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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캔자스 시티 재즈의 황홀함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다" [시네토크] 황덕호 재즈평론가와 손관호 파고뮤직 대표의 선택작 로버트 알트먼의 ‘캔자스 시티’ 지난 29일 토요일 오후, 서울아트시네마에 특별한 친구들이 방문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친구가 된 황덕호 재즈평론가와 손관호 파고뮤직 대표다. 그들은 재즈 음악이 가득 담긴 로버트 알트먼의 를 추천했다. 상영 후에는 그들과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고, 1930년대 중반 미국의 캔자스 시티 재즈의 역사와 함께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영화 이야기에 곁들여 들려주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예전부터 재즈와 관련된 상영을 시도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다가, 올해 특별히 두 분을 친구로 모시면서 진행하게 됐다. 이 영화를 어떤 점에서 .. 더보기
욕망에 대한 공포영화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첫사랑’ 사랑의 본질은 만고불변이지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랑도 ‘조각’처럼 한다. 의 두 주인공 비토리오(비타리아노 트레비잔)와 소냐(미셸라 세스콘) 역시 조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금속세공사로 활동하는 비토리오와 화가를 위해 모델을 서주는 소냐는 블라인드 데이트로 만난 사이다. 첫 만남의 서먹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에 대한 탐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비토리오는 조각 같은 몸매의 소냐가 맘에 들고, 그녀 역시 자상해 보이는 그가 싫지 않다.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시작한 이들은 곧 동거를 시작하고 비토리오는 소냐에게 좀 더 날씬해질 것을 요구한다. 포스터의 태그라인은 ‘욕망에 대한 공포영화’(A Horror Movie abou.. 더보기
말론 브랜도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 [리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는 베르톨루치의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감각적인 영화인 동시에, 말론 브랜도라는 불세출의 배우가 가장 자유롭게 자신의 내면을 표출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1970)에서부터 베르톨루치와 함께 작업해온 촬영 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거의 회화에 가까운 실험적인 화면이 돋보인다. 는 말론 브랜도의 즉흥 연기와 스토라로가 그야말로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듯 창조해낸 무드로 가득한 파리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경험을 가져다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또한 태어나자마자 온갖 수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탈리아에서 외설죄로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이 법정에 섰을 뿐만 아니라 본국에서 약 15년 동안 상영 금지를 당했으며, 남성우.. 더보기
“에너지로 만든 영화는 에너지로 보면 된다” [시네토크] 김태용 감독이 추천한 로우 예의 ‘수쥬’ 지난 28일 저녁, 로우 예의 를 상영 후 이 영화를 추천한 김태용 감독과의 시네토크 가 이어졌다. 객석을 꽉 메운 관객들은 숨죽이며 김태용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독의 너스레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했던 그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10년 전에 나온 영화인데, 오늘 다시 보시면서는 어떠셨는지? 김태용(영화감독): 말씀대로 10년밖에 안 된 굉장히 최근 영화이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헷갈렸지만 10년 전에 느꼈던 정서가 지금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는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더라도 정서가 중요해지는 영화인 것 같다. 김성욱: 그 정서는 어떤 것인가? 김태용: 2000년 전까지는 중.. 더보기
“영화를 찍는다는 것의 의문” [시네클럽] 김태용 감독의 영화연출론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인기 행사 중 하나인 ‘시네클럽’이 28일로 3강을 맞으며 중반에 이르렀다. 세 번째 강사로 나선 김태용 감독은 ‘영화를 찍는다는 것의 의문’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친근하게 풀어내며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관객들과 소통했다.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따뜻한 현장을 전한다. 김태용(영화감독): 사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도 갖고 있지 않아서, 답에 대한 이야기 대신 그 의문에 어떤 과정이 있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영화 작업을 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작품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응축되어있던 의문들이 한 작품씩 할 때마다 한 번에 폭발하는 것 같.. 더보기
“요즘 어떤 영화 보세요?” [시네클럽] 정가형제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 보기 지난 26일 오후에 열린 두 번째 시네클럽 행사는 의 정가형제 감독과 함께했다. "요즘 어떤 영화 보세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유년 시절을 영화광으로 보낸 정범식, 정식 감독이 ‘좋은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데뷔작 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소탈하고 내밀했던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요즘 어떤 영화를 보는지? 정식(영화감독): 영화감독을 하게 되니까 영화를 더 못 보게 된다. (웃음) 작업을 하면 시간이 많지 않게 돼서. 정범식(영화감독): 중2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영화를 안 보면 입에 뭐가 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을 만들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보는 영화와 만드는.. 더보기
핍박받는 자들을 위무하는 재즈의 선율 [리뷰] 로버트 알트먼의 ‘캔자스 시티’ (1996)는 1934년에 미국 동부의 캔자스 시티에서 일어난 며칠 동안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공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사실성은 무엇보다도 1925년생인 로버트 알트먼이 캔자스 시티에서 태어나 십대를 보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가 포착해낸 그 시대는 부정선거, 살인, 절도, 마약 등이 판치는 어두운 세계다. 아무래도 그 배경은 경제 대공황이 가중시킨 총체적 사회 모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뉴딜 정책을 내세운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새롭게 대통령이 된 해가 1932년이었고, 1934년에 열린 선거는 그 중간 평가와도 같았다. 서민들은 뉴딜 정책을 지지했고, 대자본가들은 비판했다. 그들 간의 분리는 더욱 양극화되었으며, 힘없는 자들은 여전.. 더보기
은밀한 감정적 역사들 [리뷰] 로우 예의 강, 그리고 소년과 소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몇 편의 영화들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레오 까락스의 영화들이다. (1984)와 (1991)에서 강은 연인들의 내밀한 사랑의 역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과도 같다. 로우 예의 두 번째 장편 는 레오 까락스의 연인들처럼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외로운 소년, 소녀, 그리고 강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황폐한 삶에서 섬광과도 같은 사랑이 솟아오를 때, 이들은 이 유일무이한 감정에 속절없이 사로잡힌다. 는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내러티브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결코 영화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비디오를 찍는 내레이터의 존재로 인해 시종일관 과거 시제의 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