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웅(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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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의 '일루셔니스트'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는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실뱅 쇼메의 작품이다. 실뱅 쇼메는 2003년 발표한 로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애니메이션계의 실력자로 꼽히는 감독이다. 물론 감독에 대한 설명만으로 에 대한 국내 관객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는 다소 역부족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가 (1953) (1958) (1967)으로 유명한 자크 타티의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면? 원래 자크 타티는 을 연출하기 전 라는 작품을 기획 중에 있었다. 자크 타티가 직접 연기한 기존의 윌로씨 캐릭터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든 무심하게 본인의 리듬으로 독보적인 행동반경을 확보하는 무한 긍정의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와 달리 에서는 긍정의 이미지를 많이 버려야 했던 까닭에 자크 타티..
2011.08.02 -
프랭클린 J.샤프너의 '혹성탈출'
피에르 바울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프랭클린 J.샤프너의 (1968)은 지구 멸망 후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8월 18일 국내 개봉하는 은 지구가 왜 멸망해 원숭이들의 행성이 되었는지를 밝히는 프리퀄에 해당한다.) 테일러 박사는 날로 삭막해지는 지구를 떠나 우주여행을 하던 중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다. 동료와 함께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던 중 테일러는 원숭이 무리를 만난다. 말도 할 줄 알고 지능도 갖춘 이들은 원시인처럼 사는 인간들을 지배하며 행성의 주인으로 군림한다. 이들은 테일러 일행을 보자마자 잔혹한 방법으로 포획하고 감옥에 가둔 후 목숨을 위협한다. 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주목을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사실에서 기인한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
2011.08.01 -
마이클 만의 '히트'
마이클 만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현재형의 작가다. 지금 전 세계 영화계에 마이클 만 만큼 범죄 묘사를 통해 현대 도시의 속성을 기막히게 드러내는 감독은 없다. 일찍이 (1981)에서 범죄와 도시의 상관관계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던 마이클 만은 (1995)에 이르러 그만의 작가적 방식을 확고히 하기에 이른다. 닐(로버트 드 니로)은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프로페셔널 범죄자다. 일이 수틀리면 미련 없이 몸을 피하기 위해 집에는 가구 한 점 들여놓지 않고 심지어 동료들과 달리 가족은 물론 여자 친구도 사귀지 않는다. 닐을 쫓는 LA 경찰국 강력계 반장 빈센트(알 파치노) 역시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빈틈이 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는 살얼음판이다. 이미 두 번의 이혼 경력을 가진 그는 현 부..
2011.07.30 -
[리뷰] 로만 폴란스키 '혐오'
로만 폴란스키는 장편 데뷔작 완성 이후 폴란드인의 삶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공산당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의회로부터 고발 조치를 당했다. 예술을 옥죄는 환경에 환멸을 느낀 로만 폴란스키는 고국을 탈출해 영국으로 향했고, 의 카트린 드뇌브를 캐스팅해 를 완성했다. 연약한 감정의 틈 속에 똬리 튼 검은 사연을 탐구하길 즐겼던 폴란스키는 를 통해 성적 폭력에 따른 강박증으로 무너진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에 주목했다. 뷰티 살롱에서 근무하는 미모의 여인 캐롤(카트린 드뇌브)은 성적으로 억압된 기억에 사로 잡혀 늘 불안에 시달린다. 직장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에게마저 혐오감을 드러내는 그녀는 언니 소유의 아파트에서 거의 칩거하다시피 생활한다. 마침 언니가 남자친구와 함..
2011.06.20 -
[리뷰] 스티브 맥퀸의 '헝거 Hunger'
스티븐 맥퀸의 데뷔작 (2008)는 1981년 메이즈 교도소에서 단식(hunger) 투쟁을 벌이다 66일 만에 사망한 IRA(아일랜드 공화군) 소속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의 실제 옥중 투쟁을 소재로 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현을 빌면, “11살 때 보비 샌즈의 단식 투쟁을 TV로 접한 이후 내게는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으며 연출자로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됐을 때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는 북아일랜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신교도(성공회)와 구교도(가톨릭), 즉 영국과 북아일랜드 간의 역사적 대립에서 연유한다. 17세기 이후로 줄기차게 아일랜드를 넘봤던 영국에 저항해 아일랜드는 독립하는데 성공하지만 신교도들이 월등한 북아일랜드는 영국 잔류를 주장했다. 과격단체 ..
2011.05.15 -
“영화를 통해 뭔가 새로운 걸 찾고 싶다”
[시네토크] 신수원 감독의 ‘레인보우’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전략’ 기획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지난 4월 3일 일요일 저녁. 영화 상영 후 신수원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를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부라는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만큼, 실제로 영화를 촬영하고 제작하며 겪었던 고군분투를 들어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재치 있고 솔직한 대화로 객석에 웃음이 터져 나왔던 그 시간의 일부를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독특하게도 학교 교사로 있다가 굉장히 늦은 나이에 연출자로 데뷔 했다.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신수원(영화감독): 2009년에 찍고 작년 11월에 개봉한 영화인데, 원래 좀 오랫동안 중학교 사회 선생을 하다가, 영화 첫 장면 같은 과정들을 좀 겪..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