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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 <벨라르미누 Belarmino>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이번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은 모두 많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졌다 하더라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 앞에서 관객들이 느낄 약간의 막막함과 당혹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각 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싣는다.




<벨라르미누 Belarmino> - 페르난도 로페스, 1964


1935년에 태어나 2012년에 세상을 떠난 페르난도 로페스 감독은 1960년대 포르투갈 영화의 새로운 변화를 일컫는 ‘노보 시네마 Novo Cinema’(브라질의 ‘시네마 노보’와는 구분해야 한다)를 이끌었던 대표적 감독 중 한 명이다. 포르투갈 노보 시네마는 기존의 체제에 쉽게 편입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일찌감치 자생적으로 조직한 시네클럽 등을 통해 영화적 소양을 키웠으며, 런던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중 한 명이 바로 페르난도 로페스였다. 그는 TV 방송국에 입사해 뉴스를 편집하며 경력을 시작했지만 곧 런던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뒤 1960년대에 포르투갈로 돌아왔다. 그 후 몇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 1964년에 자신의 첫 장편인 <벨라르미누>를 발표하였다. 페르난도 로페스는 영화 연출뿐 아니라 포르투갈 영화인들을 위한 기금 조성과 영화 잡지 발행 등 포르투갈 영화의 변화와 발전에 앞장섰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슬로우 모션 Em Câmara Lenta>(2012)까지 서른 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포르투갈 출신의 프로 복서인 벨라르미누 프로고소의 삶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벨라르미누>는 노보 시네마의 출발을 알린 중요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물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벨라르미누라는 인물이 주는 흥미로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촬영과 편집이 지금 보아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를테면 감독은 인물들의 인터뷰를 잘게 나누어 교차편집으로 삽입했으며, 플래시백과 두드러지는 존재감의 음악을 사용했다. 또한 아름답게 촬영한 풍경을 통해 직접적으로 감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몇몇 장면들은 기록 영상을 보는 듯한 건조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각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설명하면 <벨라르미누>가 매우 불균질한 영화일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벨라르미누라는 인물의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하며 결국 균형잡힌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어떤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이나 관습적인 이야기에 기대지 않은 채 지금 포르투갈의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에 대한 진솔한 초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1960년대의 다큐멘터리들이 시네마 베리테와 다이렉트 시네마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페르난도 로페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고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노보 시네마라는 수식어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참고 논문: “The New Portuguese Cinema 1963-1967”(Anthony De Melo, Carleton University, 2005)


글ㅣ 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벨라르미누> Belarmino 상영일정

- 9. 10(목) 20:00

- 9. 15(화)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