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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2012 베니스 인 서울

[프리젠테이션] 비엔날레 컬리지, 신인 감독들을 위한 제작 지원 프로젝트

지난 15일, <인터벌> 상영 후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루이지 꾸치니엘로 매니징 디렉터가 ‘베니스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를 소개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비엔날레 컬리지는 신인 감독과 프로듀서의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루이지 꾸치니엘로 매니징 디렉터가 소개하는 비엔날레 컬리지 프리젠테이션 현장을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오늘 이 자리는 방금 본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기보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비엔날레 컬리지를 소개하는 자리다. 댄스, 미술, 시각 분야에는 이전부터 비엔날레 컬리지가 있었는데 영화 부문은 올해 신설되었다고 한다. 한국엔 정보가 뒤늦게 전달이 됐는지 올해는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위하여 내한한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루이지 꾸치니엘로 매니징 디렉터가 처음 신설된 베니스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에 대해 짧은 소개를 준비해 주셨다.

루이지 꾸치니엘로(베니스영화제 매니징 디렉터): 짧게 저희 사업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엔날레 컬리지는 젊고 재능 있는 신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과거에 퍼포밍 아트, 즉 무용과 연극 등의 다른 분야들에서 이미 시작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영화 부문에서도 비엔날레 컬리지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관객들을 대상으로 일을 해 왔다가 이제부터는 새로운 영화감독들과도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비엔날레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비엔날레는 1800년대에 시각예술분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그리고 1930년대가 되면서 연극, 음악, 영화 쪽으로도 분야를 확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건축과 무용 부분이 더 추가되었다.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를 만들었을 때 저희는 영화가 예술이면서도 산업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엔날레의 지원금은 아무래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서는 대단히 작은 편이다. 이 지원금은 대부분 스폰서들로부터 오며 또한 이탈리아 문화부와 베네토 주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 목표는 1년에 최대 세 편까지의 프로덕션을 각 작품 당 약 15만 유로의 예산을 가지고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1회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에는 단기간에 굉장히 많은 지원자들과 약 400건 이상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 프로젝트는 몇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신청을 받은 후에 그 중에서 15개의 프로젝트를 선별한다. 이들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르베라의 지휘 아래 선택된 것이다. 이 15개의 프로젝트가 앞으로 계속 베니스에서 진행이 될 텐데, 중요한 것은 감독과 프로듀서가 함께 참가하는 것이 신청 조건이라는 것이다. 단지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의 형태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1월에 처음 열리게 되는 워크샵에는 감독/프로듀서 팀들이 참가하게 된다. 이들은 튜터들, 일종의 선생님들과 함께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더 분석하고 각 요소들을 심화, 발전시키게 된다. 2월부터 열리는 두 번째 워크숍에는 세 개의 프로젝트만이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워크숍을 통해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 기존에 있던 감독과 프로듀서 외 다른 팀원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배우 등이 모여서 팀을 이루게 된다. 두 번째 워크숍이 끝나면 바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총 3개의 프로덕션을 목표로 하지만 3개가 안 될 수도 있다. 저희는 3~7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영화를 찍고 그 다음해 영화제에 이 작품들이 출품될 수 있도록 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한편 15개 중 선택되지 못한 12개의 프로젝트들은 비엔날레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저희가 이 사업을 위해 선택한 스폰서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LA 독립영화제, 두바이 영화제, 토리노 영화제 등, 저희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받진 못하지만 각각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워크숍이 끝나고 5~6월이 되면 다음번 재능 있는 참가자들이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제2회 비엔날레 컬리지 신청을 받기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잠재력 있는 사람이라면 전세계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내년에는 더 폭넓게 참가신청이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 다만 이것이 새로운 영화 학교는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명성 있는 영화학교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화 만들기에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비엔날레 컬리지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이미 공부를 마친 사람으로서 자기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즉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저희는 적절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영화를 찍도록 하자는 것이다. 끝으로 저의 꿈은 올해 김기덕 감독처럼,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들 세 팀 중에 한 팀이 황금사자상을 타는 것이다.

 

김성욱: 15만 유로면 한화로 약 2억 원 정도 된다. 저예산이지만 작은 돈은 아니다. 베니스에서 워크숍이 진행되니까 베니스를 방문할 기회도 된다.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질문 하나만 하겠다. 400팀 중 15팀을 선별했는데, 미래의 지원자들을 위해 경험적인 조언을 부탁드린다. 가령 이전 지원자들의 어떠한 점이 아쉬웠다든지.

루이지 꾸니치엘로: 이런 창조적인 예술 프로젝트에 있어서 선별 기준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먼저 저희 재단이 어떤 재단인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비엔날레는 문화재단이고 그 안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일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정확한 명칭이 ‘영화예술국제전시회’이다. 그래서 질이 높은 예술 문화 프로젝트, 영화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기준이라면 영화의 질, 퀄리티다. 질이 제일 중요하고, 독창성, 실험정신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그냥 좋은 아이디어만이어서는 안 되고 영화로 만들기 위한 구체성과 조합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드리자면, 오늘 함께 본 <인터벌>의 감독 레오나르도 디 코스탄초는 나이가 어리진 않다. 하지만 자신만의 영화적 언어를 사용해 독창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저희 페스티발의 과제는 많은 예산을 갖고 있지 않은 영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이 없는 영화와 관객이 실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객1: 워크숍은 어디서 진행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정이 되면 촬영 로케이션은 선택할 수 있는 건지, 꼭 베니스에서 찍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루이지 꾸니치엘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워크샵은 모두 베니스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될 사람들은 자신들의 여행비용만 내면 된다. 숙박비와 식비 등은 다 비엔날레 컬리지 측에서 준비한다. 제작 단계에서는 그 영화 이야기에 따라서 원하는 곳 어디서나 로케이션을 할 수 있다. 다만 저희가 드리는 15만 유로라는 돈의 가치는 그 영화를 찍게 되는 나라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게 매겨질 것이다.

 

관객2: 참가를 할 때 프로젝트 지원서 외에도 포트폴리오가 요구되는지?

루이지 꾸치니엘로: 물론이다. 평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다 제안해 주시길 바란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이야기 등 프로젝트를 제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다 중요하다. 참고로 신청서는 웹사이트(www.labiennale.org)에 접속해서 컬리지 섹션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김성욱: 극장 로비에 준비된 브로셔에 지원 자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보면 이전에 만들었던 작품으로 최대 두 편을 요구하고 있다. 단편이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루이지 꾸치니엘로: 단편 영화를 하고 싶으신 분들도 당연히 후보가 될 수 있다.

 

김성욱: 그저께 만난 독립영화프로듀서는 영어를 얼마나 잘 해야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루이지 꾸니치엘로: 저희는 참가자가 좋은 영어 실력을 갖추길 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될 분들은 전세계에서 오시는 국제적인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웃음).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도 영어를 선생 수준으로 잘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잘할수록 더 좋겠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 맺을 정도만 하면 된다. 또한 프로젝트 자체가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옥스퍼드 영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욱: 올해는 이미 지나갔고, 내년에 지원하면 내후년 2월께나 워크숍이 있다. 영어 공부하기에 1년 정도는 쉽진 않겠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것 같다. 지난번에 튜터들이 누군지 물어봤는데 답변을 정확하게 못 들었다. 세계적인 감독이라고 하니까 기대가 된다.

루이지 꾸치니엘로: 튜터들에 대해서 말씀을 안 드린 건 싫어서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있어서다. 그 분들은 알베르토 바르베라 위원장이 초청했다. 페스티발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도 있고, 두바이 영화제, 토리노 필름 랩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저희와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다. 사비나 네로티(토리노 필름 랩 책임자), 제인 윌리엄스(두바이 페스티벌), 조아나 빈센트(로스엔젤레스 인디펜던트 프로덕션) 등 여러 분들이 있다.

 

김성욱: 내년 7~10월 사이에 신청이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신청하셔도 되고,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은 분들은 극장에 문의하면 저희가 안내해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준비가 되어 있다. 올해는 한국에서 전혀 신청이 없었다. 꽤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든다. 내년에 꼭 한국에서 신청을 해서 최소 한 팀 이상 들어가서 15만 유로로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원하려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루이지 꾸치니엘로: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는 건 어렵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영화의 질, 독창성,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을 크게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실험을 하고 싶다면, 당신 자신을 믿는다면 비엔날레 컬리지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상업적인 목적의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감독과 프로듀서가 어떤 아이디어가 있고 그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여러분 자신에게 속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시네마테크를 자주 들러라. 여기서 상영하는 대가들의 영화를 보고 그들의 미학, 시각적 언어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보면서 계속 새로운 자극을 얻으면 좋을 것이다.

 

김성욱: 극장 측에서도 내년 지원기간이 되면 트위터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공지를 드릴까 한다. 영화학교나 독립영화 감독들에게도 이 내용들을 알리려 하겠다. 내년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엔날레 컬리지 영화들이 상영되고 그 후에도 ‘베니스 인 서울’이 주최된다면 그 제작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시네마 컬리지를 통해 만들어질 영화들도 꽤 많이 기대가 된다. 더 궁금하신 정보는 문의를 부탁드리고, 좋은 기획에 대해 소개해주신 루이지 꾸치니엘로 씨에게 감사드린다.

 

정리: 송은경(관객에디터) | 사진: 박지연(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