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후원 릴레이(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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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지키기 49회] 보다 안정적인 집에서 우뚝 서길!
오랜만에 메신저로 친구가 말을 건다. 오늘 술이나 한잔 하자고. 헌데 난 머뭇거린다. 영화를 봐야하기에. 그가 묻는다. 그놈의 영화가 밥 먹여 주냐고.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난 대답한다. ‘응, 나에겐 영화가 양식이야’라고. 그렇다. 어느 날인가부터 나의 모든 스케줄은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에 따라 좌지우지 되었다. 그 좋아하던 옛 친구도 마다한 채 보고픈 영화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내가 그 영화를 만나리’라는 생각에 난 서울아트시네마에 간다. 지금 현재의 내가 어떻게 태어나기도 전인 40년 전 심지어 100년 전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가? 근데 시네마테크는 그걸 가능케 한다. 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창이고 때론 냉혹한 현실을, 혹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환타지를 ..
2010.02.16 -
[시네마테크 지키기 48회] 아트시네마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의 숨통
나는 서울아트시네마의 하늘을 좋아한다. 낡은 건물 옥상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몰아쉰 호흡처럼 자연스레 하늘을 맞닥트린다. 화려한 쇼윈도와 조명에 둘러싸인 멀티플렉스와 비교할 때 서울아트시네마의 하늘은 얼마나 안전하고 희귀한가. 좋은 영화는 일종의 충격을 안겨주는데 극장의 하늘은 현실 사이 그것을 완화시켜주는 통로이자 생각을 지속시켜주는 여백이었다. 일시에 단절되는 어둠과 빛의 현혹을 몇 시간이고 인내한 후 처음 대하는 하늘은 늘 다른 색이었다. 영화를 단지 상품이나 사리사욕의 핑계로 여기는 사람들은 결코 극장의 하늘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장소의 앞마당이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숨통이자 향수어린 이상향이며 꿈이다. 감히 어떻게 이것을 뺏을 생각을 하는지 참말 모르겠다...
2010.02.12 -
[시네마테크 지키기 47회] 내 머릿속 필름아카이브를 실현시켜주는 곳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막연히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잡지를 뒤적거리다가 "아, 이 영화보고싶다. 한번 봐야지." 중얼거리고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이다. 하지만 용케도 머릿 속에 '영화제목을' 잘 저장을 해두니 기특하다. 머릿 속에 저장해두었던 영화제목 중 하나가 '커피와 담배'였다. 마냥 그 영화가 보고싶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로'외에 여타의 경로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이 서툰 나에게 그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서울아트시네마는 내 머릿속 필름아카이브를 실현가능케하였다. 극장에서 '커피와 담배'를 보고, 종로거리를 걸으며 나는 쓰디쓴 커피를 마구 들이키며, 흡연욕구에 숨을 거칠게 내쉬었더랬지. 여전히도 머릿속 필름아카이브를 현실로 만들어 ..
2010.02.10 -
[시네마테크 지키기 46회] 국보급 영화관 시네마테크 숭례문 화재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국보급 영화관 시네마테크, 숭례문 화재처럼 되풀이 말자! 갑자기 재작년 이맘때 온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숭례문 화재사건이 떠오른다. 어이없는 한 사심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한 순간 소실되어버리고 만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 복구에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할뿐더러, 무엇보다도 상처받은 아쉬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무심히 지나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은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으로 꽉꽉 채워져 있는 공간이 있다. 시네마테크는 끊임없이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국보급 영화관’이다. 숭례문의 주인이 국민이듯, 시네마테크는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영화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아끼고 더욱 가꾸어나가지는 못할망정, 또 다시 오랜 시간 영혼이 깃든, 살아 있는 그곳을 잃어버리..
2010.02.07 -
[시네마테크 지키기 45회] 시네마테크는 지금 이대로 영원히 지켜져야 한다!!
시네마테크는 단순한 극장이 아닌 영화의 도서관이자 박물관이다. 21세기가 영상언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영화에 대한 우리의 진지한 자세가 필요한 곳도 시네마테크다. 그러기에 시네마테크는 지켜져야 한다! 지금 모습 그대로. 영화의 도서관이자 박물관인 그리고 관객들과 같이 울고 웃는 공감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덧붙여 시네마테크 전용관도 서둘러 진행이 되어야 한다! 천만 인구의 거대 도시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하나 없다는 건 이 나라의 문화산업이 얼마나 피폐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시네마테크가 오랫동안 영화의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용관이 필요하다. 전용관을 통해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경희대 그림자놀이, 서울시립대 한울빛, 한국외대..
2010.02.07 -
[시네마테크 지키기 44회] 오롯한 영화의 역사를 담는 곳
언제였을까? 지금의 낙원상가로 새로운 둥지를 틀기 전, 소격동 시절 아트시네마 마지막 영화제에서 보았던 차이밍량의 그 영화를 보고 돌아서 내려오던 그 풍문여고 사잇길은 꽤나 적적하고, 우울하고, 슬펐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같이 보고 나오는 관객들. 내가 모르는 그들이지만, 같이 극장에 앉아 좋은 영화를 보고 나왔다는 동질감에서 느끼는 평안함에 그 골목길은 내겐 깊은 여운이 남았다. 요즘에야 낙원상가의 옥상아닌 옥상에서 삼삼오오 흩어져서 담배를 피우며, 오래된 낙원상가 아파트를 바라보며 영화를 보러 들어가고 또한 나온다. 항상 밀려다니고 이사를 해야만 한다는 것은 그래도 슬픈 일은 아니겠다고 생각해본다. 어찌되었건 이사갈 곳이라도 있다면…. 하지만 그냥 송두리째 무언가 사라진다고 생각해보면,..
201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