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바바는 영화광들 사이에서 서로 은밀한 눈웃음을 교환하는 패스워드 같은 존재다. 마틴 스콜세지의 오랜 애정은 말할 것도 없고 슬래셔 무비의 원전으로 회자되는 <베이 오브 블러드>(1971)는 존 카펜터가 <할로윈>(1978)을 만들며 그 주관적 시점 카메라를 응용했고, 쇠꼬챙이 살해 등 거의 리메이크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13일의 금요일>(1980)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웨스 크레이븐은 <리사와 악마>(1973)에서 얻은 영감으로 <나이트메어>(1984)를 만들었고 팀 버튼은 <슬리피 할로우>(1999)를 통해 <블랙 선데이>(1960)를 비롯한 그의 고딕호러 영화들에 오마주를 바쳤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블랙 사바스>(1963) 에피소드 구성으로부터 <펄프 픽션>(1994)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블랙 선데이>의 ‘호러 여신’ 바바라 스틸에게 매혹된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브라이언 드팔마의 경배는 또 어떤가. 죽은 소녀의 유령이 마을을 떠도는 <킬, 베이비... 킬!>(1966)은 스콜세지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에 인용됐을 뿐 아니라 루키노 비스콘티와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에도 스며들었다.


이에 덧붙여 최초의 지알로 호러영화로 인정받는 <너무 많이 아는 여자>(1963)에 이르기까지, 마리오 바바가 동료 혹은 후대 감독들에게 재평가 받는 부분은 아무래도 그 특유의 고딕호러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마리오 바바의 후기작 <미친개들>은 난데없는 영화다. 인공적 세트가 등장하는 일체의 실내 장면이 없고, 무엇보다 밤 장면이라고는 없이 거의 차안에서만 벌어지는 리얼타임 도주극이다. 리더(모리스 폴리)를 비롯 각각 블레이드(돈 백키)와 써티투(조지 이스트먼)라 불리는 세 남자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는 돈을 탈취해 달아난다. 체포되려는 찰나 마리아(리아 랜더)를 인질로 잡고 위기를 모면한 그들은 우연히 리카르도(리카르도 쿠치올라)가 모는 차에 올라타게 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중이었던 리카르도를 위협해 도시 밖으로 도주한다. 마리아를 그레타 가르보라 부르며 성희롱을 하고 죄책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은 ‘미친개들’이나 마찬가지다.

마리오 바바는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에서 읽은 한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친개들>을 구상했다. 하지만 여건이 좋지 못해서 제작비가 모자라 크랭크인 이틀 만에 촬영감독을 자르고 자신이 직접 촬영했다. 1974년 크랭크업하긴 했으나 제작자는 결국 파산했고 깔끔하게 완성되지 못한 채로 남겨졌다. 그렇게 거의 20년 동안 창고에 잠들어 있던 필름에 마리아 역의 배우 리아 랜더가 돈을 대고 아들 람베르토 바바가 미진한 부분을 마무리해 완성했다. 그러니까 공개 순서로 보자면 <미친개들>은 마리오 바바의 유작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미친개들>은 자동차의 여정을 따른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에드가 울머의 <우회로>(1945)를 연상시킨다. 자동차 안의 미친개들은 발정난 개 마냥 여자를 괴롭히고 급기야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자에게 소변을 보게 하며 자신의 성기를 만지도록 시킨다. 마리오 바바의 이전 영화들과 비교해도 느닷없고 역겨운 장면들의 연속은 영화 속 인물들을 너무나 가혹하게 다룬다. 에드가 울머의 <우회로>를 향해 로저 에버트가 “내러티브에 있는 비약과 모순은 악몽의 심리학에 해당한다.”고 했던 얘기는 <미친개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하여 영화는 오히려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운명적이다. 그럼에도 거칠고 대담하게 정체불명의 요소들이 한데 뒤엉켜 끝까지 내달리는 <미친개들>은 기묘한 혼돈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에너지를 제 맘대로 쥐었다 놓았다 하는 특유의 긴장감도 팽팽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라스트의 반전에 이르러서는 운명의 그 잔혹하고 서늘한 힘에 기어이 굴복당하고야 만다. 마리오 바바의 가장 파괴적이고도 음울한 로드무비다. (주성철_씨네21 기자)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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