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만나다]“판타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 김태용 감독과의 대화

2015. 9. 15. 17:132015 시네바캉스 서울 영화제

[작가를 만나다]


작가를 만나다 : 영화라는 모험


이번 시네바캉스 기간 동안 영화라는 모험에 과감히 뛰어든 네 명의 한국 감독을 만나 보았다. 그들의 대표작들을 본 후 나눈 대화에서 감독들은 모두 자신이 느낀 아쉬움을 이야기하면서도 더 나은 차기작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들의 모험이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판타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 김태용 감독과의 대화



<그녀의 연기>(2012)


오늘 상영한 세 편의 영화 중 가장 사랑스럽게 느끼는 작품이다. 가장 부담 없이 찍기도 했고, 아주 적은 규모의 예산, 적은 수의 스탭과 함께 짧은 시간 동안 찍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찍으며 본격적인 판타지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떤 감정이 주위로 퍼져나가는 그런 ‘전염’의 힘을 영화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피크닉>과 <그녀의 전설>로 이어졌다. 차기 장편작도 판타지로 기획하고 있다.

처음 <그녀의 연기>를 구상할 때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업을 시작하면서 남자가 만난 여자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변했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닌데, 나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두다 보면 어느새 여성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피크닉>(2014)


<피크닉>은 3D로 제작했고 CG도 많이 넣어야 했기 때문에 고려할 점이 많았다. 예산으로만 치면 <그녀의 연기>보다 10배 큰 작품이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난 제작비를 쓴 것 같지만  그중 절반이 3D와 CG 관련 예산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작업과 비슷하기도 했다. 특히 3D 작업을 염두에 두다 보니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찍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컷 단위로 썼고 콘티와 스토리보드까지 만들었다. 그 그림들을 그대로 옮겨 촬영했다. <그녀의 연기>가 친구들과 노는 재미로 찍은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무언가를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재미로 만들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아역 배우와 작업하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작품을 몇 편 해본 편인데 물론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과 최대한 현장에서 많이 놀려고 한다. 공놀이도 하고 잔디밭에서 구르기도 한다.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다. <피크닉>을 찍을 때 꼬마의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서 지금은 어린아이가 주인공인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전설>(2015)


<그녀의 전설>을 처음 찍을 때 사람들이 전부 만류했다. 곰 때문이었다(웃음). 특히 CG가 아니라 특수 분장으로 곰을 재현할 거라고 했을 때 다들 걱정하더라. 물론 나 역시 곰 탈을 뒤집어 쓴 캐릭터에 정서적 몰입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다. 보신 분들은 장난스럽게 볼 수 있겠지만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그렇게 곰이란 동물을 한 축으로 세운 뒤 다른 축으로는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둘을 연결시키려 했다. 실제로 많은 해녀분들이 물 속에서 사망한다. 그런데 시체를 못 찾을 경우 그분들이 계속 바다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해녀가 곰이 되어 한라산으로 올라간다는 전설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제주도를 좋아한다. 특히 <그녀의 전설>을 찍을 때는 제주도에서 시나리오를 쓰면서 지냈다. 그러면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동네의 일상적 풍경에 더 주목하려 했다. 제주라는 섬 자체가 실제로 가 보면 평화로운 휴양지의 느낌이 아니다. 굉장히 거칠고 숨겨진 비밀도 많으며, 비극적인 느낌도 있고 전설이 지배하는 곳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 이상한 에너지가 있는 곳이라 계속 제주에 대한 궁금함을 갖고 있다.


정리l 황선경 자원활동가

사진l 장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