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상한 활기의 정체 - 로버트 알트만의 <뽀빠이>

2015. 8. 6. 15:182015 시네바캉스 서울 영화제

[2015 시네바캉스 서울 상영작 리뷰]



이상한 활기의 정체 - 로버트 알트만의 <뽀빠이>





<뽀빠이>(1980)는 상업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실패작으로 기억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지 얼마간의 수익을 올리기는 했다. 실패는 감독 로버트 알트만의 몫이었다. 그는 촬영 도중 제작자 로버트 에반스, 주연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 등과 마찰을 빚었고 촬영장에서 그를 비롯한 스탭과 배우들은 술과 약물에 취해 있었다. 이러한 스캔들과 영화에 대한 평단으로부터의 외면은 알트만의 경력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 그는 저예산으로 영화들을 만들어야 했고, 70년대와 같은 비평적인 지지를 얻어내지도 못했다.


확실히 <뽀빠이>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따르고 있다. 동명의 원작 만화로부터 가져온 기본적인 요소들(이를테면 등장인물들과 성격, 그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부수적으로 딸린 소품들)을 활용해서 각색한 이야기는, 애초에 통일된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은 원작과 그리 큰 관련성을 갖지 않는다. 영화 <뽀빠이>는 아버지 찾기에 관한 이야기다. 30년 전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뽀빠이는 7년째 세계 곳곳을 항해 중이다. 그는 어느 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작은 마을인 스위트헤이븐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아버지를 찾는 동안 여러 시험들(마을 사람들의 냉대, 올리브와의 사랑, 이에 대한 장애물인 브루토와의 싸움)을 겪게 된다. 이 와중에 아버지를 찾은 그는 이 시험들을 모두 통과한 뒤에 비로소 아들로서 승인받는다. 또한 이것은 그의 아버지인 동시에 마을을 운영하는 권력자로부터의 승인이기도 하다. 뽀빠이는 마침내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뽀빠이>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큰 얼개는 이렇듯 단순하다. 그런데 영화 안에는 앞서의 해석을 확정적인 것으로 말하기 힘들게 만드는 상황들 또한 분명 존재한다. 뽀빠이가 올리브의 집에 처음 발을 들이면서 하는 말은 “이곳은 정신병원 같다”는 것이다. 올리브의 가족을 포함해 스위트헤이븐에 거주하는 캐릭터 중 제정신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이 마을을 운영한다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마을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권력을 가진 뽀빠이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는 “제독”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을 뿐, 이런 점에서 올리브의 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 덕분에 스위트헤이븐은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활기를 갖고 있다.


이 마을에는 분명 가부장으로서의 아버지가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그 아버지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상황은 뽀빠이에게도 적용된다. 그가 최종적으로 이뤄낸 것은 물론 아들로 승인을 받은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치러낸 시험들은 사실 아버지에 의해 부과된 과제가 아니다. 시험과 승인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으며 그보다는 뽀빠이와 그의 아버지가 가진 외형상의 닮음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결정적이다. 이러한 상황이 아버지 찾기의 내러티브 구조를 허술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뽀빠이가 찾는 아버지와 할리우드가 요구하는 아버지는 다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만드는 또 다른 장면이 있다. 스위피가 납치된 뒤에 뽀빠이는 자책하며 말한다. 자신이 스위피의 어머니가 될 수 없었다면 올리브가 아버지가 되도록 해야 했다고. 이때의 아버지와 내러티브가 필요로 하는 아버지의 간극이 주인공 뽀빠이가 가진 이상한 활기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송재상 자원활동가


상영일 ㅣ 8/23(일)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