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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마리오 바바의 가장 파괴적이고 음울한 로드 무비, ‘미친개들’ 마리오 바바는 영화광들 사이에서 서로 은밀한 눈웃음을 교환하는 패스워드 같은 존재다. 마틴 스콜세지의 오랜 애정은 말할 것도 없고 슬래셔 무비의 원전으로 회자되는 (1971)는 존 카펜터가 (1978)을 만들며 그 주관적 시점 카메라를 응용했고, 쇠꼬챙이 살해 등 거의 리메이크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1980)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웨스 크레이븐은 (1973)에서 얻은 영감으로 (1984)를 만들었고 팀 버튼은 (1999)를 통해 (1960)를 비롯한 그의 고딕호러 영화들에 오마주를 바쳤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1963) 에피소드 구성으로부터 (1994)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의 ‘호러 여신’ 바바라 스틸에게 매혹된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브라이언 드팔마의 경배는 또.. 더보기
"영화적인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시네토크] 시네마테크의 선택작 에릭 로메르의 지난 6일 오후, 서울아트시네마의 옥상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개막식 이후로 꾸준한 입소문을 탄 에릭 로메르의 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행렬이었다.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 상영 후에는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진득한 발걸음으로 로메르라는 작가와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영화의 자장을 짚어보는 뜻 깊은 시간의 일부를 여기에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이런 영화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이 영화에 갖게 되는 의문이고, 동시에 에릭 로메르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이런 영화를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과 거기에 내포된, ‘그렇다면 영화는 .. 더보기
지옥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시네토크] 김지운 감독의 선택작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5일 저녁, 1회부터 빠지지 않고 매년 친구들로 참석한 김지운 감독의 올해의 추천작인 상영 후 김지운 감독과의 솔직담백한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코폴라가 선사하는 암흑의 세계에 갔다 온 관객들은 혼이 빠진 상태로 허기를 참으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영화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것에 관한, 영화를 보는 것에 관한 치열한 토크열전이 펼쳐졌던 그 현장의 일부를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영화였는데. 김지운(영화감독): 끝내고 광기, 복수, 지옥, 어두운 내면을 다룬 영화를 멀리 하려고 했는데... (웃음) 오늘 그것도 리덕스 판, 코폴라가 생각한 지옥의 완전판을 여러분께.. 더보기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 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마테오 가로네의 초기작은 최근작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등 원작소설을 끌어와 극영화를 만드는 최근과 달리 초기작들은 실제 삶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마테오 가로네의 장편 데뷔작 은 이민자들이 이탈리아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나이지리아 매춘부,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 그리고 이집트에서 온 주유소 직원 등 이민자 자신이 직접 출연, 인공성이 가미되지 않는 일상을 카메라 앞에 그대로 노출한다. 다만 그들이 발붙인 땅은 모든 것이 풍요로운 도시와 거리가 먼 메마르고 황량한 곳으로 그들의 이탈리아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는 배경의 척박함으로 증명이 된다. 그 때문에 은 ‘가로네 버전의 네오리얼리즘’ 혹은 ‘1990.. 더보기
전쟁의 부조리 보여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1979년 개봉 이후 은 베트남전에 관한 한 가장 유서 깊고 영향력 있는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일부 평자들에게는 사이공에서 캄보디아 정글로 향하는 윌라드(마틴 쉰)의 행적을 좇는 내러티브의 궤적이 의혹을 사기도 했다. 엔딩 장면이 김빠지고 실망스럽다는 지적에서부터 마지막 30분은 조리에 닿지 않는 억지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힐난이 눈엣가시였음인지 코폴라는 묵혀둔 푸티지들을 가지고 새로운 장면들을 취택하여 디렉터스컷을 내놓았다. 2001년 칸영화제에서 (이하 )라는 이름으로 디렉터스컷이 상영됐을 때 안팎의 관심은 비상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판본에 덧붙인 코폴라의 일성은 다음과 같다. “에는 1979년 버전에 삽입하지 못했던 장면들을 넣음으로써 캐릭터의 내면에 설득력을 주었고, 나 자신조차.. 더보기
10년전의 영화를 꺼내어: 신자유주의 시대의 살풍경 '와이키키 브라더스' 1월 작가를 만나다: 임순례 감독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지난 29일 저녁 ‘2001년의 기억!’이란 제하로 2011년 첫 작가를 만나다가 열렸다. 이번 달의 주인공은 개봉 10주년을 맞는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상영 후에는 원래 임순례 감독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임순례 감독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고 허남웅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와의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10년 전의 영화를 꺼내어 다시 보며 관객과 함께 감흥에 젖어 호흡했던 그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번 작가를 만나다는 개봉 10주년을 맞는 임순례 감독의 를 선택했다. 이 영화는 일명 ‘와라나고’ 운동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이 자발적인 운동을 펼쳐서 흥행까지는.. 더보기
우리네 삶의 풍경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로마의 여름' 로마 출신의 마테오 가로네가 고향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그에게 지역성은 가로네의 영화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에서 감독이 바라보는 로마의 풍경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것은 극중 변호사 출신의 예술 감독 로셀라(로셀라 오르)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탓이 크다. 정확한 사연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지만 로셀라는 인생에 혼란을 느껴 어딘가에서 요양을 하다가 돌아온 인상이 짙다. 로셀라가 보기에 로마에 있던 친구들도, 풍경도 어딘가 많이 변한 것 같다. 다만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어느 수도사로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너무나 변모한 로마의 모습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로네는 에서도 여전한 네오리얼리즘의 면.. 더보기
"이룰 수 없는 보편적 사랑이야기로 느껴진다" [시네토크] 민규동 감독이 추천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지난 30일 저녁,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상영 후 이 영화를 추천한 민규동 감독과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필름이 변색되었다는 공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극장을 찾아주었다. 다양한 측면에서 함의를 품고 있는 논쟁적인 영화였던 만큼 짧은 시간에도 깊이 있는 대화와 질문이 오고간 자리였다. 이 지면을 통해 그 일부를 옮겨본다. 민규동(영화감독):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친구들에게 줄거리를 설명하기는 힘들었는데 촬영과 색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필름 상태 때문에 세피아, 혹은 흑백처럼 보였지만, 사실 촬영감독을 전시회에 데려가서 처음에 나오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보여주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