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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빗속의 벌 Uma Abelha na Chuva>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



낯선 포르투갈 영화들에 대한 짧은 안내


이번 “시네마테크 포르투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은 모두 많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졌다 하더라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 앞에서 관객들이 느낄 약간의 막막함과 당혹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각 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싣는다.




<빗속의 벌 Uma Abelha na Chuva> - 페르난도 로페스, 1971


<빗속의 벌>은 페르난도 로페스의 첫 번째 장편 극영화이다. 데뷔작인 <벨라르미누>가 받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높은 평가에 힘입어 페르난도 로페스는 본격적인 영화 활동을 이어갔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페르난도 로페스가 1965년에 할리우드로 건너가 <체이스 The Chase>(아서 펜, 1966)와 <그룹 The Group>(시드니 루멧, 1966)의 연출부로 일했다는 것이다. 로페스가 두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훗날 할리우드의 복잡한 제작 시스템과 산업 구조에 큰 자극을 받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 후 포르투갈로 돌아온 페르난도 로페스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다른 신인 감독들과 함께 자신들의 제작사를 직접 설립했고, 이곳을 통해 <빗속의 벌>을 제작, 연출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을 그린 그린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만 보면 막연히 현실과 유리된 사색적인 영화라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의 숨막힐 듯한  폐쇄적인 공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르투갈의 독재자 안토니우 드 올리베이라 살라자르에 의해 시행된 ‘에스타도 노보 Estado Novo’, 즉 ‘새로운 국가’ 정책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살라자르가 총리로 집권한 193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시행된 포르투갈의 근대화 정책인 에스타도 노보는 필연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그중 농업 분야에 있어서는 지역 간의 불균형한 개발과 구조적인 빈부격차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인위적으로 특정 지역에 농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그 관리를 소수의 지배 계층에게 맡긴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많은 평범한 농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져 갔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국가 차원의 정책을 바꿔나갈 방법은 마땅하지 않았다(이후 살라자르가 사망하고 1974년에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나며 포르투갈 사회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지만 긴 시간 동안 땅에 새겨진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니 영화 속의 목가적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주인공 마리아가 한없이 공허한 눈빛을 보일 때는 그 뒤에 드리워진 당시 포르투갈 사회의 우울한 그림자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녀는 지금 어두운 현실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참고 논문: “The New Portuguese Cinema 1963-1967”(Anthony De Melo, Carleton University, 2005)


글 ㅣ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빗속의 벌> Uma Abelha na Chuva / A Bee in the Rain 상영일정


- 9. 13(일) 14:00

- 9. 22(화)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