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위기의 예술영화관] 특별좌담 - 예술영화관, 어떻게 될 것인가?

2015. 8. 6. 14:502015 시네바캉스 서울 영화제

특집 : 위기의 예술영화관


특별좌담 - 예술영화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유지됐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미 올해 초에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 중단이 있었다. 바야흐로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문화 지원 정책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는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이번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예술영화관을 직접 지원하던 것을 중단하고, 선정한 한국 예술영화 24편을 상영할 경우 간접적으로 극장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영진위가 선정한 위탁단체가 예술영화를 선정하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관계자들은 영진위의 이런 개정 시도에 반대 의견을 내왔고, 몇 차례의 성명과 논의가 있었지만 영진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6월 30일에는 영진위의 개정안이 공청회나 간담회를 거치지도 않고 9인회의를 통해 의결됐다. 이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예술영화전용관 관계자들과 긴급 좌담회를 열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단지, 영진위의 정책에 대한 의견만이 아니라, 예술영화전용관을 둘러싼 현재 영화문화 정책, 그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지금까지 유지됐던 기존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이 중단되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새롭게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을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6월 29일에 이에 관한 호소문을 전국독립예술영화관 모임 명의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좌담은 그동안 이 사안에 대해 몇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의 생각들이 충분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련되었다.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 영진위의 사업 개정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그리고 지난 10년의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던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 혹은 예술영화관을 둘러싼 현황이나 문제들에 대해서다. 지난 6월 말에 영진위와 비공개 좌담이 있었고, 7월에는 국회에서 토론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먼저 들어봤으면 한다.


<자료1>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1월 23일에 이어 지난 6월 25일,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변경과 관련하여 2차 비공개사업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영진위가 공개한 사업안은 기존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운영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며 영진위의 정책 비전에 바탕을 둔 새로운 지향을 담아내기는커녕 지난 십여 년간 이어온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 제작, 배급, 개봉의 안정적인 지원 확대를 위해 시행해온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은 영진위가 밝히듯이 ‘다양성영화 지원 및 공정환경 조성을 통한 영화문화 융성’을 목표로 ‘다양성영화의 온/오프라인 유통과 배급 지원으로 다양성영화의 선순환 구조 정착에 기여하고, 국민의 다양한 영화문화 향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영진위가 내놓은 사업안은 이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예술영화전용관의 프로그램 자율성 침해와 관객의 영화 선택 기회가 박탈될 것이다.


기존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은 영진위가 선정하는 300~500여 편의 예술영화를 연간 219일 동안 자율적으로 상영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영진위의 사업안은 위탁단체가 선정하는 24편의 영화를 매달 2편씩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안이 시행될 경우, 전국의 예술영화관에서 같은 시기에 동일한 영화가 상영될 것이며 이는 획일화된 프로그램을 강요하는 것이다. 또한 개별 예술영화전용관들의 고유 성격과 지향성이 무시되어 프로그램 편성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며, 예술영화전용관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 것이다. 이는 영화문화 생태계에서 다양성을 제1의 가치로 삼아온 영진위의 정책 지향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선정된 24편의 영화만을 지원하게 됨으로써 독립·예술영화 다양성을 훼손시킬 것이다.


기존의 지원 사업이 예술영화전용관의 운영과 프로그램 기획의 방향을 기준으로 극장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던 반면, 영진위의 사업안은 영진위가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면 그 상영 회차의 횟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는 방식이다. 이 사업안이 시행될 경우, 극장에서 개봉할 기회를 얻는 독립·예술영화는 개봉하기만 하면 대관료를 받을 수 있는 24편의 영화 이외에는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 사업안은 한국의 독립·예술영화의 활성화와 안정적인 개봉 그리고 관객의 다양한 영화선택권 보장에 있어서 어떠한 진흥도 불러올 수 없을 것이다.


셋째, 불필요한 외부 위탁단체를 통해 예산이 낭비될 것이며,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칠 것이다.


새로운 사업안은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외부위탁단체를 두고 있다. 영진위는 위부위탁의 필요성으로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 유통과 관련하여 비전문가임’을 들었는데, 이는 지난 십여 년간 해당 사업을 집행해온 진흥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왔다는 자기 고백일 뿐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역할이 불명확한 위탁단체를 두겠다는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업 추진 중 지원 작품 및 극장의 선정에 있어 특정 영화나 극장을 배제하는 검열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며, 실제 현장에 집행되어야 할 예산을 축소시키는 예산 낭비가 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영진위의 사업안은 진흥 사업을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며, 영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기존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 대신 ‘영진위가 선정한 위탁단체를 통해 배급사에게 예술영화의 상영관을 확보하게 하고 일정 P&A 비용을 보장․지원하겠다’는 새로운 사업 계획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다양한 영화문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한 공적 지원을 포기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정한 영화를 상영할 경우에만 지원하겠다는 것은 지원 정책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를 선별하는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지원 정책이 통제의 수단이 될 경우 영화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의 근간이자 미래라 불리는 한국의 독립·예술영화들은 최근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제작-배급-개봉의 수직계열화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고 한국영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영진위는 그동안 독립·예술영화의 제작과 배급 그리고 개봉 등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쳐왔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립·예술영화가 안정적으로 개봉하여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진위는 이 사업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개선하고 발전시키기는커녕, 사업 자체를 폐기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영진위는 대전과 대구, 두 지역의 예술영화관 지원을 중단하고, 대신 멀티플렉스 극장을 지원하는 방안을 진행하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들과 독립·예술영화배급사 그리고 제작자들은 지난해부터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으나 되돌아온 답변은 개선이 아닌 현행의 사업안이었다. 더불어 영화계와 대화를 통해 기존 사업의 보완과 개선에 대해 협의할 것을 제안해왔으나 영진위는 지난 반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두 차례의 비공개사업설명회만 개최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어떠한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오는 8월, 일방적인 사업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사업이 집행되어야 할 시기를 이미 수개월 넘기고도 여전히 구체적인 방안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폐지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면 이는 올해가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인 내년이라도 늦지 않다. 문화정책은 오랜 기간의 전문적 논의와 민관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영진위가 충분한 준비도, 검증도, 심지어 공개적인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사업 시행을 서둘러 진행하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여, 다음과 같이 영진위에 제안한다.


첫째, 이미 집행되어야 할 시기를 놓친 올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은 지난해와 같은 내용으로 속히 집행되어야 한다. 이미 진행해야 할 집행 시기를 이렇게 무작정 유보하는 것은 영진위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둘째, 영진위는 기존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유지하면서 독립, 예술영화가 다양한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개적 논의를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


2015년 6월 29일

전국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


최낙용(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 국회 토론회는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영진위를 초청하긴 했지만 참석을 하지 않았다. 토론회라기보다는 영화계 전반적으로 처해 있는 상황, 그리고 영진위 정책에 대한 문제점들을 공유한 자리에 가까웠다. 고영재 대표가 영진위의 해산 문제에 대한 발제를 했고, 오동진 평론가도 비슷한 맥락에서 발제했다. 현재 영화계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영화 산업의 발전이나 창작의 발전 같은 부분에 문제가 많다는 정도의 요지였다.


영진위와의 간담회는 지난해 12월에 1차가 있었고, 올해 6월에 2차가 있었다. 1차 때에는 위탁기구 설립 문제와 24편 의무상영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것에 대한 반박으로 검열기관의 문제나 24편에 대한 문제점들이 언급됐다. 그리고 6개월 후에 이루어진 두 번째 간담회에서는 첫 번째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나왔다. ‘예술영화 지원 사업’이 아니라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 이라는 영진위 정책의 타이틀이 정해졌다. 그 자리에서도 역시 위탁기구 설립, 24편 상영 등의 문제가 크게 변함없이 논의되었다. 이때도 1차 때와 같은 맥락으로 반론을 제기했지만 “충분히 고민하겠다” 정도의 답변만 받았다. “6월 말에 한 번 더 간담회를 갖고 그 후에 의결을 하겠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 사이에 공식적으로 만남을 가진 적은 없다.


김난숙(씨네코드 선재 대표): 6월 28일에 열린 간담회는 사실 간담회라기보다는 비공식 설명회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김성욱: 비공식 설명회 다음날인, 지난 6월 30일 영진위의 9인회의에서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 통과됐다. 주1) 9인회의는 영진위 위원장 외에 부위원장을 포함한 7인의 비상임 위원으로 구성되며 영진위 정책에 관한 최종 결정을 하는 회의이다. 현재 김세훈 위원장, 김종국 부위원장 외에 김상오, 김혜원, 변혁, 신보경, 박재우, 이보희, 김영대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원승환(독립영화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9인회의의 심의 의결 내용이 공개됐다. 그리고 일부 수정이 된 방식으로 최종 의결이 되었다. 수정 내용은 지난번에 논의되었던 한국예술영화의 유통배급 지원작을 24편의 2배수 정도로 하되, 최소상영 횟수를 부여해서 다양하게 상영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번 9인회의에는 두 위원을 제외하고, 영진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위원들이 참석했다. ‘5인 위원 참석, 1인 반대, 1인 기권으로 연간 선정한 24편에서 48편으로 수정하여 의결함’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추가된 지적사항은 의무상영 편수가 적다는 내용과 ‘독립영화 지원과 예술영화 지원은 다른 부분이나, 흔히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으니 담당 부서에서 사업소개 시 명확히 해야 함’ 등의 내용이 있다. 아무래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폐지하고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을 하는 거라서 이름을 통일되게 가져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료2> 영진위 9인회의 심의 의결내용(2015.06.30.) 


2015년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계획(안) 심의 의결 내용


1. 관객이 접근하기 쉬운 시간대․지역 멀티플렉스 등을 반영, 관객에 초점을 맞춘 사업계획(안)임.

2. 독립영화 지원과 예술영화 지원은 다른 부분이나 흔히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으니 담당 부서에서 사업 소개‧설명 시 명확히 해야 함.

3. 연 24편의 한국 예술영화 풀을 2배로 늘리되 최소상영 횟수를 보장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보면 좋겠음.

4. 논의결론: 위원 5인 찬성, 1인 반대, 1인 기권으로, 연간 선정하는 한국 예술영화를 24편에서 48편 이내로 수정하여 의결함.



김조광수(다양성영화문화소위원회 위원장): 원래 9인회의에서 이 개정안을 의결하려 했었지만, 몇몇 영진위 위원들이 간담회, 공청회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올리는 건 안 된다고 해서 연기되었던 거다. 그리고 간담회가 열렸고, 의결이 된 거다.


영화문화 정책의 결정과정에 대한 의문


김성욱: 영진위의 결정 과정, 특히 9인회의의 의결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10년에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의 공모제 건 또한 9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논의됐고, 결국은 다수결로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이들이 있었다. 이번 건도 결과적으로는 다수결로 9인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이런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승환: 영화진흥위원의 정책 결정 프로세스가 민간의 9인 위원들이 각각의 대표성을 띄고 9인 위원의 자격으로 활발히 토론해서 의사 결정되는 기구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2009년, 그러니까 강한섭 위원장이 영진위 위원장이 되고 이후 미디어 센터나 독립영화전용관 등을 공모제로 바꾸면서,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학습이 되었던 것은 9인회의와 같은 프로세스로 영진위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김조광수: 영진위 위원들 몇몇은 9인 위원회에 참석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그 자리에 나가서 반대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래도 소수의견을 남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반대를 하거나, 절차의 문제를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이번 건의 경우 간담회도 없이 의결하는 건 정말 문제였다. 내가 참석하는 영화문화 다양성 소위원회(이하 다양성 소위)에서 간담회, 공청회를 꼭 하자고 얘기를 했었고, 영진위는 간담회를 한다고 했는데, 비공개 형태로 열렸고(사실은 사업설명회이다), 공청회는 진행되지 않았다. 주2) 영화문화 다양성 소위윈회는 영진위 소위원회 중의 하나로 문화다양성 강화를 위한 예술영화, 독립영화, 소수자 영화 및 시네마테크 활성화 등에 대한 제도 정책 입안과 운영 등에 대한 자문의 역할을 한다. 아울러, 문화/영상 분야의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영화계 의견 반영 및 자문을 한다.


최낙용: 9인회의가 6월 30일에 치러졌으니, 영진위의 비공개 설명회가 열린 것이 그 전날이다. 그러니까 이미 결정된 사안을 의결하기 위해 회의 날짜 전에 맞춰서 급하게 설명회를 조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성욱: 국회 토론 이후 다른 방안들이 논의되지는 않았나?


정상진(아트나인 대표): 국회 토론이 끝난 다음에 잠깐 의견을 나눴다. 야당쪽 의원들은 “힘이 있었으면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의원들이 나서 대화를 통해 영진위를 압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었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얘기를 하더라.


김난숙: 국회라는 곳이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는 영진위가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에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 이제 사안이 시행되면 영진위 사업에 지원하는 극장이 있을 것이고 지원하지 않는 극장이 있을 텐데, 지원하는 극장이 있을 때 과연 정원 15개의 영화관이 채워질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일차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만약 채워지지 않는다면 2차 공모를 한 번 더 할 것 같기도 하다.


정상진: 내 생각엔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영진위가 8월에 공고를 하면, 15개의 관을 채우고 못 채우고의 문제는 더 이상 영진위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영진위 손을 떠난 것이다. 그 이후는 위탁단체의 일이니까 영진위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김난숙: 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이 서로 임의적으로 얘기를 했었던 건 두 가지로, 첫째는 영진위 정책의 문제를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영진위 지원을 받지 않는 극장들이라도 영화제나 기획행사들을 재미있게 하고, 관객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소통방식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원금이 없어도 예술영화관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영진위도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설사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그런 방식들이 필요하다. 서울 시내 예술영화관들이 모여서 관객을 활성화하고 좀 더 연대해서 갈 수 있는 극장 형태들을 만들어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관객 개발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정상진: 예술영화관 모임이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원래 시작은 예술영화관의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자는 것이었는데, 영진위가 이번 정책을 통보한 뒤로는 이 모임이 영진위 지원 사업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이제는 영진위에서 못하는 어떤 현실적인 대안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김조광수: 절차와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원래 영진위 국내진흥부에서 예술영화전용관 사업과 관련해서 문제점을 파악, 개선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그래서 작년 가을에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한 위탁연구 조사가 있었고, 그 결과를 다양성 소위에 보고했다. 다양성 소위 위원들은 이 개선안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개선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했는데, 사실은 지금까지도 개선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다양성 소위에서는 영진위의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안에 대한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영진위가 인사 개편을 하면서 그냥 없어진 거다. 그런 일차적인 문제 제기가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계속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양성 소위 이름으로 문제점들을 권고했다. 그런데 이 또한 무시되고 9인회의의 의결이 있었다. 절차상으로 계속해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낙용: 다양성 소위에서 개선안과 관련해 어떤 요청을 했었나?


김조광수: 연구조사는 지난해 영진위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을 개선하려 할 때, 근거가 없이 개선할 수 없으니 용역을 주어 시작된 것이다. 용역을 통해 나온 보고서를 다양성 소위에서 논의했는데 보고서에 문제가 많았다. 영진위가 다양성 소위의 의견을 받아들이긴 한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 동의를 해서 개선하겠다고 설문조사, 포커스 인터뷰 등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랬으면 그것을 토대로 보고서의 개선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인사 개편이 돼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주체들이 없어졌다. 새로운 인사들이 왔을 때 이 얘기를 했으나 아직까지 정리가 안 된 상태다.


최낙용: 영진위의 개선안은 소통이나 절차상의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있는 것 같다.


김조광수: 영진위에 의견을 제출할 수는 있을 거다. 그런데 지금 절차상으로 말하자면 이 사업이 관련되는 여러 사람들, 즉 예술영화관, 관객, 그리고 창작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용역조사를 통해 관객의 의견을 도출해 보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정리가 안 된 상태다. 관객의 의견은 영진위에 도달하지 않은 것이고 나머지 두 주체, 예술영화관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반대를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자기들의 의견대로 시행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거다.


원승환: 국회 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 일정상으로 보면 8월달에 위탁단체 공고 선정을 하고 9월달에 사업이 진행이 될 예정이다. 아마도 10월에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와 관련된 내용들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예술영화관 지원, 유통배급이 아닌 문화적 측면을 고려해야한다


김성욱: 현재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은 ‘영화산업 유통 지원’이란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 가령, ‘제작된 다양성영화의 온-오프라인 유통과 배급 지원으로 다양성 영화의 선순환구조 정착, 국민의 다양한 영화문화 향수 기회 확대’라는 것이 사업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예전부터 이 범주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술영화관 지원은 유통, 배급의 차원이 아니라 문화, 예술, 혹은 관객 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해야 한다.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이 영화산업 유통 지원으로 포착되기에 논리적으로 영진위의 개정안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관의 의견에 대한 반박문을 냈었는데, 이 글을 읽어보면 지금 영진위가 개정하려고 하는 안의 핵심적인 내용들은 다 담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핵심이 “예술영화 유통과 상영 관객 영화의 소비 패턴의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서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예술영화 진흥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말인데, 실은 이제는 극장 지원이 아니라 유통배급 지원으로 변경하는 것이니, 수용자 중심의 진흥 사업이라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실 예술영화관은 유통, 배급만이 아닌 수용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술영화관 지원을 관객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게 계속 영화산업 유통 지원이라는 범주 안에 놓여있던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김난숙: 지난 2008년 무렵에 예술영화관들이 모여 여름 시즌에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를 할 때, 관객 중심의 지원으로 가자고 해서 티켓을 영진위가 사서 관객들에게 주는 사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예술영화관들은 입장료를 7000원에 하고, 관객은 2000원에 영화를 보고, 나머지 5000원에 대한 티켓값을 영진위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 관객은 예술영화를 미리 볼 수 있어서 좋고, 수입이나 배급을 하는 회사가 사전에 유료 시사회를 하는 것 같은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는 진행이 되지는 않았다. 향후 배급지원센터를 짓자는 것이 당시 영진위의 큰 그림이었다. 비영리적인 독립영화는 아예 배급지원센터를 통해서 유통 지원을 하고, 그 대신 지금까지 예술영화관들이 가져왔던 관객층 자체가 독립영화관으로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다. 축제를 통해서 관객은 관객대로 배급, 수입과 관련된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극장은 극장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운영이 쉽지 않아 실패했지만, 그때는 그런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그런 논의 자체가 없어졌다.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원해야 하는 필요성 중에 독립영화의 개봉을 증가시키는 것에 대해 말하지만, 실제로 독립예술영화관을 통해 개봉해서 한국 독립영화가 제작비 이상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나, 라고 생각하면 답은 없다. 그렇다면 예술영화전용관 같은 곳을 지원할 필요가 없지 않나, 라는 질문이 다시 되돌아온다. 실제로 독립영화든 예술영화든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이라는 방식,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유통배급의 문제는 대한민국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구조를 어떻게 해소하고, 혹은 그것 안에서 독립영화들이 어떻게 흥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풀리는 문제다. 반대로 영화관을 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해 합의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까지는 왜 지역 영화관을 지원해야 하는지, 왜 예술영화관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금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그 합의의 필요성이 희석되어 있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지역 영화관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경제적 측면만이 아닌 문화적인 측면도 고려를 해서 지역 영화관이나 예술영화관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그래서 만약 추후에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을 복원할 때는 다른 가치와 다른 필요에 따른 것들로 제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영화관 지원 사업은 유통배급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의미, 가령 관객, 수용, 지역 개발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욱: 현재의 유통배급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현재의 개정안이 아니라 극장의 수를 늘리고 관객 수를 증가시켜야 한다. 지역 극장의 경우, 극장이 사라지는 문제나, 함께 모였던 공동체적 공간이 사라지는 문제들을 고려해야 문화적 측면의 가치 부여가 되는 것인데, 자꾸 예술영화전용관이 선순환 구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면 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문제의 출발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적게 오더라도 이 정도의 영화들을 소수의 사람들이 계속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난숙: 토론 중에 나왔던 얘기 중, 안정적인 시설 확보, 그러니까 상영시설이나 좌석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한 지역들이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시설을 가지고 있는 개인 사업자 중에 배급에 있어서 선순환 구조의 모델이 될 만한, 관객 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형태의 배급 지원이나 유통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두 개의 레벨이 필요하다는 거다. DCP를 지원해야 하는 극장과 유통 지원을 해야 하는 극장이 따로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지역과 서울로 나눌 수 있다.


정상진: 서울에 있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들은 뭔가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는 멀티플렉스도 열악하다. 서울의 경우는 광고 수입과 매점 수입이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지역 위탁점들은 광고 수입이 직영점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현재 지역의 예술영화관들은 영진위가 시설 개보수에 관해 어느 정도 지원 사업을 해야만 한다. 혹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예술영화관의 스크린을 늘려야 한다


김성욱: 미술관이나 도서관, 박물관도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 예술영화관들도 그런 곳과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한다. 현재의 수준에서 예술영화관의 유통배급으로 제작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 생각한다. 사실, 예술영화관이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일본의 경우, 최근 십 년간 개봉하는 예술영화의 편수는 두 배로 증가했는데, 전체 관객 수는 동일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 영화당 관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의 경우도 개봉 편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영화관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증가한 영화 편수에 맞춰서 독립영화관, 예술영화관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과연 많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파리의 경우 2013년의 통계자료를 보자면, 전체 374개의 스크린 중에서 150개의 스크린이 민간 독립영화관으로, 이 중 89개가 예술영화관이다. 매주 500편의 영화가 소개되고, 1년에 2천 7백만 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고 있다. 서울은 현재 파리보다 많은 460여 개의 스크린 수에, 예술영화관은 20개가 되지 않는다. 영화 관객 수가 5천 6백만 명 정도이니, 파리보다 두 배 이상이다. 과연, 앞으로 예술영화관의 스크린이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나?


정상진: 예술영화관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멀티플렉스와 독립예술영화관의 법적인 제재사항이 동일하다. 그러다 보면 예술영화관들이 시설에 대한 비용을 들이거나 설비를 갖추기가 어렵다. 법적인 조항을 근거로 들면, 소방법부터 시작해서 모든 조항들이 예술극장이 많아질 수가 없는 구조다. 과연 그러면 대한민국에서도 일본처럼 전철역 근처가 아니라 한 블록 뒤에라도 극장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긴 하지만, 결국은 못 만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원승환: 독립영화예술관이 많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아지면 좋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립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라고 하면 저는 기본적으로 비영리 영화관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투자로 설립이 된다면 좋겠지만 힘들 것 같고, 가장 좋은 것은 공공지원이 있거나 혹은 대구 오오극장처럼 사회적 경제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민간 자발, 사회적 경제로 시작하고 그것을 관이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과연 얼마나 극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울산이나 창원같이 여전히 개발이 가능한 지역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나 관객들이 그런 필요성들을 느끼고 인구 수가 많은 지역에는 그런 영화관들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확대의 필요성은 제기를 한다. 그렇지만 인구 수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한계가 있다는 거다. 다른 대안으로, 시네클럽 문화 등의 활성화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상영관과는 별도로, 시네클럽과 같은, 관객들을 계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관객들이 그런 시네클럽을 할 때, 볼 영화를 고르기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아카이브나 라이브러리가 필요하다. 필름 소사이어티 같은 것이 활성화되는 데는 전국연합에서 그런 라이브러리를 구축해서 가입을 하면 영화를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커뮤니티 시네마나 필름 소사이어티에서 상영하는 영화들 중 절반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상영을 한다. 그러면 지역 창작의 부분에도 크게 영향을 주고받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물질적이고 공간적인 측면에서의 영화관도 조금씩 늘어나야 하고, 더 많은 지역에 씨네클럽 같은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


김난숙: 지금 영화관을 운영하는 곳들은 그래도 영리적인 운영을 한다. 한국 독립영화나 외국 독립영화 중에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는 영화들은 지금 말한 것처럼 재단이 돈을 출원해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극장을 통해 상영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재단이 어느 정도 돈을 출원하고 티켓값은 실제 극장 운영 비용의 20-30%밖에 안 된다고 할지라도, 70-80%는 비영리 쪽에서 돈이 출원돼서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말한 시네클럽이나 커뮤니티 시네마 같은 것은 영진위가 하고 있는 미디어센터 같은 것과 접목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역할이 좀 나누어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혼재된 이상한 상태가 되고 있다.


원승환: 실제로 영화관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대기업이 하는 스크린이 있고, 개인사업자가 하는 곳이 있고, 관이 하는 곳이 있다. 그런데 지역 예술영화관들 중에서 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곳은 거의 관이 운영하는 곳이다. 주안, 전주 등이 그러하다.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곳은 모두 관이 운영하는 곳이고, 개인사업자가 지역에서 버티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개인사업자가 운영을 중단하게 될 때 그 영화관은 문을 닫을 것인가, 혹은 누군가 인수를 할 것인가의 두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을 텐데, 대구 시네마테크의 경우처럼 시의 지원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고, 또 협동조합 방식으로 만들어보자고 할 수도 있다. 미래에는 그런 방법들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관이 운영을 하든 협동조합이 운영을 하든 영리성보다는 비영리적인 의미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난숙: 관이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은 프로그램의 독립성이 지켜질 수 없다. 배급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괜찮은 시설의 민간 예술영화관이 많았으면 한다. 최하 서울에서만 50개 정도가 있어야만 한다. 마케팅을 사전조율하고, 돈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예고편을 틀어 준다든가 할 수 있는 곳. 지금의 관객들은 일단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 특히나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관객들이 그렇다. 조금만 기다리면 IPTV로 볼 수 있기에 극장에 잘 가지 않는다. <매드 맥스> 같은 영화들은 극장에서 보지만, 다양성영화나 예술영화 같은 경우에 극장까지 가지 않는 거다. 두 번째는 극장이 로컬화되었다. 쌍문동에 살면 쌍문동 CGV에 가면 된다. 이제는 멀티가 동네극장이 됐다. 아무래도 지하철로 다니기 쉬운 곳, 주차하기 쉬운 곳에 가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여전히 충성도 있는 관객들이 예술영화관을 봐주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다.


아주 냉정하게 수입, 배급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까 독립영화 같은 콘텐츠를 갖는 영화관들은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정상진: 문화 예술계에서 봤을 때 영화가 여론쪽에 영향력이 커 보이지만 문화예산 중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분은 굉장히 적다.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 미술이나 음악 분야에서는 예산을 어마어마하게 쓰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영화는 상업적인 부분에서만 입지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관이 많았으면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가 불가능하니 대안을 찾아야 한다.


최낙용: 예술영화관이 더 증가하기는 쉽지 않다. 독립영화를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영화 내에서 유통한다는 기본 전제 자체를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말로 한국의 독립영화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정도라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관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관객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힘들 것이고,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예술영화관 자체도 경영을 맞추기 힘들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어려울 텐데, 큰 틀에서 보면 다른 카테고리에서 지원이 들어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술영화관 같은 경우에는 도서관 같은 공공적인 목적을 가진 기관들과 연결되어 그런 구조에서 예술영화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순수하게 시장에서의 운영만으로 예술영화관이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늘어나야 한다는 것에는 너무나 동의하지만, 늘어난다고 했을 때 이것이 자생적으로 운영을 해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늘어난다는 전제에는 결국은 문화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독립영화 지원 역시 그런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김조광수: 비슷한 얘기인데, 영화관이 늘어나야 선순환이 된다거나 혹은 배급되는 영화 수가 줄어야 한다는 논의는 결국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화관의 개념 자체를 상업적인 개념으로 바라보지 않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상업적인 잣대로 지원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관객이 없는데 왜 지원을 하는가에 대한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상업적인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대안이 없는 거다.


최낙용: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싸워 나가면서 호소문의 경우에도 특정한 이슈가 있는, 이슈파이팅의 차원에서 이런 내용을 알리고 지원도 받고 서명도 받지만, 큰 틀에서는 이런 부분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여론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70년대에 도서관이 그리 많지 않았다. 서점도 그렇고. 그런데 왜 도서관을 그렇게 많이 지었나. 분명히 경영적인 목적이나 수익 때문은 아니다. 결국은 한국 사회에 문화의 측면이든 경제적인 측면이든 미래 발전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 거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관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조광수: 영화가 너무 상업적으로 보이는 것이 문제다. 예술영화와 상업영화가 전혀 다른 영역일 수 있다. 박물관이든 갤러리든 대기업들이 계속해서 투자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세제혜택을 무시하지 못한다. 공공기관이 지원이나 투자를 못해주더라도, 민간부분에서 투자할 수 있는 어떤 여건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상업영화관과는 달리 예술영화관에도 그러한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


김난숙: 예전에 안정숙 위원장이 얘기했던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로는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거나 혹은 그런 것으로 인정받은 영화는 부가세를 면제해 주자는 거였다. 그러면 그 영화를 상영하려는 극장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런 식으로 구체적인 것들을 경제적인 원리 안에서 틈새를 벌려놓아야 한다. 명분만 가지고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연극영화과 학생들도 더 이상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오지 않는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화 시장에 대한 미래는 없는 거다. 그렇다면 관객 개발을 어디서 할 것인가를 보면, 보통의 사람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경우에는 영업사원들에게 예술영화를 그냥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 영업사원들이 스스로 영화 관람을 단체로 온다는 거다.


최낙용: 서울에 구가 25개다. 적어도 한 구에 예술영화전용관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50개를 목표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난숙: 서울시에 예산이 있으니 축제를 하자는 얘기도 나왔었다.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곳이 있으니까. 축제를 하되 프로그램이 좋아야 하고, 만약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본다면 60% 할인을 해주고. 관과 같이 갈 수 있는 명분을 가져가면서 지금 멀티에서 하지 않는 매력적인 영화를 튼다든지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파격적인 것들을 하려면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혜택이 있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예견된 파국을 준비해야 한다


김성욱: 영진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은 선정된 한국 예술영화 배급과 상영’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유통배급 지원은 한국 예술영화로 한정되어 있다. ‘한국 예술영화’라는 표현은 기존의 ‘독립영화’라는 표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진위는 ‘문제가 예술영화 중심의 프로그램 편성으로 정작 한국 예술영화가 외면받았다’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으면 한다. 두 가지 정도를 묻고 싶은데, 일단, 예술영화 지원 사업 안에서 해외 예술영화는 전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한국 예술영화가 우선순위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국가주의로 가면 이게 영화의 다양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한국 예술영화라고 할 때, 이게 좀 모호한데, 왜냐하면 한국 예술영화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이 표현에는 독립영화라는 표현도 부재하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조광수: 용역보고서에 왜 한국 독립영화가 포함이 안 된 건지에 대해서 다양성 소위에서 이야기했었다. ‘독립영화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예술영화 인정 심사 소위에서 인정하는 예술영화 중에 대부분의 독립영화는 포함되어 있고, 그런데 독립영화쪽에는 예술영화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예술영화라고 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부러 독립영화라는 명칭을 안 쓰려고 했던 것과는 다른 경우인 것 같다. 예전에 예술영화전용관을 직접 지원하는 형태였을 때는 한국영화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고 정해진 쿼터만 지키면 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극장에 지원하는 형태에서 영화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외국 예술영화를 빼버린 것이다.


정상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한국의 예술영화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나라의 풍습과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부분들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이나 대중들의 사회적인 공감대를 봤을 때 외국의 예술영화가 안정적으로 상영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김성욱: 영진위의 위탁단체 선정도 문제로 부각됐는데, 위탁 구조가 운영상에서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차라리 외국처럼 예술영화관 협회가 자율적으로 예술영화 선정을 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보고 싶다.


김난숙: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독립영화를 선정하는 구조로 간다면 가능한 일인데, 그런 논의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리고 어떤 위탁단체인지가 베일에 싸인 상태에서 논의를 하기에 기준이 모호하게 느껴진다. 결국 위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위탁된 단체라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최낙용: 1년에 독립예술영화 인정 소위와 한국 예술영화 인정 소위에서 총 140편 정도의 영화가 선정된다. 140편 중에서 한국 독립영화 인정 소위에서 50편 이상이 나온다. 지금 영진위가 말하는 48편보다 많은 수다. 영진위가 설립하는 기구가 되거나 혹은 한독협에서 하더라도 숫자는 한정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구가 관의 성격이든 민의 성격이든, 혹은 우리가 동의하는 성격이든지 간에 그런 위탁기구를 통해서 어떤 숫자를 정해서 극장에 보내는 것 자체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승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으로 이 사업의 수혜 대상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를 논의하는 사업이라면 당연히 예술영화관들이 사업의 주체가 돼서 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지금 이 사업은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다. 영진위가 위탁사업으로 누군가를 대행시키는 거고, 실제로 그 사업이 예술영화관의 이익과 미래에 부합하지 못한다. 상영하는 영화를 선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미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을 위해서 예술영화 인정을 하고 있다. 너무 인정 범위가 넓은 것이 문제라고 그쪽에서 얘기를 한다면 특정한 부분의 영화를 고르기 보다는 상영에 맞는 기준을 다시 만들어서 예술영화 인정 범위를 재조정해서 인정을 하면 자연스럽게 선별이 될 것이다.


최낙용: 동의하는 편이다. 그리고 예술영화와 한국 독립영화 유통쪽을 다른 분야로 해서 이 두 개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인디스페이스 같은 곳을 거점으로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은 다른 차원에서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두 개를 분리시켰을 경우에는 지금 나오고 있는 질문들도 새로운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영진위나 문화부는 한국 독립영화가 아닌 예술영화를 트는 예술영화관들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것에 동의를 하지 않는 편이다. 해외 예술영화를 트는 곳 또한 분명히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문화적 측면이 있기에, 더 늘리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 같은 경우, 한국문학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문학회의 지원을 통해서 해외문학을 번역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독립영화의 경우에도 한국 독립영화가 아닌 경우에 지금 우리가 유통하는 시장 구조에서 못 트는 영화들이 꽤 많다. 가장 기본적으로 아시아 영화들이 그러하다. 그런 영화를 틀게 해주고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영진위 지원 정책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어차피 영진위의 정책이 공개됐기 때문에 예술영화관들이 지원을 받을 것인가 받지 않을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영진위 안에서 보자면, 전국 비-멀티플렉스 15개와 멀티플렉스 10개, 총 25개의 극장을 고려하는데, 과연 비-멀티플렉스 극장이 15개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가령, 토요일 200명, 일요일에 200명 해서 주말에 400명이 드는 극장이 있다고 하면, 현재 영진위의 지원금만큼 나온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볼 때, 수익이 이런 경우라면 한국 독립영화를 선택해서 상영하는 극장이 많을 수 없다. 그런 선택을 할 극장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말에 400명 이하가 나오는 극장도 있을 수가 있다. 그런 극장이 당장의 수익을 생각해서 선택한다고 했을 때 2, 3년 뒤에 그런 극장이 현재 영진위의 제도에 의존해 연명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럴 경우 영진위의 지원이 없으면 넘어지게 되는 극장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비-멀티플렉스 15개 중에 10곳이 모집이 안 됐다고 해도 영진위의 정책이 진행될 수는 있다. 예산을 받아서 5개의 극장에 주거나 문화관광부에서 예술영화관으로 지원을 하지 않았던 극장들을 빨리 예술극장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후자는 불가능하다. 이미 하반기가 지나서 226일의 쿼터를 채우지 못한다. 그렇다고 있는 5개 정도의 영화관에 지원금을 나눠주기도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그래도 시행을 한다면 분명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김조광수: 이 사업은 어쨌든 극장에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고 영화에 지원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와 관련된 배급사, 그리고 창작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영진위는 영화에 지원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도움이 될지는 의문스럽다. 사실 배급사나 감독이 지원하지 않으면 48편을 못 모을 수도 있다. 우리쪽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극장에 대한 지원, 영화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제안을 해야 한다. 대안을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에는 내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승환: 원래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 예술영화 지원 사업만 없애는 게 아니라 다양성영화 지원 사업과 합치려고 했던 것이다. 1차 간담회 때 그 얘기가 나오고 반발이 있어서 결국 합쳐지지 않았지만, 아마 내년에는 합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독립영화 배급사들은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들을 모은 것 같다.


김조광수: 영진위 쪽에서도 위탁단체를 선정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부터 조직체를 꾸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성욱: 영진위 정책이 시행될 경우 충분히 예견된 파국에 대응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부분들을 바탕으로 다음의 논의를 진행해 보도록 하자. 긴 시간 논의를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다.



진행ㅣ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참석자ㅣ김난숙(씨네코드 선재 대표), 김조광수(다양성영화 문화 소위원회 위원장), 원승환(독립영화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정상진(아트나인 대표), 최낙용(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

정리ㅣ황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