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토크

“사람의 기억은 머리에 남을까,

마음에 남을까?!”

- 배우 배수빈이 말하는 미셀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2013년 여덟 번 째 친구들 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24일,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상영 후 배우 배수빈과 함께 한 시네토크 자리가 마련되었다. 배수빈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인사를 전하며, 삶과 영화에 대한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배수빈(배우): <이터널 선샤인>을 네다섯 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가슴에 와 닿는 장면이나 대사가 달랐다. 볼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서 신기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인 후 다시 본다면 또 어떤 장면과 대사가 나에게 영감을 줄까하는 기대감에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자주 보게 됐던 건 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뭔가 잊고 싶은 게 있었던 건가?

배수빈: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나와 너무 달라서 혹은 나와 너무 비슷해서, 자기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끌림들 때문에 상대를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지 않나. 잘 끝났건, 잘 끝나지 못했건 그 기억들은 소중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 기억들로 인해 우리는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고,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 딱히 나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게 아니라. 나는 좋은 기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김성욱: 영화 속 조엘(짐 캐리)이라는 인물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기억을 지웠다. 상대역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도 그렇다. 짐 캐리는 이런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다. 나에게는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의 캐릭터로서 조엘이라는 인물이 특별하게 와 닿는다. 배우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이는가?

배수빈: <이터널 선샤인> 속의 짐 캐리를 보면 당시에 어떤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것 같은 모습이다. 얼굴에서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나. 나도 연기를 하면서 상처를 갖고 있고, 결핍을 가진 인물들에게 끌리곤 했다. 작년에 작업한 <26년>이라는 작품 같은 경우, 혼자만의 트라우마가 아닌 전 국가적인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나는 트라우마가 너무 크다면 살아가는 힘마저도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들이 올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이겨내다 보면 또 다른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는 트라우마에 빠져버린다 해도 최소한 삶에서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욱: <이터널 선샤인>과 함께 추천했던 작품은 <태양은 가득히>였다. 이 작품은 어떤 점에서 끌렸나?

배수빈: 그 영화 역시 알랭 들롱의 부와 명예에 대한 결핍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거짓말에 거짓말이 더해지고. 자신이 따라가고 있는 욕망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내 입장에서 본다면 내가 배우로서 추구해 나가야하는 방향성 같은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김성욱: 이 영화를 보며 짐 캐리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초기작 <마스크>나 <케이블 가이>를 보면 몸으로 CG를 구현하는 듯한 배우였는데(웃음), 2000년대 초반에는 진지한 역할을 자주 맡았다. <트루먼 쇼>도 그렇지 않나. 오늘 영화에서 인상 깊은 탁자 장면을 보면, 한편으론 진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위트 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배수빈: 굉장히 특별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나도 배역을 맡다보면 한 쪽으로 치우쳐진 경우가 많다. 짐 캐리 같은 캐릭터 소화가 가능한 것은 여유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초반에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치도 없는 배우가 본인의 개성으로 이슈화되어 나오다가, 시간이 흘러 여유가 생기면 그 개성이 페이소스 있게 풀어지는 게 아닐까. 나도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면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성욱: 이 영화에서 어떤 장면을 특히 좋아하나? 내 경우에는 탁자 장면이 인상 깊다. 재미있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다.

배수빈: 짐 캐리가 어린 시절 자위행위 하던 기억으로 돌아간 장면. 중고등학생때 누구나 경험해봄직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성욱: 다 경험하지는 않는다. (웃음)

배수빈: 미셸 공드리의 편집도 좋다. 그러니까 중간 중간 갑자기 인물이 사라지고 거꾸로 진행되고, 신기할 정도로 편집을 잘 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천재 감독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기억을 없애는 방법이 머릿속의 점들을 지우는 것이란 아이디어 자체도 신기했다. 사람의 기억은 머리에 남아있나, 마음에 남아있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김성욱: 이 영화를 촬영했을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짐캐리가 몇몇 장면들에서 편집에 의존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어떤 장면은 카메라 뒤로 돌았다가 본인이 직접 다시 카메라 앞으로 나타나고. 두 명이 나오는 장면도 각기 찍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인터뷰에서 미셸 공드리는 이런 방식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때 한 대답이 “해보지도 않고 가능하냐고 묻느냐”는 것이었다. 배우로서 감독과의 그런 경험이나 일화가 있는지.

배수빈: 유지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마이 라띠마>에서 함께 촬영을 했는데, 매 장면마다 2테이크 씩 간 것 같다. 한 장면 장면을 위해 합심해서 노력 했다. 감독의 의지가 이렇다고 해서 이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그렇지 않나. 함께 합의를 한다면 몇 테이크인들 촬영 못하고, 거꾸로 찍는 것인들 못하겠나. 배우는 자신의 역할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보면 사족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매체는 내가 느끼는 것보다 관객들이 느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김성욱: 그런 식의 경험이 있있던 장면이 있나? <26년> 같은 작품에서는 많았을 것 같다.

배수빈: <마이 라띠마>를 찍을 때 스테디캠으로 1분 이상 지속되는 장면이 있었다. 출연 인원만 30-40명이 얽혀서 나오는 건데,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8시간 정도를 투자한 것 같다. 딱 한 테이크를 위해서. 거기에는 주연, 조연 배우도 있겠지만 보조출연 하시는 분들도 있고 스탭분들도 있다. 정말 작은 역할부터 스탭들까지 전부.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다 함께 힘을 기울였던 장면이 생각난다.

 

김성욱: 짐 캐리는 <이터널 선샤인> 시나리오를 받고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배우로서 활동하면 여러 종류의 시나리오를 받을 텐데, 어떤 식으로 판단을 하나?

배수빈: 반반이다. 정말 잘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시나리오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 <광해>의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광해>의 영화 시나리오를 봤는데 이 영화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실했다. 시나리오가 주는 묵직함이 있었다. 배우들은 내 생각에 감인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잘 넘어가느냐, 읽는 중간에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잘 넘어가느냐, 시나리오를 다 읽고 딱 덮었을 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들은 거의 그런 식이었다.

 

김성욱: 첫 영화, 첫 작품을 한지 거의 1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안다. 어떤 계기로 배우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배수빈: 사실 처음에는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다. 원래 나는 사진을 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엔 사진, 음악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았다. 우연찮게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거다. 배우로 지내다보니 결국 과연 무엇 때문에 내가 창작 활동을 좋아했을까 궁금해졌다. 결국 그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연기를 하면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상처들을 감싸 안으면서 따뜻한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도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작품들을 위주로 선택하고자 한다.

 

관객: 지금까지 TV나 영화에서 진지하고 의미 있는 캐릭터 위주로 선택했던 것 같다. 사극도 그렇고. 생각하고 있는 롤모델 배우나 감독이 있나? <26년>, <마이 라띠마>, <무서운 이야기> 등 영화 선택이 대중적이지 않을 것 같다.

배수빈: 마음이 가면 그냥 한다. 그게 정답인 거 같다. 어디에 구애 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연기만 할 뿐이다. 실험적인 작품에 가능한 한 많이 출연하고 싶다. 본받고 싶은 배우라고 하면, 상(像)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고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싶지 않다. 상을 부수상이 없는 배우. 고정적으로 저런 느낌이야, 이런 상을 갖는 게 싫다. 상을 부수는 작업을 해나갈 생각이다.

 

정리: 김경민(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 사진: 박지연(시네마테크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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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 시네마테크

2013 친구들 영화제, 성황리에 개막!

 

1월 17일, 어느덧 여덟 번째를 맞는 ‘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그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관객들의 선택’을 통해 선정된 우디 알렌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 여느 때 보다 뜨거운 관객들의 호응으로 객석은 모두 매진되었고, 극장은 개막작과 영화제에 대한 기대들로 가득 찼다. 성황리에 열린 ‘2013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현장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영화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지난 1 17, 저녁 7 30분 종로 3가 낙원동에 위치하고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개막식이 열렸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앞 매표소에는 표를 구하려는 관객들로 가득 찼고, 올해의 친구들을 비롯한 영화문화계 인사들이 극장을 찾았다. 이날 행사의 사회는 2006년 첫 영화제 때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함께해준 권해효 배우가 맡았다. 사회자 권해효 배우는 첫 영화제 때 이 공간은 참 춥게 느껴졌지만, 오늘 관객으로 꽉 찬 이 극장을 보면서 8년의 시간 동안 조금씩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는 말로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지난 한 해, 서울아트시네마가 10주년을 맞이해 다채롭게 진행했던 부대행사들을 소개했다. 여러 스폰서들의 다양한 재능기부와 참여로 시네마테크의 발전 기금이 마련되었고, 시네마테크의 활동을 알리는데 보다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시네마테크 어워즈를 개최해 지난 10년 동안 시네마테크에 꾸준한 애정을 보여줬던 감독과 배우, 단체들에베스트 프렌즈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후원보고가 끝난 후 최정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대표의 개막 선언 인사가 이어졌다. 그는오랫동안 함께해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선정해주신 영화 하나하나가 모두 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화인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뜻 깊은 시간이 아닌가 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좋은 영화, 영화의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이상한 우정

다음 순서로는 영화제 상영작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함께 트레일러 상영이 이어졌다. 2012, 시네마테크 10주년을 맞이해 만들어진 김종관 감독의 트레일러에 이어 올 한 해 동안 상영될 새로운 트레일러의 연출은 윤성호 감독이 맡았다. 권해효 배우는충격적인 트레일러였다앞으로 모든 관객들이 이상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지 않을까 싶다며 농담을 던졌고, 트레일러에 출연해열연을 보여준 정우열 작가는그냥 그림 하나 그리면 된다고 해서 왔다가 현장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설명했다. 윤성호 감독은현장에 와 준 연기자들이 할 수 있는 제일 값어치 있는 일을 시켰던 것 같다. 싫어도 어쩔 수 없다. 제가 1년 동안 극장에 앉아 두고두고 보려고 만든 트레일러다라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윤성호 감독은 트레일러의 자막에 대한 질문에, 중간의 자막들은 <전함 포템킨>의 대사, 마지막에우리들의 이상한 우정은 시네마테크가 후원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어느 작가가 자신의 후원자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을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는친구들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김태용 감독은 추천작인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를 소개하면서, “옛날 영화를 볼 때마다 격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 계속 배워가는 것 같다. 60년대 영화를 보면 감정을 어떻게 추스르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비극적 결말을 가져왔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만나는 매혹

마지막으로 영화제 개막작인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 대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의 소개가 이어졌다. “관객들의 선택작이기도 한 이 영화와 시네마테크의 선택작은 모두 1930년대 대불황기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이 꽤 어려운 시기이기도 해서 이 영화가 선택된 데에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30년대에 미국에선 영화관을 영화를 보러 가는 공간만으로 여기진 않았다고 한다. 할 일 없을 때 어떤 사람들은 잠을 자기 위해, 젊은 친구들은 부모님의 눈을 피해 연애를 하기 위해서 영화관을 찾기도 했었고, 거리가 추울 때 영화관은 사람들의 휴양소로서 기능하기도 했다. 오늘 보실 <카이로의 붉은 장미>는 그런 영화관에 대한 매혹을 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현실과 환상 간의 선택이라는 어려운 질문이 담겨 있는 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 부딪히는 질문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말한다. 저는 이번에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정말 어려운 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삶의 조건에서 일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에게 그나마 삶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일탈의 장소였고, 지금 여기에서 다른 위치와 장소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통해서 슬픔과 기쁨을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11년을 맞고, 8번째를 맞은 친구들 영화제가 이런 기쁨과 슬픔, 감정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영화관으로서 꾸준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개막식이 끝나고 우디 앨런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가 상영되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함께 웃었고, 슬픔 또한 함께 공감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극장에서 영화를 만나는 기쁨과 매혹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이 날의 상영이 모두 끝나고, 극장 근처의 공간에서 진행된후원 파티에서 관객들은 다시 삼삼오오 모여 술과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_송은경, 장지혜(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 사진_김윤슬(시네마테크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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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탐사 과정으로서의 정치영화

 

지난 12월 28일 금요일, 프란체스코 로지의 <마테이 사건>(1972) 상영 후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의 강연이 이어졌다. 프란체스코 로지의 영화적 스타일과 <마테이 사건>의 구조와 형식에 대한 이 날의 강연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마테이 사건>은 프란체스코 로지의 6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는 필모에서 중간쯤에 위치하는 작품이다. 로지는 61년에 <살바토레 줄리아노>, 72년에 <마테이 사건>, 73년에 <럭키 루치아노>를 만들었다. 이 영화들은 모두 특정 인물을 다루는 전기적인 작품들로 분류할 수 있다. <살바토레 줄리아노>는 시칠리 섬에서 살바토레 줄리아노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의 죽음에 연루된 미스터리들을 파악해나가는 구조를 갖는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장면이 교차되면서 영화가 진행된다. 그러면서 마피아, 국가권력과의 관계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럭키 루치아노>는 어느 마피아에 대한 영화다. <마테이 사건>까지 포함한 이 세 영화들의 공통점은 프란체스코 로지가 이태리 사회 내에서 정치인, 산업인, 범죄자 세 명의 인물들을 영화에서 전기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식 자체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바이오 픽쳐, 즉 인물의 연대기를 살펴보는 스타일과는 차별된다. 크게 두 가지 정도로 구분하자면, 첫째, 이런 인물을 다루는 이유가 그 인물에 대한 관심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삶이 전후 이태리의 국가 형성기 과정에 있어서 어떻게 관련되어 있었는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 산업인, 범죄자 각각의 삶과 국가의 형성 과정을 섞어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로, <마테이 사건>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인데, 누가 누구를 죽였는가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데 몰두하기보다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던 정치적, 경제적 맥락 안에서 이태리 사회 내의 권력 문제가 어떻게 조직화되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어떻게 이러한 인물들이 세계와 국가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메커니즘에 천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대기적으로 인물을 다루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들, 삶의 디테일을 극화시키면서 발생하는 장르적 요소나 개인의 삶에 대한 부분은 많이 빠져 있다. 그런 점들이 이전의 영화들과의 차별점이고 오히려 이후의 미국 영화들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올리버 스톤은 <JFK>를 만들 때 <살바토레 줄리아노>와 <마테이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다.

 

 

<마테이 사건>을 보면 프란체스코 로지 감독이 영화에 계속 출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거의 서너 번 정도 등장한다. <마테이 사건>은 다큐도 아니고 극영화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애매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감독이 그 자체로 영화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테이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한다. 그런 과정에서 탐사의 과정들이 영화에 드러나 있다. 따라서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과정 중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프란체스코 로지는 1922년생이고 루키노 비스콘티의 조감독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50년대 첫 번째 데뷔작을 찍었고, 실질적으론 60년대부터 영화작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네오리얼리즘 초기와 큰 관련성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비스콘티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무대극처럼 하나의 픽션을 구성해나가는 스타일이다. 오늘 보신 <마테이 사건>은 보시는 분들에 따라 감상이 갈릴 수 있는 것 같다. 잔뜩 정치적인 영화를 기대했는데 그런 게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늘 보신 <마테이 사건>이 그의 전모라고 말할 순 없지만 좀 더 극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도 만들었다.

마테이는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다. 영화엔 마테이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제시된다. 2차 대전 당시엔 레지스탕스였는데 반공주의자였고, 해방이후엔 기독교 민주당의 멤버였다. 그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마테이가 이태리 산업계 전면에 등장하게 된 건 경제 부흥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마테이는 무솔리니 치하에 있었던 이탈리아 석유회사를 바탕으로 재건 사업을 하게 된다. 굉장히 국가주의적, 애국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태리 북부지방 평원지대에서 석유와 가스를 발굴하면서 이태리 경제 성장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당시 미국과 영국이 독점을 갖고 있던 오일 컴퍼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프리카와 소비에트와의 관계를 맺으면서 석유를 가져온다. 그런 면에서 국제적으로 경쟁적인 구도 안에서 마테이가 제거의 대상이 되는 상황들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다. 미국에선 마테이가 비밀 공산당원이라는 설들이 있었고 제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국 마테이는 1962년 10월 27일 시칠리아를 출발해서 밀라노로 향해가는 전용 비행기가 폭파하면서 사망하게 된다. 이 영화는 마테이가 어떻게 과거의 파시스트 세력과 결합해나가면서 석유회사를 확장시켜나갔고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들을 그리고 있다.

 

 

<마테이 사건>은 마테이라는 인물을 따라가고 있다. 영화 제목이 영화의 근본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원제는 <Il caso Mattei>, 즉 케이스 스터디처럼 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완성적인 느낌을 주기보다는 과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가 파편화된 시체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영화의 형식으로 파편화된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과정, 인터뷰 삽입 방식이나 장면을 교차해서 연결하는 구조들이 그렇다. 파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의 종합을 시도할 수 없는 구조에선 파편화된 것을 어떻게 결합해서 완성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갖는다. 그리고 영화 첫 장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폭파 사고 현장을 취재하는 사람들, 이태리 국영방송 언론인들이 마테이의 죽음을 보도하기 위해 편집실에서 회의하는 장면 등의 10여분을 오프닝 시퀀스라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영화는 누가 마테이를 죽였는지부터 시작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화가 다루는 건 저널리스트, 방송, 언론이 이 인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이다. 실제로 마테이가 죽고 나서 프란체스코 로지는 언론한테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영화엔 프란체스코 로지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로지가 저널리스트 인물 안에 들어가서 취재하고 있다는 현존성 그 자체가 이태리 저널리스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가 구상되고 있음을 증거한다. 특히나 여기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건 방송국에서 마테이가 했던 말들을 의미 없으니 잘라버리자고 말하는 부분이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마테이의 발언은 극영화 상에서 마테이가 다시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부분이 영화 속 방송에서 누락되는 것이다. 방송에서 편집되는 부분이 영화에서 극화되어 표현된다. 그 충돌점은 마테이란 인물을 봤을 때도 의미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마테이는 자기가 언론에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했던 사람이다. 방송국에서 마테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추문에 대해 한 저널리스트가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니까 마테이는 직접 그 저널리스트를 불러다가 헬기에 태워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 장면은 마테이가 저널리스트와 맺고 있던 관계까지 이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비행기 폭파 잔해 더미를 자주 보여주기도 하지만 마테이란 인물 자체가 파편적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형식면에서 파편성을 연결해나가는 패턴 중 하나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나가거나 뉴스릴 화면을 병치하는 순간들이다. 예를 들어 마테이가 포 평원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밀라노 은행장을 설득하는 장면은 샷-리버스 샷처럼 구성되어 있다. 한편으론 마테이가 수행했던 드라마 구조와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을 교차편집하는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이런 형식성이 영화에서 몇 차례 등장한다. 또 하나는 실제로 포 평원에서 천연가스가 채굴되고 이태리 전역으로 석유를 공급해나가는 라인이 완수되는 과정이 신문 표지 화면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마테이라는 한 인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인물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쇄언론의 표지 사진 정도로 등장할법한 이미지들이 영화에 많이 병치되어 있다.

 

 

프란체스코 로지가 직접 영화에 등장해서 슬라이드를 보다가 마테이에 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테이와 관련된 슬라이드를 보다가 전화를 걸어서 조사를 의뢰하는 순간이다. 이건 로지가 <마테이 사건>를 만들어갈 때 조사, 탐구에 대한 형식적 특징들을 영화로 드러내는 구조로서 볼 수 있다. 저널리스트적인 조사, 탐구 방식은 당시로서는 꽤나 혁신적이었다. 반면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건 미국에서는 동시대적으로 있었던 것 같다. 알란 J. 파큘라의 <대통령의 음모>(1976)는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다. 파큘라는 <대통령의 음모>를 만들 때 전체적인 형식을 탐사적인 구도로 하여 영화를 구성했다. 또한 6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 이르는 시기에 미국 영화 내에서 이런 저널리스트적인 시도들의 영화가 등장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 관계를 가시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프레드릭 제임슨이 이런 영화들을 일컬어 정치적인 언더그라운드라고 표현한 바 있다. 권력이나 정치관계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널리스트적인 방식은 지하로 작동하는 것들을 표면으로 드러내는 방식인데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음모다. <마테이 사건>에서 로지가 그런 시도를 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언론과 맺고 있던 관계들이 영화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마테이에 대한 탐사 형식 구조를 통해서도 당시 저널이나 방송이 드러내지 않았던 관계들을 드러낸다.

높은 구도에서 촬영된 장면들이 있다. 헬기에 저널리스트를 태워서 세계를 돌아다니는 장면이다. 로지가 이 영화를 만든 후에 했던 인터뷰에서 말하길, 마테이나 살바토레 줄리아노가 죽었을 때 그들의 은밀한 관계가 표면에 드러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영화가 정치적인 영화라고 불리는 건 그런 관계들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게 우리 세계의 모습이라는 거다. 영화엔 마테이가 국제적 관계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설명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리적 공간 연결을 통해서 권력관계에 대한 인식론적인 이해에 도달해 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지리적인 관계들을 묘사해 나가면서 비가시화된 역학 관계를 표현해나가는 것이다. 그 최종 도착지가 시칠리아다.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누가 마테이를 죽였는지 첫 출발 질문들은 옅어져 가는 것 같다. 오히려 이 인물이 어떻게 언론과 관계 맺고 있는지, 어떤 국제적 관계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설명이 맞춰져 있다. 시칠리아에선 마테이가 영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테이는 시칠리아에서 포퓰리즘적인 경제적 공약들을 내세운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런 점에서 70년대 한국에서 신화적으로 묘사됐던 인물들이 상기되기도 한다. 영화가 거의 후반부에 들어서게 되면 프란체스코 로지가 두 명의 전문가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번은 마테이가 어떤 상황에서 죽게 됐는지, 마피아와 연관되어 있는 측면들을 묻는다. 살인자가 누구라고 밝히는 것보다 왜 그것들이 숨겨져 있느냐에 대한 얘기가 환기된다. 다른 한편 뉴욕 학자의 발언은 마테이가 죽을 당시 프랑스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마테이가 프랑스 식민 하에 있었던 북아프리카와 협약을 맺으며 석유를 개발했기 때문에 프랑스와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의 최종 지점에 가면 공항에 프란체스코 로지가 다시 등장한다. 로지는 마테이가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공항에서 실종된 신문 기자를 찾는 인물로 나온다. 실질적으로 이 영화는 범죄가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데 실패하는 영화다. 최종적으로 살인자가 누군지 밝혀내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로지는 감독으로서 마테이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명했다기보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 중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탐사적인 플롯들을 가지고 있고 저널리스트로서 프란체스코 로지가 참여하고 있다는 건 이중적 측면을 갖고 있다. 마테이는 언론을 조작하고 대중들을 동원하는 데에 능숙했다. 또 다른 한편으론 로지가 필름 스트립, 인터뷰, 기자회견, TV 방송, 뉴스 등을 콜라주하는 형태로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이 둘이 같이 연결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언론의 영향이 많이 표현되어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는 아니지만 마테이의 유명한 발언이 있다. “나는 이태리 경제 개발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같이 협력할 수 있다. 파시스트 혹은 우익집단이라고 하는 건 택시와 똑같다. 우리는 택시를 탈 뿐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내릴 것이다. 하지만 돈을 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마테이가 경제부흥 목적에 충실하도록 모든 부분을 동원하는 면들이 영화에서 많이 묘사된다. 그런 과정에서 이 인물이 어떻게 하나의 대중적 신화를 갖게 됐는지를 영화가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정치적 틀 안에서 보면 초기 작업인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보면 완성적인 것 같진 않고 과정적인 측면에서 인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코 로지는 인터뷰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치적 소명들을 갖고 있다. 이태리에서의 정치적 문제 안에 우리가 참여하도록 관련되어 있고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최선의 방식은 내가 작품을 만드는 걸 통해 정치적 관점들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마테이 사건>은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 안에서 정치적 쟁점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것 같다. 동시에 이 인물을 다뤄가는 과정 안에서 영화를 구성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정치적 쟁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진실의 탐구라는 최종적 도달을 해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 <마테이 사건>을 만들어갈 때 로지의 생각이었다. 자기 스스로도 최종적인 해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진실이라고 하는 것이 공식적인 주장과 어떻게 충돌해 나가는지 의혹을 심어나가고 사람들로 하여금 논란을 만들어 나가는 그런 류의 선구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관객들 안에서 역사적 기억이 자라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활력 있는 역사적인 도큐멘테이션 같은 것이다.

 

정리: 송은경(관객에디터) | 사진: 김아라(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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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이야기를 위해 죽음을 이야기해야 했다"

 

올 해의 마지막 ‘작가를 만나다’에선 민병훈 감독의 <터치>(2012)가 상영되었다. 상영 전에는 영화의 주연을 맡은 유준상 배우의 깜짝 방문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상영 후 이어진 대화 시간엔 영화엔 인간의 아름다움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믿음과 좋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응원과 지지가 함께 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디에서 출발하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민병훈(영화감독):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로, 어머니와 삼촌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구성해서 만들었다. 두 분의 이야기를 토대로 생명과 죽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에는 오락을 떠나 생명을 살리는 것, 인간을 숭고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명의 이야기를 하려면 죽음을 이야기해야만 했다. 이 영화는 존엄사의 문제도 슬쩍 건드리고 있고, 욕심을 내어 많은 주제를 던지면서 용기 있게 몰아쳤던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암울한 부분을 직면함으로써 그 안에서 질문이 던져지고, 오히려 희망과 생명의 존엄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성욱: 생명의 이야기를 죽음 안에서 살펴보게 되는 건 가장 크게는 종교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 영화에 나타나는 몇 가지 상징들이 갖는 종교적인 뉘앙스가 있다. 이를테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슴의 이미지, 성당에서 시작되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죽음과 죽음 이후에 관한 이야기와 질문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영화 자체가 종교를 다루는 이야기라기보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시리즈처럼 현대의 일상적인 영역 안에서의 그런 질문들을 뽑아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이미지들은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궁금하다.

민병훈: 사실 처음엔 사슴이 아니라 양을 생각했었다. 근데 양이 나오면 사람들이 웃을 것 같더라.(관객 웃음) 우리가 ‘사슴 같은 눈동자’라고 표현할 때 그 눈동자가 신의 시선이라고 봤다. 신이 우리 인간을 바라볼 때 측은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의 엔딩에서 사슴의 눈망울을 잡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 눈망울이, 스스로 신을 내던짐으로써 인간이 재탄생하는, 우리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통해서 꼭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픈 사람을 도와줘야 하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터치’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노동자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라면 어떻게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영화에서의 김지영 씨가 용기를 내어서 한 여인을 터치해주고, 그 여인의 아름답게 죽을 수 있는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켜준다는 것, 그래서 죽음과 생명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터치’라는 말로 풀어내고 싶었다.

 

김성욱: 영화 안에 여러 양상의 접촉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안에서의 접촉의 느낌이 있는가 하면, 카메라가 인물을 찍는 방식, A 와 B의 에피소드가 같이 연결되어지는 방식과 같이 시간과 공간이 밀착되어 영화 전체도 관계 맺음의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병훈: 이 영화가 밀도 있는 영화이기를 원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면 적막감이 끝까지 흐르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이 몰입하는 영화이기를 원했다. 김지영 씨가 첫 날 왔을 때 환자를 업고 들어오는 장면부터 촬영했는데, 여배우에게 처음부터 가장 난이도 있는 장면을 시키니 힘들어했다. 그 때 지영 씨에게 했던 얘기는 만약 이 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 영화의 진실성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배우들, 스텝들을 휘몰아서 한 번에 가야했고, 격정적인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다행이도 이 작품은 준비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찍어야 하고 어떤 속도감과 느낌이어야할 지,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야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분명히 있었다.

 

김성욱: 침례를 하듯이 환자를 데리고 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런 공간과 행위가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으로 생각되었을 것 같다.

민병훈: 그 장면에 대해 가톨릭 교구 측에서 많이 문제 삼기도 했다. 아픈 여인은 폐결핵 환자로 설정되어 있는데 만약 환자를 방치하게 되면 영화에서처럼 각혈을 하고 나중에는 몸이 아래부터 썩어 들어가게 된다. 실제로는 이런 환자를 절대 물에 담글 수 없으며, 우리나라의 종교 시설에서는 안락사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 장면은 어떤 상징적 표현이다. 침례의 의미도 있고, 무엇보다 이 여인이 고맙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권리, 누군가가 도움을 줘서 새 생명을 얻는 그런 느낌들의 상징적 표현으로 담았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꼭 담고 싶었던 장면이었고,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눈시울을 적실 수 있기를 바랐다. 그만큼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김성욱: 영화의 마지막에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혹시 엔딩으로 염두에 둔 다른 장면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민병훈: 엔딩 장면은 시나리오 그대로였다. 남편이 무릎을 꿇고 아내를 바라볼 때 영화 안에서 가장 진실한 얼굴로 바라보는 표정이기를 원했다. 아내도 마치 하느님의 시선과 같은 측은지심의 시선으로 남편을 바라본다. 지영 씨에게 울면서 미소 짓는 그런 표정을 원했는데, 카메라가 돌고 오래 걸리지 않아 원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엔딩만큼은 시나리오대로 꼭 찍고 싶었다. 촬영 전에는 두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배우들과 주변 여건이 잘 모아져서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관객1: 김지영 씨 연기가 인상 깊었다. 특히 김지영 씨의 극 중 의상의 의미와 피해자 학생의 아버지를 만날 때의 장면에서 인물에 맞춰졌다가 배경에 맞춰졌다가 하는 포커스 변화는 어떤 의미인가.

민병훈: 그런 장면들이 우리 영화의 터치라고 생각했다. 그 것이 극 중 김지영 씨의 심정이기를 원했다. 시선 너머에 있는 부분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의상에 대해선, 지영 씨의 캐릭터가 간병인이고 가난한 엄마이지만 이 여인의 욕망이 있을 거라 봤다. 스스로 드러내고자 하는 갈망을 붉은 옷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관객2: 유준상, 김지영 두 배우의 캐스팅은 어떻게 하시게 됐는지 궁금하다.

민병훈: 먼저 준상 씨와는 오랜 친구다. 친구와 작품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다행인 건 서로 신뢰를 가지고 작품을 했고, 이 작품으로 우정이 더 돈독해졌다. 지영 씨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동생이었다. 여태까지 만난 배우 중에 가장 진실하고 보석 같은 배우다. 이 아름다움이 영화 속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신을 다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주었고, 좋은 배우와 작업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관객3: 영화에서 촉각적인 것 못지않게 땀이나 술 같은 후각적이거나 미각적인 부분도 요소들도 나온다. 촉각적인 부분은 주로 사건적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런 이미지 자체가 세기 때문에 영화가 의도하는 부분과 조금 엇갈리는 점이 있는 것 같다.

민병훈: 시나리오를 쓸 때, 첫 장면으로 나오는 성당 장면을 맨 처음 썼다. 성당에서의 대화 장면처럼 앞뒤가 없이 긴장감 있게 시작되기를 원했다. 사람의 감정을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데, 그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만드는 건 미장센과 카메라 워킹이다. 땀, 냄새 이런 것들이 더 폭발적으로 나왔어야 했는데 쫓겨서 촬영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좀 더 생생하고 풍부하게 나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관객4: 피해자 학생의 부모가 아무 조건 없이 합의하면서 용서해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픈 여자의 아들이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사라지는데 그 아이는 왜 사라졌고 어디로 간 것인지 궁금하다.

민병훈: 삭제된 장면에서 그 아이는 먼저 기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걸어간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서자 아이 앞으로 하얀 눈송이가 하나가 떨어지고 아이의 눈물이 흐른다. 멜랑콜리해서 이 장면은 영화에서 뺐다. 아무 말 않던 아이는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강아지 인형을 돌려주는데 말이 아니라 그런 행동에서 연상될 수 있기를 원했다. 이 아이가 이렇게 퇴장하는 것이 쓸쓸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우리가 보듬어야할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용서는 쿨 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용서란 그렇게 툭 던져져야지 그 용서를 받은 이 사람도 아무 조건 없이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5: 영화가 개봉하고 바로 교차상영 되어서 보기가 힘들었다. 감독님이 직접 상영을 내리셨을 땐 ‘왜 감독이 관객의 볼 권리를 뺐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사회가 전혀 인식하지 못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 정말 잘 봤고 감독님의 결정도 잘하신 일이라 생각된다.

민병훈: <터치>로 얻은 것이 많다. 타협하지 않는 영화, 저 스스로 관객이 되어 눈물 흘리고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길 원한다. 스스로 떳떳하게, 굴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 저와 같은 위치의 감독님들과 영화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든다면 그 영화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을 테니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한국영화가 더 건강해졌으면 한다. 더 힘을 내서 좋은 작품 만들도록 하겠다.

 

정리: 장지혜(관객 에디터) | 사진: 박지연(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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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터벌> 상영 후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루이지 꾸치니엘로 매니징 디렉터가 ‘베니스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를 소개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비엔날레 컬리지는 신인 감독과 프로듀서의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루이지 꾸치니엘로 매니징 디렉터가 소개하는 비엔날레 컬리지 프리젠테이션 현장을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오늘 이 자리는 방금 본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기보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비엔날레 컬리지를 소개하는 자리다. 댄스, 미술, 시각 분야에는 이전부터 비엔날레 컬리지가 있었는데 영화 부문은 올해 신설되었다고 한다. 한국엔 정보가 뒤늦게 전달이 됐는지 올해는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위하여 내한한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루이지 꾸치니엘로 매니징 디렉터가 처음 신설된 베니스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에 대해 짧은 소개를 준비해 주셨다.

루이지 꾸치니엘로(베니스영화제 매니징 디렉터): 짧게 저희 사업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엔날레 컬리지는 젊고 재능 있는 신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과거에 퍼포밍 아트, 즉 무용과 연극 등의 다른 분야들에서 이미 시작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영화 부문에서도 비엔날레 컬리지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관객들을 대상으로 일을 해 왔다가 이제부터는 새로운 영화감독들과도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비엔날레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비엔날레는 1800년대에 시각예술분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그리고 1930년대가 되면서 연극, 음악, 영화 쪽으로도 분야를 확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건축과 무용 부분이 더 추가되었다.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를 만들었을 때 저희는 영화가 예술이면서도 산업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엔날레의 지원금은 아무래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서는 대단히 작은 편이다. 이 지원금은 대부분 스폰서들로부터 오며 또한 이탈리아 문화부와 베네토 주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 목표는 1년에 최대 세 편까지의 프로덕션을 각 작품 당 약 15만 유로의 예산을 가지고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1회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에는 단기간에 굉장히 많은 지원자들과 약 400건 이상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 프로젝트는 몇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신청을 받은 후에 그 중에서 15개의 프로젝트를 선별한다. 이들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르베라의 지휘 아래 선택된 것이다. 이 15개의 프로젝트가 앞으로 계속 베니스에서 진행이 될 텐데, 중요한 것은 감독과 프로듀서가 함께 참가하는 것이 신청 조건이라는 것이다. 단지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의 형태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1월에 처음 열리게 되는 워크샵에는 감독/프로듀서 팀들이 참가하게 된다. 이들은 튜터들, 일종의 선생님들과 함께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더 분석하고 각 요소들을 심화, 발전시키게 된다. 2월부터 열리는 두 번째 워크숍에는 세 개의 프로젝트만이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워크숍을 통해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 기존에 있던 감독과 프로듀서 외 다른 팀원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배우 등이 모여서 팀을 이루게 된다. 두 번째 워크숍이 끝나면 바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총 3개의 프로덕션을 목표로 하지만 3개가 안 될 수도 있다. 저희는 3~7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영화를 찍고 그 다음해 영화제에 이 작품들이 출품될 수 있도록 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한편 15개 중 선택되지 못한 12개의 프로젝트들은 비엔날레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저희가 이 사업을 위해 선택한 스폰서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LA 독립영화제, 두바이 영화제, 토리노 영화제 등, 저희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받진 못하지만 각각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워크숍이 끝나고 5~6월이 되면 다음번 재능 있는 참가자들이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제2회 비엔날레 컬리지 신청을 받기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잠재력 있는 사람이라면 전세계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내년에는 더 폭넓게 참가신청이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 다만 이것이 새로운 영화 학교는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명성 있는 영화학교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화 만들기에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비엔날레 컬리지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이미 공부를 마친 사람으로서 자기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즉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저희는 적절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영화를 찍도록 하자는 것이다. 끝으로 저의 꿈은 올해 김기덕 감독처럼,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들 세 팀 중에 한 팀이 황금사자상을 타는 것이다.

 

김성욱: 15만 유로면 한화로 약 2억 원 정도 된다. 저예산이지만 작은 돈은 아니다. 베니스에서 워크숍이 진행되니까 베니스를 방문할 기회도 된다.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질문 하나만 하겠다. 400팀 중 15팀을 선별했는데, 미래의 지원자들을 위해 경험적인 조언을 부탁드린다. 가령 이전 지원자들의 어떠한 점이 아쉬웠다든지.

루이지 꾸니치엘로: 이런 창조적인 예술 프로젝트에 있어서 선별 기준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먼저 저희 재단이 어떤 재단인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비엔날레는 문화재단이고 그 안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일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정확한 명칭이 ‘영화예술국제전시회’이다. 그래서 질이 높은 예술 문화 프로젝트, 영화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기준이라면 영화의 질, 퀄리티다. 질이 제일 중요하고, 독창성, 실험정신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그냥 좋은 아이디어만이어서는 안 되고 영화로 만들기 위한 구체성과 조합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드리자면, 오늘 함께 본 <인터벌>의 감독 레오나르도 디 코스탄초는 나이가 어리진 않다. 하지만 자신만의 영화적 언어를 사용해 독창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저희 페스티발의 과제는 많은 예산을 갖고 있지 않은 영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이 없는 영화와 관객이 실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객1: 워크숍은 어디서 진행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정이 되면 촬영 로케이션은 선택할 수 있는 건지, 꼭 베니스에서 찍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루이지 꾸니치엘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워크샵은 모두 베니스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될 사람들은 자신들의 여행비용만 내면 된다. 숙박비와 식비 등은 다 비엔날레 컬리지 측에서 준비한다. 제작 단계에서는 그 영화 이야기에 따라서 원하는 곳 어디서나 로케이션을 할 수 있다. 다만 저희가 드리는 15만 유로라는 돈의 가치는 그 영화를 찍게 되는 나라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게 매겨질 것이다.

 

관객2: 참가를 할 때 프로젝트 지원서 외에도 포트폴리오가 요구되는지?

루이지 꾸치니엘로: 물론이다. 평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다 제안해 주시길 바란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이야기 등 프로젝트를 제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다 중요하다. 참고로 신청서는 웹사이트(www.labiennale.org)에 접속해서 컬리지 섹션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김성욱: 극장 로비에 준비된 브로셔에 지원 자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보면 이전에 만들었던 작품으로 최대 두 편을 요구하고 있다. 단편이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루이지 꾸치니엘로: 단편 영화를 하고 싶으신 분들도 당연히 후보가 될 수 있다.

 

김성욱: 그저께 만난 독립영화프로듀서는 영어를 얼마나 잘 해야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루이지 꾸니치엘로: 저희는 참가자가 좋은 영어 실력을 갖추길 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될 분들은 전세계에서 오시는 국제적인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웃음).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도 영어를 선생 수준으로 잘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잘할수록 더 좋겠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 맺을 정도만 하면 된다. 또한 프로젝트 자체가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옥스퍼드 영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욱: 올해는 이미 지나갔고, 내년에 지원하면 내후년 2월께나 워크숍이 있다. 영어 공부하기에 1년 정도는 쉽진 않겠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것 같다. 지난번에 튜터들이 누군지 물어봤는데 답변을 정확하게 못 들었다. 세계적인 감독이라고 하니까 기대가 된다.

루이지 꾸치니엘로: 튜터들에 대해서 말씀을 안 드린 건 싫어서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있어서다. 그 분들은 알베르토 바르베라 위원장이 초청했다. 페스티발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도 있고, 두바이 영화제, 토리노 필름 랩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저희와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다. 사비나 네로티(토리노 필름 랩 책임자), 제인 윌리엄스(두바이 페스티벌), 조아나 빈센트(로스엔젤레스 인디펜던트 프로덕션) 등 여러 분들이 있다.

 

김성욱: 내년 7~10월 사이에 신청이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신청하셔도 되고,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은 분들은 극장에 문의하면 저희가 안내해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준비가 되어 있다. 올해는 한국에서 전혀 신청이 없었다. 꽤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든다. 내년에 꼭 한국에서 신청을 해서 최소 한 팀 이상 들어가서 15만 유로로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원하려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루이지 꾸치니엘로: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는 건 어렵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영화의 질, 독창성,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을 크게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실험을 하고 싶다면, 당신 자신을 믿는다면 비엔날레 컬리지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상업적인 목적의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감독과 프로듀서가 어떤 아이디어가 있고 그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여러분 자신에게 속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시네마테크를 자주 들러라. 여기서 상영하는 대가들의 영화를 보고 그들의 미학, 시각적 언어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보면서 계속 새로운 자극을 얻으면 좋을 것이다.

 

김성욱: 극장 측에서도 내년 지원기간이 되면 트위터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공지를 드릴까 한다. 영화학교나 독립영화 감독들에게도 이 내용들을 알리려 하겠다. 내년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엔날레 컬리지 영화들이 상영되고 그 후에도 ‘베니스 인 서울’이 주최된다면 그 제작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시네마 컬리지를 통해 만들어질 영화들도 꽤 많이 기대가 된다. 더 궁금하신 정보는 문의를 부탁드리고, 좋은 기획에 대해 소개해주신 루이지 꾸치니엘로 씨에게 감사드린다.

 

정리: 송은경(관객에디터) | 사진: 박지연(자원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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