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작가를 만나다 -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9월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오랜만에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를 함께 보고 정재은 감독과의 대화를 갖는 시간을 가졌다. 섬세한 터치로 휘청거리는 청춘 군상을 영화 속에 담아내왔고,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정재은 감독과 함께한 9월 ‘작가를 만나다’의 현장을 담아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고양이를 부탁해>는 감독님께도 관객들에게도 각별하게 기억되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1세기의 한국 영화의 베스트로 꼽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2001년에 영화가 나오고 9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떻게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재은(영화감독): 그때는 제가 영화 현장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대해선 잘 몰랐습니다. 당시 영화를 만들고 영화제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이구동성으로 프로듀서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곤 했어요. 특히 해외에서 그런 얘길 많이 들었죠. 어떻게 보면 영화적이지 않고 기본적인 이야기 자체가 뚜렷하지 않은데, 이런 영화의 제작을 결정한 제작자나 프로듀서가 훌륭하단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전체적인 한국영화의 분위기가 새로운 영화,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였고, 문화적 분위기 자체가 그런 것을 전반적으로 지지해주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이 돼요. 제가 영화를 전공하고 나서 제작 경험을 하고 싶은 생각에 <여고괴담2>의 스크립터로 참여했었어요. 그 영화를 하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있다 보니 내가 영화를 찍는다면 이렇게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다음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졸업 작품을 찍으면서 인천을 갔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인천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국적이고 멋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때 저와 단편 영화를 찍던 배우가 제게 고양이를 맡긴 일있었었죠. 그러한 일들이 엮여져서, 인천을 배경으로 고등학교 졸업을 한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컨셉으로 만들어지면서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데뷔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김성욱: 일본의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가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영화에 대해 글도 썼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는 두 종류의 영화감독이 있다면서 뭔가 있을 것 같은 것을 만드는 감독이 있고 전혀 존재할 것 같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는데, 후자가 니콜라스 레이의 <그들은 밤에 산다>같은 영화라면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도 그와 같은 영화라 말합니다. 그만큼의 호평을 받을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 인천이라는 공간 자체와 인천에서 서울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풍경이 바뀌는 장면, 태희와 지영이 돌아다니는 공간 등 여러 공간들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공간들은 어떻게 발견을 하시고 영화에 담아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재은: 사람들은 제가 인천을 잘 알고 있어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인천에 대한 첫 인상이 좋았기 때문에 일단 그 공간에서 무얼 찍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영화에 담은 인천은 구도심 중심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인천은 훨씬 더 넓고 광범위한 공간인데, 이상하게도 인물들의 동선이랄지 인물들이 방문하는 곳, 움직이는 경로를 영화에 담겨진 구도심 지역에서 머무르며 그 안에서 모두 해결하게 되었어요. 당시 저에겐 그런 풍경들이 낯설기도 하고 멋있고 찍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공간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어릴 적 살던 공간과 비슷한 면도 있었죠.


김성욱: 영화에서 몇 가지 사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다른 효과를 주곤 합니다. 칼이나 휴대폰의 경우도 있고, 넓게 이야기하자면 영화의 제목에 나오는 고양이도 그렇고, 각각의 특정 사물들이 반복 변주되는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정재은: 실제로 영화의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각각의 인물들에게 중요한 사물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똑같은 사진이더라도, 지영의 집에 걸려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공간이기도 한 오래된 인천의 풍경 사진, 혜주의 자기 자신의 사진, 태희의 가족사진처럼, 세 인물에게 각기 다른 사진을 설정해 배치했죠.

관객1: 중학교 때 처음 이 영화를 봤어요. 그 땐 잘 몰랐는데, 이제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 다시 영화를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의 음악은 어떻게 선택하신 건가요?
정재은: 당시 제가 모비 같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했고, 영화에도 그런 류의 음악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 음악감독 보다는 나의 정서와 맞는 사람을 찾고 싶어서 친구에게서 별을 소개받았어요. 별의 음악을 듣고 장면과 매치시킬 곡들을 고르게 되었어요. 특히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 시대는 갔는가’라는 곡이 마음에 들었고, 영화의 감성과 감각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곡을 메인 음악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별의 음악 외에도 M&F의 조성우 선생님과 협업을 한 곡들을 사용하게 되었죠.

관객2:
20대 초반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혜주 캐릭터가 밉게 보였는데, 다시 보니 좀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영화의 캐릭터들에 대해 좀 더 얘기듣고 싶습니다.정재은: 캐릭터라는 것이 절대적인 면으로 구성되는 게 아니라 관계들 안에서, 복합적인 위치 안에서 상대적인 느낌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영화에서는 내 안에 존재하는 현실과 이상, 관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캐릭터로 분리했다고 할 수 있어요. 캐릭터를 만들 때 극단적으로 한 가지 부분만 보이는 캐릭터보다는, 다섯 명의 관계 안에서 상대적이면서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예민한 특징들을 가지고 인물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3:
영화에서 고양이를 주고받는 행위가 일어나는데, 인물들 사이에서 고양
이가 갖는 역할이 궁금합니다.
정재은: 이 영화가 그나마 장편영화의 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건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웃음) 사실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기 어려운 굉장히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화 안에서 고양이를 부탁하는 행위가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이야기들을 엮어가고 하나로 이어주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관객4: 캐스팅 비화가 궁금합니다. 이요원씨나 배두나씨 외의 다른 배우들은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정재은: 처음에 이요원씨가 혜주 캐릭터를 싫어했어요.(웃음) 혜주를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미워할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조금만 현실적인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혜주에게 공감할 수 있고 그녀에게 느껴지는 연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이요원씨에게 설득을 했어요. 옥지영씨는 굉장히 쾌활한 성격이라 사실 이 영화의 캐릭터와는 전혀 상반되는 친구에요. 그래서 지영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던 면이 있었죠. 배두나씨는 처음부터 태희의 캐릭터를 맡았으면 좋겠다고 같이 생각했고 잘 어울렸죠. 비류와 온주의 캐릭터를 위해선 쌍둥이들 중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야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이은주, 이은실이라는 친구들이 그 중에서 가장 구분이 어려운 쌍둥이였어요. 중국어 공부를 위해서 중국 유학을 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웃음)

관객5:
혜주의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고 있고 혜주가 집에서 걸어 나올 때 등장하는 유리가 깨진 자동차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가족 내에서 어떤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설정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정재은: 혜주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자동차를 위주로 많이 생각했어요. 법원 장면에서도 원래 그렇게 자동차가 많은 곳이 아닌데 일부러 많이 배치했었죠. 그래서 아파트 앞 장면은 제가 사실 잘 찍고 싶었던 장면 중에 하나에요. 아파트 앞에 이유를 알 수 없게 검게 불탄 자동차가 있다는 설정이었는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애를 먹었어요.(웃음) 화면 상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불탄 자동차의 이미지에 대한 강한 느낌을 생각했어요. 가족에 대한 부분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양하게 설정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물이 가족이라는 일차적인 집단 안에서 의식을 갖추게 되는데, 그 이후에 사회나 친구들 같은 이차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안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고, 그런 틀 안에서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관객6: 캐릭터 설정을 하고나 촬영을 하실 때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어떤 건가요?정재은: 이야기 자체 보다 주변 환경이나 디테일한 묘사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해주길 바랬던 것 같아요. 다른 요소들을 가지고 이야기 이상의 것들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지영이와 연락이 안돼서 태희가 지영의 집을 찾아간다고 할 때 그걸 찍을 수 있는 방법은 수만 가지의 방법이 있을 거 에요.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저는 태희가 지영을 찾아가면서 그 동네에서 느끼는 낯섦, 가난한 풍경에 대한 느낌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정한 이미지나 풍경의 묘사로 전달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이야기를 다른 차원에서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관객7: 화면 구성이 특별한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정재은: 제작 초기에 인물들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배분한 면이 있어요. 혜주는 연립아파트, 자동차, 가죽이나 모피 느낌의 질감이나 이미지를 생각했고, 지영은 예전 달동네 같은 느낌,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미지를 갖고 어디로 탈출해야할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을 생각했고, 태희 는 자연, 나룻배, 빈티지의상 하는 식으로 인물들의 히스토리를 기계적으로 분류하고, 일종의 컨셉츄얼한 작업을 했어요. 이미지, 컨셉에 좀 더 많이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관객8: 영화를 볼 때마다 지영이 태희를 기다리고 함께 떠나는 엔딩을 참 좋아합니다. 엔딩을 만드는 과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하고, 감독님이 가장 애착이 갖는 캐릭터가 궁금합니다.
정재은: 가장 마음을 주고 힘을 쏟았던 캐릭터는 혜주였어요. 다른 캐릭터보다 더 직접적이고 설명적으로 찍었던 것 같아요.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가장 잘 이해받았으면 하는 캐릭터였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끝내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엔딩 장면에서 많이들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웃음) 고등학교 때는 혜주와 지영이 원래 더 친했지만, 왠지 모르게 사이가 멀어지면서 지영과 태희가 더 친해지게 되어서 둘이 함께 떠난다는 게 이 영화의 스토리인 셈이에요. 갈 곳이 없는 아이와 어디든 떠나고 싶은 아이가 만나 어딘가 떠난다는 것이 제가 생각했던 이야기였어요.

관객9: 혹시 속편의 계획이 없으신지, 그리고 감독님께서 영향을 받은 영화나 감독이 궁금합니다.
정재은: 속편 계획은 있어요.(웃음) 배우들도 흔쾌히 수락했는데, 당장은 아니고 제가 50세 정도 되었을 때 배우들도 중년이 되었을 때 <고양이를 부탁해2>를 찍어볼 생각이에요. (웃음) 이 영화를 찍었을 때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같은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집요하고 냉정한 부분에 감탄하고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성욱: 마지막 비행기 장면 이륙 장면이 실제로는 착륙장면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웃음)
정재은: 그 장면에 사연이 있어요. 사실 착륙하는 장면이 맞아요.(웃음) 편집을 마치고 봉준호 감독님께 영화를 봐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감독님께서 마지막에 비행기가 뜨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원래는 들어있지 않던 장면이었죠. 그래서 지영이 공항에서 일하는 설정이 있다보니 지영을 배경으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찍어둔 게 있었고, 그 장면을 쓰게 되었죠.


김성욱: 최근에 어떤 작업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재은: <태풍태양>이 끝나고 나서는 3,4년 동안 계속 시나리오만 썼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제가 찍고 싶은 장면들을 찍고 그걸 모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시나리오를 잘 못 쓴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좋은 시나리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하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서 결국 느낀 건 영화는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세 번째 영화부터는 호러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래전부터 호러 영화를 찍고 싶었고, 제겐 중요한 목표였어요. 호러영화 시나리오들을 여러 편 썼지만, 상황이 맞지 않아 제작을 못한 상태였어요. 일단 지금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어요.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건축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좀 더 긴 시간을 가지고 작업을 해서 1,2년 정도 좀 더 작업을 한 뒤 선보이려고 합니다. (정리: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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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작가를 만나다 -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지난 2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작가를 만나다’ 프로그램으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불멸의 걸작,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상영하고, 상영 후에 장준환 감독이 직접 참석하여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 자리는 유수 영화제와 평단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쓴 맛을 보아야 했지만 여전히 영화적 힘을 갖고 있는 <지구를 지켜라>에 관한 못다 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장준환 감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기자):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지구를 지켜라>가 2000년대 한국영화 중 크게 흥행하진 못했지만,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컬트영화가 아닌가 싶다. 병구는 지구를 지키느라 애썼는데 우리는 이 영화를 지키지 못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그 어떤 장르도 아닐 뿐 더러, 병구의 개인사로 시작해 인류의 역사로까지 나가는 영화였기 때문에. 너무 슬퍼 울었던 기억도 난다. 처음엔 단지 개인적인 복수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지구를 폭파시키는 장면으로 까지 나아가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마케팅이나 홍보 방식에 있어 좀 더 다른 방향으로 했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감독님은 처음에 어떻게 이 영화에 접근했었는지 궁금하다.
장준환(영화감독): 영화를 보시고 영화 마니아가 만든 게 아닐까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자라오면서 봐왔던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시나리오에 녹아든 것 같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주성철: 유인원 연기를 신하균 씨가 직접 하셨다고 들었다.
장준환: 그 땐 왜 그랬는지 고집을 피웠다. 병구와 유인원의 눈빛이 연결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하균 씨가 꼭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웃음) 태안반도의 해수욕장에 암석이 많은 곳이 있는데 거기서 마지막 촬영을 했다. 찍고 보니까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정말 비슷하더라. 전엔 그렇게 까지 비슷할 줄은 몰랐었는데 말이다.

주성철:
백윤식 씨의 출세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장준환: 사실 그때만 해도 배우들이 영화와 텔레비전의 활동 구분이 많았는데 백윤식 씨는 삼십 몇 년간 텔레비전 활동만 거의 하셨다. 백 선생님이 맛깔스럽게 연기하시는 부분들이 좋아서 백 선생님께 배역을 드리기로 마음먹었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옷도 거의 못입고. (웃음) 근데 데뷔작이라 열의가 너무 많아서 일부러 제가 고생시키는 줄 아시고 사실 초반엔 오해도 좀 있었다. 머리를 면도하는 것도 그렇고, 많이 괴롭혀드렸는데, 너무나 열심히 하시고 끝날 때는 영화적으로 친구가 되었다.

주성철: <지구를 지켜라>는 얼마 만에 다시 보시는지?
장준환: 저도 극장에서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오늘 보니까 영화의 강도가 최근의 <악마를 보았다>라든지 <아저씨>같은 영화들 못지않은 것 같다. 인육을 개한테 먹이는 장면도 있는데 <지구를 지켜라>에선 안 잘리고 들어가 있다. 강도 높은 장면들 중 고심 끝에 뺀 장면들도 있다.
주성철: 그 당시에는 연쇄살인마의 공간 같은 것을 이렇게 미술적으로 표현한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 오히려 지금 다시 보니 놀랍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관객1: 캐스팅하실 때 배우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장준환: 신하균 씨 같은 경우는 꼭 같이 하고 싶었다. 신하균 씨의 취향이 이런 류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 것 같다. 작업하면서 신하균 씨는 완전 영화에 빠져있었고, 결과도 너무 흡족하다. 백선생님은 당시 시나리오를 받고 하루는 하고 싶다가도 하루는 너무 힘들 것 같아 망설이고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드님이 특이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추천을 해서 결국은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그리고 목화라는 극단에 박희순 씨와 친구여서 자주 가서 공연을 봤는데, 황정민 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 친구는 꼭 한번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순이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남자가 가지는 ‘대지와도 같은 구원의 여인’이라는 판타지가 들어가 있다.

관객2:
2003년 봄에 개봉 당시 함께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대부분 코미디영화라고 생각했다. 호러도 나오고 SF도 나오고 해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장준환: 당시 조폭 코미디를 비롯해서 코미디 영화가 대세였다. 마케팅팀에서도 이 영화를 보고 어디에 맞춰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코미디가 대세니까 그렇게 밀고가자고 했던 것 같다.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그건 사실 영화에 대해 거짓말을 한 거였다. 한 부분만을 뽑아서 그게 전부인 것처럼 설명한 셈이니까 말이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 영화가 실패의 한 사례로 계속 회자되기도 했다. (웃음)

관객3: <지구를 지켜라>가 영상적으로도 뛰어나지만 스토리가 굉장히 독특한데, 어떻게 구상하시게 되었는지? 그리고 처음에는 병구라는 인물의 복수극으로 착각했다가 결국 모든 게 진실인 것으로 가는데,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인지?
장준환: <미저리>란 영화를 너무 재밌게, 손을 땀을 쥐며 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결국에 미저리가 처참하게 죽게 되는데, 가슴에 뭔가 남게 되었다. 영화에서 케시 베이츠는 악녀, 미친 사람으로만 표현되어있다. 그 사람이 그 정도까지 갔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슬픔이나 어떤 고통이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고 끝나버리는 부분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간다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지구가 폭파되고 병구의 다큐멘터리 같은 일상사가 보여진다는 것은 이 영화의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분명히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 어려웠던 것은 관객들과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관객4: 감독님 팬으로서 차기작이 기대된다. 요즘의 큰 관심사는 무엇인지?
장준환: 오랜만에 필름 작업한 게 있다. 부산프로젝트라고 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획한 영화다. 한국, 태국, 일본의 세 감독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드는 사랑이야기다. 올 겨울에 만들었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된다. 제목은 <러브 포 세일>이라는 SF다. 머릿속의 사랑의 기억을 사람들에게 팔게 되면서 그것이 상품이 되고 밀거래가 되기도 한다. 최근의 관심사는 제 다음 작품은 뭘까이다. (웃음) 사실 솔직히 요즘 ‘나는 왜 하고 싶은 얘기가 없지’ 이런 생각이 든다. 뭔가 나를 막 끌어 오르게 하는 그런 게 안 생기는 게 요즘의 고민이다.

관객5:
영화를 보면서 설마 했던 일들이 진짜 진행되어 놀라웠다. 일종의 자신감의 표출이었을 것 같고, 사람들이 이래서 천재감독님이라는 얘기를 하나보다 싶었다.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에게 제일 망설여졌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장준환: 제일 망설여졌던 부분은 마지막에 지구를 폭파하는 장면이었다. 여러 가지 필터가 자꾸 걸리면서 이렇게 까지 하려면 내가 이 영화에 진실한 감정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안에 웃음도 많고 패러디도 많지만 이 영화를 장난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진심을 가지고 마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상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어떤 메시지를 담았다기보다는 제게는 이 영화가 어떤 물음표다.

주성철: 병구의 노트는 직접 다 만드신건지?
장준환: 제가 한 부분도 있고, 미술팀이 한 것 도 있다. 그 작업도 해보니까 상당히 쉽지 않더라. 병구의 마음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나름대로 즐거운 작업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 노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관객6: 감독님 영화엔 판타지의 경향이 많은데, 원래 판타지 문학도 좋아하는지?
장준환: 사실은 책도 많이 안 읽는다. 우연히 보다가 재밌는 거 같으면 좀 읽고 하는 식인데, 아이작 아시모프 단편 같은 걸 굉장히 재밌게 봤다. 인류사 같은 종류의 책들을 관심 있게 본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어렸을 때부터 과학 잡지들을 좋아하고 재밌게 보곤 했다. 지금도 인터넷 뉴스를 보면 과학 기사들을 재밌게 보기도 한다. 텔레비전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관객7: 지구를 폭파하고 난 이후에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왕자는 지구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저지르는 포악한 짓에 병구는 저항을 하는데, 왜 병구의 그런 저항을 보면서도 희망이 없다고 하는지 궁금하다.
장준환: 영화상에서 설명되는 것으로는 고통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유전자 결합구조가 느슨해지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실험대상으로 쓰게 되고, 그 유전자 구조가 바뀔 수 있으면 성공이니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찾았던 거다. 괴롭힘을 일부러 주기도 했었다는 부분도 있다. 이란의 사람들이 치타들을 관리하듯 관리하다가, 병구에게 납치 되는 것을 계기로 인간의 마음이 되어서 느끼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병구의 일기를 보면서 울부짖는 장면이 있습니다. 관리직으로서 실험대상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희망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식으로 감성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성철: 마지막으로 못 다한 말씀이 있다면 해달라.
장준환: 더운데 많이들 오셔서 이 오래된 영화를 봐주시고, 질문도 해주셔서 실은 저한텐 좋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즐거운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할 이야기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제 안에서 이제는 조금 시동이 걸리는 것 같다. 다시 좋은 영화로 찾아뵐 수 있기를, 무지개 너머 어디에 더 재밌고 아름다운 영화가 있기를 바란다. (정리: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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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작가를 만나다 -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

지난 7월 31일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첫 장편연출작으로 호평을 받은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상영하고, 상영 후에는 김광식 감독과 관객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계의 입담꾼인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진행 하에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이야기가 펼쳐졌던 그 시간의 일부를 여기에 담아본다.


주성철(씨네21 기자): 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감독이 박중훈이라는 배우에 대해 갖는 애정이 드러나고. 취직을 하려면 무릎을 꿇고 빌라고 말하는데, <게임의 법칙>에도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이 있다. 박중훈이라는 배우의 아우라 그런 것이 생각났다.
김광식(영화감독): <게임의 법칙>을 보고 박중훈 씨를 매우 좋아했다. 특별히 그 영화를 연상하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박중훈 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에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박중훈 씨는 영화 내에서 죽은 지 십 년은 됐으니 자꾸 자기 배역을 죽여 달라고 했는데, 죽이지 않았다. 계단에서 쓰러졌을 때 박중훈 씨는 동철이가 죽기를 원했다. 촬영할 때, 죽는 것처럼 자꾸 눈을 감기도 했다.

주성철: 박중훈 씨는 코믹배우로서의 힘과 누아르 장르에서 가진 파괴력이라는 양극단을 잘 오가는 배우다. 영화에서 합기도 도장 사범들하고 싸우는 첫 장면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 봤다. 과장되게 웃기게 할 수 있는데, 진짜로 딱 그 나이 대의 퇴물 조폭이 당할 것처럼 정말 당하더라.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의 정서나 감정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첫 등장을 어떻게 시킬까, 첫 액션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했는지?
김광식: 시나리오를 쓸 때 주인공의 이미지를 잘 잡아야 한다. 특별한 계획보다는 보여지는 그대로, 좀 찌질한 사람 정도로 보였음 싶었다.

주성철:
두 사람이 하룻밤 자고 난 그 다음날의 느낌이 이채로웠다. 그 다음날의 대화나 이후의 관계 및 정서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김광식: 바닷가에서 뽀뽀를 할 때나 감정이 드러나지 하룻밤 장면은 사실 그냥 하룻밤의 일회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다.

주성철: 여기저기에서 읽어 본 영화평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88만원세대라는 말이다. 그런 것들이 두 남녀, 자기 조직 내에서 밀려나고 있는 한 퇴물 건달과 기를 쓰고 취업을 해보려하는 사회 초년병 여자의 관계를 통해 매칭이 된다.
김광식: 88만원 세대에 대한 글은 많이 봤지만, 이 영화에서는 홍보를 할 때도 그것만은 좀 빼달라고 말했다. 그들의 고통이 상업적으로 이용될까봐 부담이 됐던 거다. 영화에서는 의도했다기보다는 거의 무의식중에 나온,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고통 등을 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주성철: 이창동 감독님의 연출부 생활을 하셨는데, 도움이 됐던 가르침이라면?
김광식: 이창동 감독님께는 주로 영화적인 것을 하지 말라고 배웠다. 영화적인, 인위적인, 화면상의 아름다움,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아름다움을 배제하고 현실적인 것, 구질구질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라는 거다. 그런데 저는 한편으론 이명세 감독님의 영화의 표현적인 방식, 영상적인 아름다움의 느낌 등을 좋아하기도 한다. 일본 영화에 한때 경도되어 있던 적도 있었다. 이와이 슌지, 기타노 다케시, 왕가위 등. 이미지적인 것에 경도되어 있었고, 이 영화에도 그런 것들의 흔적이 남은 것 같다. 여전히 그 두 가지를 갖춘 감독이 되고 싶다.

주성철:
본인이 쓴 시나리오와 별개로 미묘하게라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
김광식: 시나리오를 갖고 이견을 보인 적은 없고, 약속한 촬영시간을 어긴 것에 대한 문제는 있었다. 계단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박중훈 씨랑 가장 많은 토론을 했다. 또한 엔딩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사족이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앞부분의 코믹한 터치와 조응을 이루기 위해서도 그러하고, 죽음을 딛고 선 취직이라는 것이 저의 윤리 상 용납이 안 되기도 해서 엔딩에서의 재회가 필요했던 거다.

주성철: 관객들이 많이 웃은 장면들에서 의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있다면?
김광식: 어이없는 부분에서 유머가 작렬하는데 아무도 안 웃더라. 가령 동철이가 세진이를 기다리며 "한세진 씨"하고 부르며 "면접실이 저기에요?"라고 하자, 비서가 "한세진 씨 세요?" 라고 말할 때, 저는 정말 웃긴데, 잘 안 웃더라. 또 동철이가 전단 붙이는데 세진이 "그런거 하면 얼마줘?" 하자 "너 이런 거 나오려고? 이런거 하려면 이뻐야 돼" 이럴 때도 마찬가지다. 뉴트리션 나오는 부분은, 뉴트리션이 뭔지 다들 모르시다가 영양제라고 하니까 그 때서야 웃으시더라. (웃음)

관객1: 영화 잘 봤다. 몇 년 후에 봐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연 배우들도 인상적이다. 조폭 맡으신 분들이나. 재혁 역의 권세인 배우. 캐스팅을 한 이유 같은 것이 있는지?
김광식: 감독과의 대화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지금 감독 된지 두 달 됐다. 권위나 신비화 같은 것들이 싫은 느낌이 있어서 재밌게 하고 싶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다. 권세인 씨는 사실 정유미 씨 소속사의 압박으로 캐스팅하게 됐다. 근데 만나보니까 유머코드도 있고 참 재밌더라. 사람이 재미있어야 영화 속에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재미없으면 같이 일하고픈 생각도 잘 안 든다.

관객2: 스토리상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부산에서 아버지하고 인사하고 나서 동철이 밖에서 시비가 붙는데, 몇 번 참다가 옷자락이 열리면서 문신이 보이고, 그 때부터 폭발하면서 시비남을 구타하기 시작하잖나. 시나리오 상에서 폭발하는 부분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김광식: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는 때리는 장면이 없었다. 문신이 보여지면서 끝나는 거였다. 그런데 조폭을 다루니까 아무래도 장르적으로 필요하다 싶어서 구타장면을 추가한 것이다. 이런 질문이 나와서 놀랐다. 제가 공주출신인데 아직도 서울이 낯설다. 어디를 가나 고향을 잃어버린 이방인이란 느낌을 갖고 살았다. 그 감정을 세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켜볼 생각이었다.

관객3: 제목은 직접 지으셨는지?
김광식: 제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그따위로 지었냐는 말도 들었다. 마돈나가 숀 펜이랑 사귀다 헤어졌는데, 그를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마이 디어 데스페라도' 라고 표현했던 것이 인상 깊었다. 박중훈 씨가 감탄했던 제목인 '무릎 꿇지마'로 바꿨다가 다시 바꿨다. 윤제균 대표님과 머리를 맞대다가 '개의 밤'으로 할까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 제목을 하게 된 거다.


관객4: 대학교 4학년으로서 정유미 역할에 공감하며 봤다. 대리가 된 다음에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는 부분은 꿈이 아닌데 장면이 환하게 비치면서 마치 꿈처럼 묘사된 거 같다.
김광식: 꿈처럼 묘사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모든 상황이 끝났고 환한 느낌이 들긴 할 것 같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그 공간 자체가 창이 많고 밝았다. 그 장면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동진 기자님이 제가 그걸 중요하게 여겼다고 쓰셨는데, 맞다. 그 장면은 꼭 하고 싶었던, 중요한 포인트였다.

관객5: 무거운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연출하셔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 영화의 속편을 만들거나 연극으로 만들거나 할 계획은 있는지?
김광식: 속편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조폭이 나오는 영화는 가능하면 이제 하고 싶지 않다. 미화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고 해서. 사실 뮤지컬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거절했다. 왜냐하면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이제 잊고 싶어서다. 다른 곳에서 결과물로 돌아다니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주성철: 끝으로 못다한 얘기가 있다면 해달라.
김광식: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고 처음이고 해서 긴장이 됐고 안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첫 영화고 보러 와주신 분들이 고마워서 여러분들 때문에 하게 됐다. 와주셔서 고맙고 다음 작품 빨리 결정해서 더 재밌는 걸로 돌아오겠다. 감사드린다. (정리: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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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작가를 만나다 - 조창호 감독의 <폭풍전야>

지난 6월 26일 저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대표적인 정기상영회인 ‘작가를 만나다’ 행사를 열었다. 상영작은 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풍부한 감수성과 섬세한 연출력으로 표현해 새로운 멜로영화의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은 조창호 감독의 <폭풍전야>. 상영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 현장의 일부를 이곳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미지들이 굉장히 많이 남고 감정 상태가 많이 보이는 영화인 것 같다. 어떤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처음 하게 됐는지?
조창호(영화감독): 2001년도에 조폭 조직의 행동대장쯤 되는 분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는 와중에, 같은 교도소 안에 수감되어 있는 에이즈 감염인의 피를 자기 몸에 바르고 마시고, 그런 일을 되풀이하다가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그걸 신문에서 접하면서 필이 확 왔다. 과연 목숨을 담보로, 모든 걸 다 바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어떤 게 있을까,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던진 다음에도 얻은 게 없는 그런 허무한 상태에서, 그 남는 시간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그런 부분에 대한 질문이 생겨 그걸 모티브로 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김성욱: 영화를 보면 인물들이 엇박자나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 어긋나는데 그게 감독님 얘기하신 것처럼 허무한 상황인지, 아니면 일종의 미필적 고의 같기도 했는데.
조창호: 미필적 고의는 분명히 아니다. 어떤 한 인물이나 사건이 다른 인물이나 사건에 미치는 영향력 같은 것이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어떤 복수의 것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갈등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 때 아주 단순화 시키면 드라마가 헐거워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김성욱: 이 영화에서 시각적인 측면으로 보면 사라진다는 게 눈을 감거나 눈을 가리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런 건 어떤 데서 생각을 했는지?
조창호: 마술이란 서로 약속하지 않아도 공통적으로 떠올려지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영화 속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술이 시각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종의 판타지인데, 실제적으로 그 속에 이루어지는 것은 트릭이다. 그러니까 카메라가 진실을 포착하는 데 있어서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 영화 역사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믿어지는 흐름을 다시 한 번 제가 정리를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김성욱: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회성이나 존재성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창호: 욕인가? (웃음)
김성욱: 아니다. (웃음) 일단 인물의 많은 부분을 비워두고 영화를 찍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중간 중간에 장난들도 좀 더 길게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굉장히 짧게 가고, 짧은 에피소드들이 되게 많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그런 부분을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조창호: 이런 주제와 인물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훨씬 더 사회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아직 날것 그대로 끌어와서 영화를 만드는 그런 높은 경지는 아닌 것 같고,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 얘기를 할 때는 그냥 그렇게 떠올려 지더라. (웃음)

김성욱: 김남길 씨가 뛰는 장면이 있는데 그러다 쓰러진다. 저쪽에서 또 다시 황우슬혜 씨가 열심히 뛰어오다 또 쓰러진다. 그걸 여관집 소녀가 보고 언니 하면서 뛰어 올라가는데 그 장면이 되게 특이하게 느껴졌다. 어떤 이미지에서 딱 촉발이 된 건지?
조창호: 그런 장면에서 웃는 관객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기본적인 연출의 세기가 부족했다는 부분은 스스로 인정을 해야 될 것 같고. 다만 이미지는 아니고 드라마 상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수인이 입장에서는 자기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거 충분히 알고 있고 그 시점에 와서야 자기가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리고 그 여자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는 그런 걸 느꼈을 때 하루라도 더 살아서 이 삶과 공존할 수 있다면, 그런 바람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성욱:
영화 첫 장면에서 현수막에 보면 지상최하의 마술이라고 돼 있는데 그렇게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조창호: 처음에 그거는 저 자신에 대한 조소로 출발했다. 처음에 계획했던 것은 상당히 볼거리가 있고 그러면서도 영화의 주제와 좀 더 맞닿고 하는 거였고 마술에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자료를 찾고 준비하고 그랬다. 많이 연구하고 기획했던 여러 가지 마술 장면들을 포기하게 되면서 제 스스로에게 일종의 fuck you를 한번 날린거다.

관객1: 수인, 상병, 미아, 이름이 다 특이하다. 수인이라는 건 참는다, 인내한다는 말도 되고 그 다음에 죄수를 다른 말로 수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있다가 미아가 된다든지 그런 의미가 있을 것 같고. 그런 걸 생각하고 이름을 붙였는지?
조창호: .그렇다. (웃음)

김성욱:
영어 제목은 <Lovers Vanished>라고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조창호: 그거는 회사에서. (웃음)

관객2: 첫 장면이 바람 부는 것, 그 다음이 마술쇼 장면이다. 보이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공간적인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창호: 일단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술이 하나의 이미지, 어떤 제3의 장소에서 떠올리는 존재하는 이미지일 수도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이 이제 겨우 사랑을 알 것 같은데, 그러자마자 영화는 이제 끝인데 거기서 이제 그 감정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또 다른 의미로 지속되어질 것 같은, 당장 여기서는 우리 눈에 보이진 않아도. 인물들의 뿌리가 없는 건 맞다. 폭풍전야는 사실 자연 현상이다. 공간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는 부분은, 그렇게 의도한 건 사실 아니다.

관객3:
영화를 보고 나니까 이미지라든가 이미지 안에서 인물이 배치되는 배경 이런 부분이 상당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대사가 그냥 외국어고 자막으로 만약에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 궁금한 건 이 영화는 어떤 장르로 봐야 되는지?
조창호: 그냥 다른 것 빼고 드라마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자막으로 보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는 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알 것 같다. (웃음) 제가 다 화살을 맞을 이야기다. 풍경에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셨을 것 같다. 아, 그림 예쁘다, 라든가 풍경 예쁘다, 라든가. 근데 사실 전 그런 것이 욕이라고 생각한다. 제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은 종류의 영화들이 몇 있다. 그런데 특별히 칭찬할 거 없을 때, 그림 좋다, 미술 좋다, 뭐 이런 얘기를 하지 않던가. 물론 영화 속의 어떤 풍경이 하나의 감정으로, 이야기로 작용을 하길 간절히 원하면서 찍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인물, 인물의 감정이고 그것이 제대로 표현되었다면 그것이 우선적으로 이야기가 나올 거다.

관객4: 영화 정말 잘 봤다. 이런 느낌은 처음인데 영화를 정말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이 이야기를 봐서, 이 이야기를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 슬퍼서 막 울었던 게, 되게 절박하게 느껴졌다. 결국은 이 이야기도 마술처럼 사라지고 사람들이 모르는 얘기가 될까봐 너무 마음이 아팠다.
조창호: 영화를 봐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그런 관객을 뵙게 되어서 다행이다. 이건 방향을 가리키고 그쪽으로 가지 못한 그런 영화다, 저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가끔 얘기한다. 가끔 나는 되게 잘 봤는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하시는 분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제가 이 영화를 못 가게 만들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곳까지 가 계신 분들이니까 만드는 사람보다 더 뛰어난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관객5: 저는 장면들이 되게 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수인이 달리는 장면조차도 정적으로 느껴졌다. 제가 보기엔. 그리고 그런 정적인 장면들이 카메라가 이렇게 계속 가지 않고 장면을 전환시키는데 그 사이에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제공된다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조창호: 저 스스로는 영화를 만들면서 정적이다, 동적이다, 상징과 은유,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이 어떤 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건 있다. 저는 아직까지는 세상의 선한 의지를 믿는 사람이다. 수인과 미아의 아주 선한 마음의 결, 민정에게도 그런 것이 좀 남아있고, 다른 캐릭터에도 조금씩 남아있어서 쉽게 깨지지 않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씨, 그런 결이 부딪치면서 만들어지는 감정. 제가 생각하는 감정이 제가 썼던 대사로 제대로 전달되어졌을 때 대사 하나하나에 충분히 그런 감정이 느껴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김성욱: 이제 마쳐야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조창호: 영화를 보러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실제로는 이런 자리가 이 영화 만들고 나서 처음이다. 다섯 문제밖에 못 맞췄는데, 와 이 문제 어떻게 풀었어?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자리가 저한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고 영화 만들라 말씀하시는 것 같고 저도 좋은 기운 받고 돌아가는 것 같다. (정리: 홍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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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작가를 만나다 -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지난 5월 15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의 대표적인 정기프로그램인 ‘작가를 만나다’ 행사가 열렸다. 상영작은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이날 극장 안은 개봉한지 꽤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함께 해 <사랑니>에 대한 여전한 팬심을 보여주었다. 사랑의 시작과 끝, 매혹, 그에 대한 기억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만들었다는 <사랑니>에 대해 정지우 감독과 관객들이 나눈 시네토크 현장의 일부를 이곳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사랑니>는 어떤 영화였고, 또 어떤 생각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는지?
정지우(영화감독): 긴 시간 독립영화를 하다가 <해피 엔드>로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하게 됐고, 그게 생각이 많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를 정말 잘 해보고 싶다고 열렬히 고민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5년 만에 영화를 하게 됐다. 하고 싶은 기분 그대로 끝까지 가서 만들었다.

김성욱: 이 영화는 어떤 이미지에서 시작 되었는지 아니면 어떤 이야기에서 착상 됐는지 궁금하다.
정지우: 여기 여자 관객 분들이 그동안 연애한 남자친구들을 하나하나 생각을 해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을 거다. 자기가 매혹되는 어떤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시작과 끝이 맺어져 있고, 매혹은 바뀌지 않고, 그런 기억들은 놓치지 않고 만들어야 되겠다는 기분이 있었다.

김성욱:
과거와 현재의 두 인물이 반복되고 치환되고, 또 보상 같기도 한데 영화 안에서는 그게 또 일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우: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대로이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는 수많은 것들이 과거의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또 다른 이미지로 되고, 이러면서 사람은 조금씩 변화하고. 영화를 마치면서 그래도 살만한 거 아니냐는 기분을 끝까지 던진 것 같다. 반복과 변주가 뱅뱅 돌면서 답답하고 괴롭기 보다는 변하고 달라지고 있는 것은 맞다.

김성욱: 공간들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지우: 공간에서 한옥을 사용했는데 안과 밖이 섞여 있는 공간으로서의 한옥이 너무 좋았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고 과거의 장면 같은 것은 대단히 모던하고 현대적인 공간으로. 그것이 서로 섞이는 그런 계획으로 구성되고 촬영됐다.

김성욱: 이 영화에서는 사실적인 레벨보다는 조금 떠 있는 듯한 순간들이 있다.
정지우: 현실의 물리적인 법칙들로부터 벗어난다든가 하는 그런 어떤 순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영화적으로 묘사하고 싶은 꿈이 있다.

김성욱: 그럴 경우에 배우들을 설득하는 편인가?
정지우: 배우가 불편해하는 건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연애할 때 발이 땅에 안 닿아있는 기분, 그런 말로 설명을 했는데 이심전심으로 알아듣는 그런 상황들은 감독으로서 행복하다.

관객1:
어떻게 보면 어린 인영이 서른 살로 점프하는 꿈을 꾸는 걸로 보인다.
정지우: 그것이 구별되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관객2: 혹시 2편을 만드신다면 사랑니를 빼버릴 건지, 놔둘 건지 궁금하다.
정지우: 그냥 아픈데 못 뽑는 상태를 또 만들고 싶다.

관객3: 인영이와 동거하는 친구 정우의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린다.
정지우: 에로틱한 우정, 너무너무 좋은 내 편인 친구 같은 캐릭터를 원했다.

관객4: 이수가 지구본을 좋아한다. 특별히 지구본을 설정한 이유와 석이가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 김정은이 모텔에서 화분을 들고 도망 나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정유미의 뒤에 배경으로 나왔던 벚꽃이 너무 화사한 이유 등을 묻고 싶다.
정지우: 같은 프레임 안에 소년이 지구본을 갖고 있는 상태가 되게 하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공사는, 일상적인 공간임에도 위태롭고 휘청한 느낌을 영화에서 만들고 싶었다. 벚꽃, 그렇게 하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 여관에서 화분을 갖고 도망가는 건 그게 훨씬 더 재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관객5: 금기관 같은 게 있는가?
정지우: 어떤 이유로든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이야기를 지지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 않다.


관객6: 영화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이것만큼은 꼭 찍어보고 싶었다는 어떤 이미지라든지 설정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혹은 영화를 찍다가 우연하게 충동적으로 찍고 싶었던 장면이 있다면?
정지우: 용기를 얻고 살만하다고 여기는 서른 살 조인영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만들려고 했다. 정유미 양이 일식집에서 전화를 받고 난 다음에 뛰쳐나와서 김정은 씨한테 다가오던 장면이, 계획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카메라가 배우의 움직임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움직임이 생겼다. 그런 순간이 너무너무 행복하다.

김성욱: 정유미 씨가 양호실에서 드러눕고 양호선생님이 구두를 갈아 신는 장면이 있다.
정지우: 운동화신고 완전히 나자빠진 유미랑 구두신고 좋은 사람 만나러 나갈 것 같은 양호선생님이 한 공간에 있는 걸 찍고 싶었다.

김성욱: 이 영화 다음에 <모던보이>가 있고, 그리고 나서도 2년 정도 이상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갖는 의문과 질문들도 있었을 것 같다.
정지우: 2000년대 중반부터 와이드 릴리즈가 급격히 들어오고 다양한 영화들을 보기가 점점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다. 나는 동시대 관객한테 말을 걸고 현실에 영향을 미치려고 영화를 시작을 했고, 그것을 포기한 건 아니기 때문에 힘겹기는 하지만 그 끈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한 번 해보고 싶다. 절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만들겠다. (홍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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