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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2010~2011 한국 장편 데뷔작들이 도달한 신세계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만난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를 주목해서 볼 것을 주문했다. 특히 “장편 데뷔작 중에서 발견의 희열을 제공하는 작품이 많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양익준의 , 손영성의 , 백승빈의 , 노경태의 등 신인감독들의 작품이 두드러진 주목을 받았다. 2009년 부산에서도 이 프로그래머는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꺼냈다. “한국영화 중에서 새로운 경향의 작품이 많다.” 홍상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찌질한 연애담에 우디 알렌의 입담이 더해진 것 같은 소상민의 , 형부와 처제의 금지된 사랑을 다양한 회화적 묘사를 통해 풍요롭게 만드는 임우성의 , 영화평론가로 유명한 정성일 ‘감독’의 데뷔작 등 이들 영화는 한국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종류와 시도의 것이었다. 그리고 2010년과 2011년,.. 더보기
서부극과 SF적 감수성의 만남 -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종종 신인감독들은 장르 컨벤션의 변용을 통해 흥미로운 데뷔작을 발표하고는 했다. 조지 밀러의 는 서부극이 SF적 감수성과 만나면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유례없는 사례다. 영웅이 사라진 가까운 미래. 순찰대원 맥스는 고속도로에서 활개치는 폭주족들을 단속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경찰력이 악화된 무정부주의 상태에서 일개 순찰대원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동료 순찰대원의 죽음이후 오히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맥스는 급기야 오토바이 폭주족들에게 가족을 잃고 만다. 법과 질서 따위 개나 줘버리라지. 맥스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지에서의 추격, 가족을 위협하는 악당, 선의 가치를 지키려는 영웅과 마지막 퇴장. 는 어느 모.. 더보기
2000년대를 대표하는 범죄영화의 걸작 -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 ‘포지티브’의 미셸 시망은 2008년의 영화를 꼽는 자리에서 마테오 가로네의 를 수위에 놓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는 이탈리아 정치영화의 뛰어난 귀환을 의미한다. 사회 곳곳에 파고든 범죄의 심각성을 모자이크 스타일의 구성을 통해 폭로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미셸 시망의 극찬은 동명의 원작 소설가 로베르토 사비아노가 극중 범죄조직 ‘카모라’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영화화를 밀어붙인 마테오 가로네의 용감함에 기초한다. 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나폴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항의 면모를 품은 곳도, 피자 맛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낭만적인 여행지도 절대 아니다. 죄악과 탐욕으로 몰락한 성경의 ‘고모라’처럼 나폴리 역시 도시 곳곳에 스며든 악의 세포로 빠르게 쇠락해가는 중이다. .. 더보기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다" 2월 작가를 만나다: 장현수 감독의 상영 후 시네토크 지난 19일 저녁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맞아 '2001년의 기억!'이란 제하로 마련된 특별한 작가를 만나다가 열렸다. 이달의 주인공은 을 연출한 장현수 감독. 특히 이 자리에는 특별한 손님들도 함께했다. 의 주연배우들이 10년 만에 다시 상영되는 영화를 관객과 함께 보며 영화에 대한 소회를 나누기 위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것이다. 따뜻한 영화 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감독, 주연배우들과 함께한 그 특별한 시간을 여기에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은 개봉했을 당시 1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지만, ‘와라나고 운동’이라고 해서 이 영화가 극장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로 나갔다는 점에서 중요한 영화라.. 더보기
“짬뽕 장르 같은 영화다” [시네토크] 이해영 감독이 추천한 조지 밀러의 지난 20일 오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친구'로 처음 참여하게 된 이해영 감독이 로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함께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폭주족과 그들을 추격하는 경찰들의 강렬한 속도감에 놀랐고 복합장르의 원전답게 숱한 문화 현상들을 흡수하며 창조해낸 이야기를 만끽했다. 상영 후에는 허남웅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이해영 감독과 함께 나눈 풍성한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 일부를 여기에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친구들 영화제'에 '친구'로서 처음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듣고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이해영(영화감독): 그동안 관객석에서 ‘친구들’을 동경하는 무리 중에 한 명으로 지켜봤었다. 보.. 더보기
"자국 문명과 역사를 해체해 낼 수 있다는 문화와 예술의 힘" [시네토크] 이준익 감독이 추천한 테리 길리엄과 테리 존스의 지난 10일 저녁, 중후반에 들어선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영화의 즐거움’이란 모토에 딱 맞는 영화 의 상영이 있었다. 끊임 없이 웃음을 자아낸 극장 안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다그닥 다그닥’ 코코넛 말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이 영화를 추천한 이준익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논한 시네토크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전한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를 꽤 오래 전에 비디오로 자막 없이 처음 접했다고 들었다. 오늘 스크린에서 자막과 함께 본 소감이 어떤가? 이준익(영화감독): 너무 재밌게 봤다. 영어를 못하면서도 자막 없이 봤는데, 그때 내가 추측했던 내용 .. 더보기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 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마테오 가로네의 초기작은 최근작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등 원작소설을 끌어와 극영화를 만드는 최근과 달리 초기작들은 실제 삶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은 이민자들이 이탈리아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나이지리아 매춘부,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 그리고 이집트에서 온 주유소 직원 등 이민자 자신이 직접 출연, 인공성이 가미되지 않는 일상을 카메라 앞에 그대로 노출한다. 다만 그들이 발붙인 땅은 모든 것이 풍요로운 도시와 거리가 먼 메마르고 황량한 곳으로 그들의 이탈리아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는 배경의 척박함으로 증명이 된다. 그 때문에 은 ‘가로네 버전의 네오리얼리즘’ 혹은 ‘1990.. 더보기
10년전의 영화를 꺼내어: 신자유주의 시대의 살풍경 '와이키키 브라더스' 1월 작가를 만나다: 임순례 감독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지난 29일 저녁 ‘2001년의 기억!’이란 제하로 2011년 첫 작가를 만나다가 열렸다. 이번 달의 주인공은 개봉 10주년을 맞는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상영 후에는 원래 임순례 감독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임순례 감독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고 허남웅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와의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10년 전의 영화를 꺼내어 다시 보며 관객과 함께 감흥에 젖어 호흡했던 그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번 작가를 만나다는 개봉 10주년을 맞는 임순례 감독의 를 선택했다. 이 영화는 일명 ‘와라나고’ 운동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이 자발적인 운동을 펼쳐서 흥행까지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