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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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박받는 자들을 위무하는 재즈의 선율
[리뷰] 로버트 알트먼의 ‘캔자스 시티’ (1996)는 1934년에 미국 동부의 캔자스 시티에서 일어난 며칠 동안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공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사실성은 무엇보다도 1925년생인 로버트 알트먼이 캔자스 시티에서 태어나 십대를 보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가 포착해낸 그 시대는 부정선거, 살인, 절도, 마약 등이 판치는 어두운 세계다. 아무래도 그 배경은 경제 대공황이 가중시킨 총체적 사회 모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뉴딜 정책을 내세운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새롭게 대통령이 된 해가 1932년이었고, 1934년에 열린 선거는 그 중간 평가와도 같았다. 서민들은 뉴딜 정책을 지지했고, 대자본가들은 비판했다. 그들 간의 분리는 더욱 양극화되었으며, 힘없는 자들은 여전..
2011.01.29 -
은밀한 감정적 역사들
[리뷰] 로우 예의 강, 그리고 소년과 소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몇 편의 영화들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레오 까락스의 영화들이다. (1984)와 (1991)에서 강은 연인들의 내밀한 사랑의 역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과도 같다. 로우 예의 두 번째 장편 는 레오 까락스의 연인들처럼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외로운 소년, 소녀, 그리고 강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황폐한 삶에서 섬광과도 같은 사랑이 솟아오를 때, 이들은 이 유일무이한 감정에 속절없이 사로잡힌다. 는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내러티브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결코 영화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비디오를 찍는 내레이터의 존재로 인해 시종일관 과거 시제의 느..
2011.01.28 -
영화의 본질에 대한 추적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애매한 과 달리 는 명백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 즉 ‘웨딩 사진가 오레스테 피폴로’인데 영화는 웨딩 사진 촬영으로 나폴리의 유명인사가 된 피폴로의 작업을 따라간다. 나폴리에서 결혼을 결심한 남녀들이 피폴로를 찾는 이유는 촬영 능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신랑, 신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신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조는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변함없이 피폴로가 명성을 유지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마테오 가로네가 최우선으로 삼는 영화적 철학이기도 하다. 가로네가 굳이 결혼 사진가를 주인공 삼아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극중 피폴로가 웨딩 사진을..
2011.01.28 -
“차갑게 식은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받고 싶었다”
[시네토크] 정가형제가 추천한 존 G.아빌드슨의 지난 26일 저녁, 의 상영이 끝나고 이 영화를 추천한 형제 영화감독 정가형제(정범식, 정식)와 함께한 시네토크가 있었다. 유쾌한 웃음과 순수한 감동이 감돌던 상영 때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오랜 추억과 재회한 이들의 기쁨과 새로운 영화를 만난 이들의 가벼운 흥분이 교차하던 그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는 두 분이 같이 추천하신 것인지? 정범식(영화감독): 작년 친구들 영화제 때 일정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때부터 동생이랑 ‘ 보고 싶지 않냐’고 얘기 하다가 추천하게 되었다. 김성욱: 왜 갑자기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셨나? 정범식: 잘 모르겠다. 가 76년 작이니까 우리도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보지..
2011.01.27 -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기적"
[시네토크] 영화평론가 정성일 감독이 추천한 에릭 로메르의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어느덧 2주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5일은 에릭 로메르의 영화 세 편을 상영했던, 일명 '로메르 데이'였다. 마지막 회 가 상영 후에는 이 영화를 추천했던 정성일 영화평론가 겸 감독과 함께하는 시네토크도 이어졌다. 정성일 감독은 로메르의 영화세계 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매우 긴 시간동안 열성적이고 유쾌하게 들려주었다.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정성일(영화감독/영화평론가): 올해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6년째 개근이다. 올해에도 백지수표가 도착해서 매우 기뻤고 어떤 영화를 써 넣을까 생각했다.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 편 중 ..
2011.01.26 -
아메리칸 드림의 노스탤지어 -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는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을 때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된 믿음인 아메리칸 드림을 해체하고 재정립하는 영화다. 이태리에서 온 이민자 후손 록키 발보아는 하루하루를 4회전 복서로 살아간다. 그것만으로 돈벌이가 되지 않자 건달 노릇까지 하면서 구차하게 돈을 번다. 그러던 어느날 헤비급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에게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1976년에 만들어진 는 제작과정부터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명제작자 어윈 윈클러에게 의 시나리오가 눈에 띄기 전까지 스탤론은 33번의 흥미 없는 시나리오를 쓴 가난한 이민자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은 의 감독, 작가 그리고 배우를 모두 소화해 내며 일약 스타가 된다. 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 즉, 노스탤지어를 구체화한다...
201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