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전(121)
-
[알렉산더 소쿠로프 회고전]사라질 운명의 멜랑콜리 -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
사라질 운명의 멜랑콜리-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알렉산더 소쿠로프는 러시아의 영욕이 ‘겨울 궁전’ 속에 모두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겨울 궁전은 러시아의 마지막 왕조인 로마노프 왕가의 궁전으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때 ‘붉은 군대’에 의해 점령당한 곳이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1927)에서 화려함의 극치로 묘사된 바로 그 궁전인데,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인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만약 대홍수로 세상이 파멸 직전에 놓인다면, 소쿠로프는 에르미타주를 ‘노아의 방주’에 싣고자 한다. 그곳엔 러시아를 넘어 인류의 찬란한 영광이, 또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모두 들어 있어서다. 바로크 회화의 경외감 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겨울 궁전에서 시작한다. 로코코 스타일의 화려한 의상을 ..
2015.11.17 -
[찰리 채플린 회고전] 영원한 방랑자 - 채플린의 후기작 <라임라이트>와 <뉴욕의 왕>을 중심으로
영원한 방랑자- 채플린의 후기작 와 을 중심으로 (1952)와 (1957)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중 비교적 덜 언급되는 후기작에 속한다. 에 이르러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찰리 채플린 고유의 캐릭터, 무엇보다 얼굴의 변화다. 중절모와 지팡이 그리고 콧수염은 방랑자 찰리 캐릭터를 완성해 온 구성물이다. 후기작에서 중절모와 지팡이는 여전하지만, 인중을 뒤덮은 짙은 콧수염은 찾아볼 수 없다. 콧수염과 함께 짙은 분장도 사라졌다. 분장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희끗한 머리카락과 얼굴을 뒤덮은 주름이다. 콧수염을 잃어버린 중절모와 지팡이는 이제 늙음의 한 표지가 된다.방랑자로 정의되는 찰리 채플린의 고유한 캐릭터는 거리를 하나의 무대로 생성시키는 힘을 지녔다. 찰리 채플린의 행위는 도시 곳곳을 캐릭터화시켰다. ..
2015.10.21 -
[찰리 채플린 회고전] 외로움의 전문가, 찰리 채플린 - 채플린의 초기작을 중심으로
외로움의 전문가, 찰리 채플린- 채플린의 초기작을 중심으로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웃음보다 슬픔이 더 강하게 남는다. 찰리 채플린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이런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감독이자 배우였다. 그리고 둘은 신기하게도 서로의 영역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원숭이에게 코를 물어뜯기는 채플린의 모습에 웃었다고 해서 의 마지막 장면이 덜 슬퍼지는 것이 아니며, 아이를 뺏기고 홀로 남은 채플린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의 권투 장면이 덜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채플린은 웃음과 눈물이 서로 섞이지 않게끔 각 장면들을 세심하게 조율했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하나의 장면에서 마음..
2015.10.21 -
[시네토크] “오슨 웰스의 모순” - 김영진, 김성욱의 <위대한 앰버슨가> 시네토크
“오슨 웰스의 모순”- 김영진, 김성욱 시네토크 “탄생 100주년 오슨 웰스 회고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5월 17일(일), 김영진 평론가와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가 를 함께 본 뒤 오슨 웰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슨 웰스의 다양한 일화들과 함께 짚어 본 그의 모순적이고 흥미로운 작품 세계를 살펴보자.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를 보고 김영진 평론가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오슨 웰스는 평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만큼 이야기하기 어려운 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일단 ‘천재’로 평가받는 동시에 미국 영화 내에서 ‘위대한 매버릭’의 전통을 처음으로 만든 감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오슨 웰스가 이후 만든 두 번째 작품이다. 물..
2015.05.21 -
시네마테크 개관 기념 탄생 100주년 오슨 웰스 회고전
올해로 개관 13년째를 맞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5월 8일(금)부터 24일(일)까지 오슨 웰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을 진행합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기념비적 데뷔작 을 시작으로 , 과 , 그리고 까지 오슨 웰스의 장편영화 열두 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화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감독인 오슨 웰스의 작품 세계와 그 안에 숨은 다양한 매력을 이번 회고전을 통해 새롭게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오슨 웰스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름 중 하나입니다. 중, 단편을 포함해 4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하고 100편이 넘는 영화에서 연기를 펼친 그는 1940년대의 할리우드 황금기를 앞장서서 이끌었으며 그 후로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의 영역을 계속해서 넓혀간 감독입니다. 특히 필름 누아..
2015.05.19 -
[비평좌담] "친구의 손을 잡고 올리베이라를 보러 오자" - <앙젤리카의 이상한사례>
[지상중계 -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회고전] “친구의 손을 잡고 올리베이라를 보러 오자”이용철, 유운성, 김성욱 비평좌담 - 지난 11월 2일에 열린 11월의 “비평좌담” 주인공은 바로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이었다. 를 보고 난 뒤 바로 이어진 세 평론가의 대화에서 올리베이라 감독의 형식적, 내용적 특징에 대한 논의는 물론 올리베이라에 얽힌 개인적인 기억까지 들을 수 있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회고전을 맞아 비평좌담을 마련했다. 많은 작품 가운데 비교적 최근 작품인 를 선택한 것은 이 작품이 올리베이라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거론하기에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올리베이라 감독의 영화를 어떻게 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다. 이용철(영화평론가)│’..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