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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 <녹색의 해 Os Verdes Anos>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이번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은 모두 많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졌다 하더라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 앞에서 관객들이 느낄 약간의 막막함과 당혹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각 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싣는다.




<녹색의 해 Os Verdes Anos> - 파울로 로샤, 1963


1950년대에 시작된 뉴웨이브의 흐름은 포르투갈 영화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영화인들 대부분은 포르투갈 텔레비전의 장학생, 혹은 굴벤키안 재단과 국립영화펀드의 도움으로 해외에서 영화를 공부할 기회를 가졌던 이들이다. 이들은 해외 시네마테크의 회고전이나 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기회를 얻었고, 새로운 영화들에 자극받아 이전의 내셔널 시네마와는 다른, 보다 개인적이고 진정성 있는 포르투갈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 중 1960년대 초에 두각을 보인 이가 파울로 로샤이다.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하면서 시네클럽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던 파울로 로샤는 파리의 이덱IDHEC에서 영화를 수학하고, 졸업 후에는 장 르누아르의 <탈주한 하사>(1962), 올리베이라의 <봄의 제전>(1963)에서 조감독을 했다.


1963년, 그는 기념비적인 데뷔작 <녹색의 해>로 포르투갈 ‘노보 시네마’의 기수로 떠올랐고,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다. 무대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영화의 주인공은 줄리오라는 시골 청년이다. 시골에서 리스본으로 막 상경한 그는 신발 수선 견습생으로 일하려 한다. 줄리오는 그의 삼촌 아퐁소 집에 머무는데, 도시 외곽의 빈곤층 집에 거주하는 아퐁소는 돈을 저축해 빈곤지대를 떠나려는 야심 많은 인물이다. 아퐁소는 줄리오를 아들처럼 대하지만 야심도 진취성도 없는 그를 점점 경멸하기 시작한다. 줄리오는 우연히 아파트의 부유층 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소녀 일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부유층 집의 현대적 삶에 매혹된 일다는 줄리오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이 때문에 예기치 않은 비극이 발생한다.


스토리 위주의 이전 영화들과 달리 파울로 로샤의 영화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이야기를 영화적 표현방식으로 충실히 담아낸다. 영화의 비극적 결과는 스토리의 명백한 단서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면밀하게 시각적 층위를 살펴봐야 한다. 줄리오를 처음 보여주는 장면부터 그렇다. 그는 리스본의 기차역에 도착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 채 인파 속에서 머뭇거리고 서 있다. 그는 현대적 도시의 삶에 적응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아이들과 뛰노는 장면이 그래서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그가 일다를 아파트 로비에서 만나는 장면 또한 현대사회의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 현대적 기술, 상품 소비와 연결된 일다의 도시적 삶이 이와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일다의 캐릭터가 현대적 삶에 매료되어 있긴 하지만 보수적 분위기의 시대와 달리 그녀가 독립적이고 고집스러우며 자유롭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만 한다. 특별히 이 영화의 긴 댄스파티 장면이 주목할 만하다.


글 ㅣ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녹색의 해> 상영일정 

- 9. 9(수) 20:00 

- 9. 13(일)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