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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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잔혹함과 인간 심연의 고통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에 관해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한 개인의 경험과 그 센세이션 중심에 있는 감흥을 있는 그대로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영화의 중심인물인 커츠 대령이 한말이기도 하고 을 본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이다. 프란시스 F. 코폴라가 3천만 달러가 넘는 거금을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을 바탕으로 상황을 베트남전으로 각색해 만들어 졌다. 영화는 캄보디아 밀림으로 잠적해 미쳤다는 소문이 도는 미스터리한 인물 커츠 대령(말론 블란도)을 찾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윌라드 대위(마틴 쉰)의 여정과 전쟁의 광기어린 현장을 묘사한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코폴라 감독은 영화가 베트남전에..
2011.01.20 -
복원된 이두용 감독의 태권액션영화를 만난다!
카르트 블랑슈: 한국영상자료원 컬렉션 1974년에 만들어진 이두용 감독의 은 만주를 배경으로 태권액션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전설적인 주인공으로 오디션을 통해 다리가 길고 화려한 발차기를 소유한 차리 셸(한용철)이 발탁되었다. 이두용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이 영화는 그러나 오리지널 네거티브가 테크니스코프(생필름을 절약하기 위해 필름의 한 프레임에 두 장면을 담는 방식)이어서 오랫동안 제대로 상영할 수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2009년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영화를 복원해서 2010년 5월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이번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시네마테크의 또 다른 친구로 영상자료원을 초대했고, 이두용 감독의 을 포함해 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네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2011.01.20 -
신비로운 연애술사, 에릭 로메르를 추모하며
지난해 에릭 로메르의 부음을 접하면서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2001년 7월 29일. ‘문화학교 서울’ 주최로 아트선재센터 지하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에릭 로메르의 17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었다. 당시 문화학교서울의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기획한 두 번째 회고전이었다. 지금에야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작가이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 개봉당시 천명의 관객을 넘기지 못했을 정도로 그는 소수의 시네필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2001년의 회고전은 로메르를 국내에 처음 온전하게 알리는 행사였다. 회고전에 즈음해 로메르의 영화사인 ‘로장주 필름’(로메르는 누벨바그 작가 중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영화사를 설립해 40년 동안 거의 전작을 ..
2011.01.19 -
우연, 선택, 그리고 기만 - 에릭 로메르의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에릭 로메르의 '도덕이야기' 시리즈는 공통의 내용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섯 편으로 이뤄진 시리즈는 모두 콩트의 형식이며, 시점은 1인칭이다. 주인공에게는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부재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생기면서, 주인공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쳐한다. 그의 선택은 언제나 원래 사랑하려던 사람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서 그 인물이 지닌 내적 심리의 문제다. 로메르는 도덕이야기의 인물들을 '모럴리스트'라 칭하면서, 그들을 "행위 이전에, 스스로의 감정을 분석하려는"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라고 말한다. '도덕이야기'의 세 번째 작품인 (1969)의 주인공 장 루이(장 루이 트랭티냥)는 가톨릭과 수학적 확률을 믿는 엔지니어다. 그는 ..
2011.01.19 -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되찾을 시간 -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현장
2011년 1월 18일 저녁 6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친구들 영화제는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Jouissance Cinema'라는 테마로 기획되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모를 둘러싼 문제들로 인해 거의 존립의 위기를 겪으며 다사다난하게 보냈던 지난 한해의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 그 위기를 넘어서 영화보기의 본래적 즐거움을 되찾고 누려보자는 취지다. 이번 개막식은 지난 한 해 각자의 영역에서 열렬한 후원활동을 펼쳐주었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감독들, 영화배우들, 관객들의 후원에 감사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2012년까지는 꼭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마련해 보자는 목표를..
2011.01.19 -
고통과 고독의 외설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72)는 그 명성과 제목, 널리 알려진 주제곡 선율로 제법 낭만적인 사랑영화로 오해 받을 만하다. 배우들의 면면과 비토리오 스트라로의 콘트라스트 짙은 유려한 화면도 이에 한 몫 한다. 그러나 이 근사한 외피 속에 펼쳐지는 관계들은 조금도 낭만적이지 않다. 인물들은 거의 결핍에 의해서 움직이며 번지수를 잘못 찾아 자꾸 엇갈린다. 개봉당시 외설 논란을 일으키며 유명해진 정사장면들은 둘의 결합이라기보다 충돌에 가깝다. 카메라는 멀리서 이를 차갑게 바라보거나, 고통의 표정에 다가갈 뿐이다. 사랑의 밀어 대신 욕설과 사회시스템을 부정하는 말들이 튀어나온다. 제일 다정한 언어는 그르렁대는 동물소리. 이 영화에서 가장 낭만적이라 할 만한 것은 사랑은 커녕 차라리 죽음과 고독일 것이다. 영..
2011.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