 그러면서 결말도 부드럽게 끝나서 전체적으로 영화가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건재: 사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찍은 건 아니었다. 그 안에도 첨예한 어떤 것이 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이 찍으면서 발견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런 톤으로 영화가 나온 것에 대해선, 어쨌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저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떤 바람이 깃든 영화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김성욱: 실제로 현실 안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고, 이 영화의 대사 안에서도 어느 정도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최종적으로는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거기에는 이 영화 속에서의 인물의 결정도 있고, 영화를 찍어나갔던 감독의 결정도 있었을 것 같다.

장건재: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아내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 선택 안에서 또 어떤 삶을 선택해서 살 것인가를 가지고 끈질기게 매일 밤을 몇 달에 걸쳐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늘 결론이 잘 안 나더라. 얘기 끝에 아이를 낳는 삶 속으로 뛰어들자고 결정을 하게 됐고, 그 즈음에 영화를 만들게 됐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저의 삶 안에서 그런 문제들을 훨씬 더 깊게 얘기 나눴던 것 같다. 이 영화의 부부가 마치 봉합되듯이 해피엔딩의 선택으로써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뉘앙스를 주고 있을 수도 있지만,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결혼기념일에 사랑을 나누고 어쩌면 그 날 아이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으로 영화가 끝나는 것이 단순히 해피엔딩의 방식이라기보다 좀 더 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좀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의 삶 안에서도 결론의 방식이 아니라 과정 안에서 선택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관객2: <회오리 바람>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의 마지막에 꿈 장면을 정확하게 얘기해주지 않고 지나가는데 어떤 의도셨는지 궁금하다.

장건재: 제가 바라보는 세상인 것 같다. 저는 저의 무의식이 정직하게 투영되는 꿈을 꾸는데, 그래서 꿈을 보면 제가 숨기고 있던 감정들이 다 드러난다. 꿈 장면이 현실적인 느낌으로 찍는 것에 대해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저 뿐 아니라 많은 영화들에서 그런 방식을 쓰는데, 저의 영화에서는 꿈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없고 나오는 장면만 있다. 제가 꿈을 꾸는 방식이기도 하다. 보통 언제 꿈이 시작되는지는 잘 모르고, 꿈의 끄트머리에서나 깼을 때서야 꿈을 인식하게 되는데, 영화에서의 꿈을 인식하는 관객들의 방식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성욱: 영화가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일상적인 친밀함인데, <잠 못 드는 밤>은 일상적 친밀함들을 굉장히 잘 표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작업자체도 일반적인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예외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영화가 소비되는 방식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실 얘기가 있다면.

김주령: 배우는 본인이 출연한 영화가 좀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가장 바라게 된다. 앞으로 이 영화가 개봉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더 많은 관객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이렇게 함께 공감하시는 모습들을 보니까 저도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감사드린다.

장건재: 서울아트시네마는 저에겐 남다른 공간이다. 여기서 관객들을 만나 얘기할 때 어쩔 수 없이 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영화와 저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생각하면서 많이 긴장을 했었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계속 저에 대한 얘기를 함께 해야하고, 삶 안에서의 저의 고민을 영화와 계속 같이 가져가는 부분이 한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관객들과 만나 부딪혀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얘기가 어떤 분들에게는 다가올 삶에 대한 얘길 수도 있고, 또 어떤 분들에게는 지나간 삶의 얘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저나 여러분이나 멈추지 말고 계속 삶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정리: 장지혜(관객 에디터) |사진: 황초희(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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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념> 임흥순 감독과의 대화 지상중계

 

지난 9월 1일, <비념> 상영 후 임흥순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제주 4.3에서 강정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풍경에 가려진 제주의 어두운 모습을 담아낸 임흥순 감독과의 이야기를 여기에 일부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영화 <비념>의 작업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 하게 되었나.

임흥순(영화감독): 단편선의 작품들도 가족의 이야기에서 시작했고, <비념>같은 경우도 저의 가족은 아니지만 김민경 프로듀서의 가족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 3월에 동료 미술작가들과 제주도를 내려갔었는데, 그 때 3일 동안의 일정을 끝내고 김민경 프로듀서와 함께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처음에는 제주도의 일제강점기 흔적 같은 것을 찾아볼까 해서 왔는데, 김민경 프로듀서의 할아버지가 4·3 때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가 되었고, 그 해 10월부터 가족들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김성욱: 영화 시작부에서 전통적인 복장을 하고 두 분이 서있는 장면은 그 이후엔 등장하지 않는데, 어떤 장면인가.

임흥순: 영감놀이라는 제주도의 굿이다. 영감은 일종의 도깨비인데, 심술을 많이 부리고 특히 혼자 사는 과부나 여성들을 괴롭히는 도깨비다. 신의 일종인데, 제주도의 무속에서 신이 형상화된 모습은 그것 하나라고 들었다.

 

김성욱: 제목도 그렇고, 영화에 전체적으로 무속적인 것이 많이 등장한다. 정확하게 ‘비념’이란 어떤 의미인가.

임흥순: 큰 굿은 굿이라고 하고, 작은 굿, 혼자서 하는 굿을 비념이라고 한다. 비념은 개인의 행복해지고 싶은 바람 같은 자그마한 부분을 다룬다. 4·3과 관련해서 어떻게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나 행복해지고 싶은 바람을 비는 마음이랄까, 그런 의미의 영화다.

 

김성욱: 처음에 나오는 굿도 비념인가.

임흥순: 비념에 가까운 부분이 있다. 처음에 나오는 굿 장면은 강상문 할아버지의 7일장 마지막 날이었다. 6일은 유교식으로 장례를 치렀고, 마지막에는 할머니께서 굿을 원하셨다. 제주도가 전체적으로 남성문화, 중심문화는 유교이고, 여성문화, 주변부 문화는 무속으로 되어있어서, 여성들 안에서는 그런 굿을 해왔던 것이다. 실제로 그런 굿은 찍기가 좀 힘든데, 가족이기 때문에 촬영이 가능했던 부분이 있다.

 

김성욱: 인터뷰 장면들이 특이했다. 사람들의 얼굴이 등장하는 순간도 있지만 많은 경우 등장하지 않거나 굉장히 제한적으로 보인다.

임흥순: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보통 얼굴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해서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부분은 이 전에 외국인 노동자와 작업을 할 때 대상화시키는 부분을 경계하면서 작업했던 것이 남아있는 것 같다.

 

김성욱: 종종 거울에 반사되는 이미지들이나 기울어진 화면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임흥순: 지금의 상황들을 여러 각도에서 봐야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좌나 우든, 너무 양분화 되어있다 보니 여러 각도에서 보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김성욱: 4·3 행사나 강정 마을에 관한 보도들이 TV화면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당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느낌도 있고, 미디어가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주는 느낌도 있다. 그런 방송화면들은 그 순간들마다 촬영을 한 것인가.

임흥순: 영화에서 제가 한라산을 올라가는 장면이나 눈밭 위를 뛰는 장면 이외에는 모두 연출 없이, 그 때 그때의 상황들을 계속 찍어나간 것이다.

 

김성욱: 눈밭 위를 뛰어가는 장면은 4·3항쟁 당시의 사람들의 느낌을 주는, 재연의 한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임흥순: 이 영화 안에서 저의 고민들, 헤매거나 알아가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분들의 인터뷰를 듣고 재연을 통해 그 느낌들을 한번 밟아보고 싶었고, 그런 부분이 저로서는 굉장히 중요했다. 신발도 미처 못 신고 한라산으로 도망쳤다든가 하는 것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김성욱: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촬영을 진행하셨는지 궁금하다. 영화 안에 4·3에 대한 것과 인터뷰, 강정과 관련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촬영이나 편집 단계에서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임흥순: 촬영은 200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했다. 전체적인 편집을 고려해 촬영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사실 초반에 제작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정해진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기억이나 장소, 풍경 같은 것들을 넝마꾼처럼 계속 주워 담았는데, 촬영분을 놓고 보니 일본의 할머니 고향이 강정이고 하는 식으로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다. 편집이 굉장히 어려웠다. 해야 할 얘기, 인터뷰한 분들은 많은데, 다 쓸 수는 없고, 어쨌든 간추리다보니 이렇게 나온 셈이다.

 

김성욱: 기록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장면이 있는데, 어떤 비극적인 순간들을 그러한 방식을 통해서 되돌린다는 느낌이 있다.

임흥순: 오라리 방화사건의 필름이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필름인데, 사실 조작 편집된 영상이다. 경찰이나 서북청년단이 마을에 불을 지르고선 무장대가 저지른 것처럼 조작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평화협상이 한번 일어났었고, 협상을 통해서 잘 마무리되어야 했는데, 그런 상황이 경찰 측에서는 불리했기 때문에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었고, 결국 협상도 결렬됐다. 기록 영상이고 이미 지난 역사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성욱: 그 때는 아마 홍보나 선전적인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겠지만, 그 것 안에서 오히려 당시 상황에 대한 비극성이 느껴지는 역설이 있는 것 같다. 그 기록 영상은 어디서 만든 건가.

임흥순: 미군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미군기록보관실에 있었고, 지금은 4·3 평화공원에 보관되어 있다.

 

김성욱: 할아버지 한 분이 집 앞에 서있는 모습이 비스듬하게 찍혀있고, 화면 오른쪽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찬성하는 주민들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전체적인 영상들이 4·3과 강정에 있었다면, 그 순간은 마을 사람들의 느낌일 수도 있고, 촬영방식이나, 사람들의 말들, 서계신 분의 느낌도 그렇고 약간 다른 느낌이 있었다.

임흥순: 원래는 화면에 반쯤 숨어있는 곰돌이 인형을 촬영하려고 했는데, 그곳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나오신 거고, 그 다음에 올레꾼들이 지나가면서 이야기하던 것이 우연히 담기게 되었다. 그 분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바라보는 제주의 풍경을 그대로 얘기해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굉장히 남의 이야기처럼 바라보는 상황이 사실은 우리가 제주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관객1: 영화를 보면서 사운드를 유심히 들었다. 감독님의 <숭시>는 <비념>보다 어둡다는 느낌이 있었고, <비념>은 사운드가 더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풀어내실 때 유심히 고찰하신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임흥순: <숭시>는 <비념>을 만들기 전의 작업이고, <숭시>의 영상들은 거의 대부분 <비념>에 들어있다. <숭시>는 4·3과 강정을 놓고 그 이전과 미래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어떤 모습을 일종의 징후로서만 풀어낸 것이다. ‘숭시’는 제주도 방언으로 징후를 뜻한다. 어느 4·3 연구자께서 강연을 하면서 끄트머리에 징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부분이 인상이 깊었다. 이를테면 당시 쥐가 바다그물에서 건져졌다든가, 대나무 꽃이 폈다든가, 대낮에 관음사에 번개가 쳤다고 하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사실여부를 떠나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나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숭시>는 그런 징후들을 중심으로 풀었던 영화이고,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한 작품이었다면, <비념>은 좀 더 많은 분들이 4·3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려고 했고, 감정적인 부분을 좀 더 보여준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음악에서도 굿이나 연극 장면에서의 현장 음악을 많이 썼다.

 

김성욱: 위기가 도래하기 전단계의 징후도 있고, 무언가 끝난 이후의, 이를테면 강정 안에서 4·3을 보는 것 역시 하나의 징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4·3 과 강정이 동일한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4·3의 경우, 서로 쉬쉬하거나 말할 수 없음이라는 사태가 있기 때문에, 집단적 공동체성이 괴멸되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작업이란 그 말할 수 없음을 자꾸 말하게 하는 것이고, 말한다는 것으로 무언가 깨어졌던 것을 연결하는 것도 하나의 작업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 가운데 강정이라는 사건이 들어있기 때문에, 강정이라는 문제는 부분적으로 집단성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임흥순: 이 영화의 큰 부분은 공동체의 문제에 있는 것 같다. 일단 제 자신이 저의 가족에 대한 것에서 작업을 시작했던 것도 그렇고, 4·3이나 강정의 문제에서도 공동체 문제가 시작점 일 것 같다. 고유의 공동체가 있는데 거기에 국가폭력이 들어가서 파괴되는 순간인 것이다. 한국은 제주도를 역사적으로 계속 타자화, 주변화 했던 것 같다. 해방이 되었을 때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그 공동체 내부에서 좌와 우가 굉장히 잘 어우러져 있었지만, 중앙정부에서는 그것이 두려웠고, 결국 파괴의 시작점이었다. 당시 제주도의 고위관리직이나 경찰들은 대부분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제주 사람들을 대할 때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 기억으로 인해 제주도의 어르신들은 지금도 계속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의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제주도를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풍경으로서만 알고 있는데, 사실 그것은 우리가 만든 제주도이지 실제 제주도는 아닐 거란 생각을 했다.

 

관객2: 단편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내 사랑 지하>와 <잘 가시오>였다. 그 작품들에 대한 배경 설명이 궁금하다. 지하, 분당, 성남, 제주처럼 계속해서 공간성, 공간과 사람에 주목하시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전의 작업들은 설치작업용으로 만드셨고, <비념>은 극장에서의 상영을 위해 만드셨는데, 작업의 과정에서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임흥순: 좀 더 영화화되고, 세련되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제가 가진 부분은 주변문화에 대한 관심인 것 같다. 회화작업도 “주변인”이라는 타이틀로 작업을 하기도 했고, 중심주의적으로 가는 부분에 대한 반발이나 반감이 커서, 좀 더 주변인, 주변의 역사, 더 넓혀서 지역의 이야기를 해왔던 것 같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노동자이시고, 지하에 사셨다. <내 사랑 지하>는 임대아파트로 이사 가는 과정을 찍은 것이고, 기존의 다큐멘터리에서 가족을 얘기할 때의 휴머니즘적인 부분보다는 공간이나 상황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잘 가시오>는 아버지에 대한 작품이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로 산다는 게 뭘까를 고민하면서 아버지에 대해 인터뷰를 했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에게는 별로 얘기나 재미, 뭔가 드라마를 만들어낼 만한 부분이 너무 없었다. 그러다 아버지 세대의 다른 분들을 인터뷰했는데, 그러다보니 베트남 참전이나, 중동근로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일종의 민초, 민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분들에 대한 인터뷰 작업을 계속 진행했었다. 민중문화, 주변문화의 사적인 부분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하고 싶었다. 그런 문화나 정체성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이 어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지점이 있지만 계속 무시되어왔다. 하지만 그런 기록을 하는 데에 있어서 그림은 좀 답답한 부분이 있다. 반면 영상에는 사진이나 그림이 주지 못하는, 좀 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전시와 극장 상영에서의 차이라면, 전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서, 그 파편들을 보고 관객이 재해석하는 부분이 있고, 그에 비해 영화는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고, 어떤 이야기에 대해 좀 더 공감대를 많이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을 붙잡는 것도 있다. 사실 전시 공간은 스윽 지나가면 1분이면 다 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에 더 나은 부분이 있다.

 

김성욱: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임흥순: 말하지 못함, 말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것으로 인해 굉장히 닫혀 있는 부분들이 있다. <비념>도 마찬가지다. <비념>에서 그 시대의 느낌을 이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 돌아가셨던 분과 인터뷰 해야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가 대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숲과 풍경과 동물들을 동원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대중들과 그 분들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현대의 무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그 분들의 말 못할 사연과 고통들을 전달하고 싶었다.

 

정리: 장지혜(관객 에디터) | 사진: 박지연(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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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ㅇ 2012.09.10 16: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념 정말 좋았음 제주도가 우리가 알던 제주도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새로운 감각을 선보이는 작가 3인의 신작을 만나다!

 

무더운 여름을 ‘2012 시네바캉스 서울’와 함께 시원하게 보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가을의 문턱에서 현실의 감각을 새로운 방식으로 포착하는 감독들의 주목할 만한 신작을 묶어 ‘현실의 새로운 감각: 주목할 3인의 작가전’을 개최한다. 이번에 만날 3인의 작가는 이미 자신만의 개성 있는 영화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멸, 임흥순, 장건재 감독으로 이들이 독립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신작 <이어도>, <비념>, <잠 못 드는 밤> 3편을 8 31일부터 9 9일까지 열흘간 상영한다.

상영작 중 <이어도> <비념>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제주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고,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은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 섹션에 초청되어 대상에 주는 JJ스타상과 관객들의 성원을 받은 JIFF관객상 등 2관왕을 차지하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 세 명의 감독들은 이번 신작에서 현실과 일상의 미학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과는 다른 화법으로 현실을 낯설게 재현해낸다. 또한 이들은 ‘영화’라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른 장르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도 하며, 정지 사진에 가까운 이미지들로 천천히 내러티브를 쌓아 올리고, 언뜻 익숙한 영화문법을 통해서 일상 뒤에 숨은 서늘함을 길어 올리기도 한다.

 또한 이번 주목할 3인의 작가전에서는 세 편의 신작 외에도 주로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던 임흥순 감독의 단편 9편을 모아서 선보이는 임흥순 단편선도 특별상영하며, 이번 3인의 작가전에 참여한 감독들이 그들 각자의 신작 상영 후에 관객과 만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이번 '현실의 새로운 감각: 주목할 3인의 작가전'을 기획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는 이번 기획전은 영화가 각기 어떤 방식으로 현실의 감각을 영화적으로 형상화시키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현실의 새로운 감각: 주목할 3인의 작가전’에 관한 상세한 정보 및 상영시간표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 가능하고, 맥스무비, 티켓링크, 예스24 등 지정 인터넷 예매처에서 예매도 가능하다.

 

★ 시네토크 Cinetalk

9 1() 19:00 <비념>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임흥순(영화감독)

 

9 2() 16:00 <잠 못 드는 밤>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장건재(영화감독)

 

9 8() 18:00 <이어도>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오멸(영화감독)

 

■ 감독 소개

오멸 Omeul

2003, 단편 <머리에 꽃을>로 본격적인 영화 연출을 시작한 오멸 감독은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제주도를 무대로 한 장편영화 <어이그, 저 귓것> <뽕똘>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현재 극단 ‘자파리 연구소’의 대표로 활동하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제주 43 사건을 다룬 <지슬>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흥순 Im Heung-soon

미술을 전공한 임흥순 감독은 주로 장소-공간,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작업을 해왔으며, 특히 근대화 과정과 신자유주의의 풍경에서 소외당한 역사와 기억을 재조명하는데 관심을 보여 왔다. 일찍이 <내 사랑 지하>(2000) 등의 단편을 통해 다양한 형식과 소재의 영상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현재 <비념>의 막바지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

 

장건재 Jang Geon-jae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한예종 영상원과 중앙대학교에서 촬영과 연출을 공부했다. 단편 <학교 다녀왔습니다>(1998)로 본격적인 연출을 시작해 <진혼곡>(2002), <꿈속에서>(2007)등의 단편을 찍었으며, 2009년에 발표한 첫 장편 <회오리바람>이 벤쿠버영화제 등에서 초청을 받아 국내외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최진성, 김종관 감독의 영화에서 촬영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는 10대 청소년들의 성장담을 다룬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 상영작 소개

이어도 Wind of Island

2010 80min 한국 Color+B&W HDCAM 15세 이상 관람가

연출: 오멸

출연: 최은미, 김민혁

어린 엄마 영이의 이야기인 동시에 제주도의 아픈 역사에 대한 기록. 영이는 힘든 삶 때문에 갓난아이를 버리려고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어 단지 돌과 바람뿐인 섬에서 하루하루 고된 노동을 계속한다. 그러나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이를 털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나지막한 울음뿐이다. 제주도에 대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온 오멸 감독의 신작으로서 흑백의 정적인 풍경에 담긴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비념 Jeju Prayer

2012 90min 한국 Color+B&W HDCAM 12세 이상 관람가

연출: 임흥순

출연: 강상희

1947, 국가 공권력에 의해 2만 명이 넘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던 제주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강상희 할머니는 여전히 그 날의 고통스런 기억을 안고 있다. 영화는 강상희 할머니의 삶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되살려낸다. 또한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최근의 강정마을까지 담아내며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를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잠 못 드는 밤 Sleepless Night

2012 65min 한국 Color DCP 청소년 관람불가

연출: 장건재

출연: 김수현, 김주령

식품 공장에서 일하는 현수와 요가 강사인 주희는 결혼 2년 차의 부부이다. 이들은 주말 근무나 아이를 가지는 문제, 이웃과의 관계 등 일상 속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주인공들의 곁을 떠나지 않는 카메라는 이들의 작은 일상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삶 속 불안함까지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임흥순 단편선 Im Heung-soon Shorts

1988-2011 83min 한국 Color+B&W DV+HDCAM 15세 이상 관람가

지하 단칸방에서 임대아파트로 이사하는 날의 풍경(<내 사랑 지하>),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가족들의 모습(<추억록>), 또는 아버지의 장례식(<잘 가시오>) 등 개인의 사적인 기억을 기록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의 한 단면을 슬그머니 불러오는 임흥순 감독의 작품 세계가 담긴 단편들.

 

*단편선 상영작 목록

태평동아리랑 Teapyeung Arirang (1988, 6min, DV)

내 사랑 지하 Basement My Love (2000, 17min, DV)

건전비디오1-새마을노래 Inspirational Video 1- A New Community Song (2001, 2min 30sec, DV)

추억록 Memento (2003, 15min, DV)

환영 Illusion (2006, 4min, DV)

잘 가시오 Goodbye (2006, 20min, DV)

승리의 의지 The Will of Triumph (2004, 4min 30sec, DV)

꿈이 아니다 It's not a Dream (2010, 10min, HDCAM)

긴 이별 Long goodbyes (2011, 4min, HD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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