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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영웅들의 우정이 꽃피는 세계 -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





<리오 브라보 Rio Bravo>(1959)는 전작의 참담한 흥행 실패로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생활하던 하워드 혹스가 4년여 만에 할리우드로 돌아와 만든 영화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미국 사회에서 TV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고, 그 가장 큰 요인을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캐릭터에서 찾았다고 한다. 그는 <리오 브라보>에 이러한 요소를 도입한다. 영화의 스토리와 공간을 매우 단순하게 구성하고, 그 속에서 다채로운 특징을 지닌 캐릭터들이 개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며 활보하도록 한 것. 마을을 거의 홀로 지키는 보안관 챈스(존 웨인), 전직 부보안관이었으나 사랑의 실패로 받은 상처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듀드(딘 마틴), 젊은이의 활기와 냉정함을 동시에 갖춘 총잡이 콜로라도(리키 넬슨), 이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개성의 충돌과 조화는 이 영화의 매우 큰 매력임에 틀림없다. 또한, 챈스를 돕는 부보안관 할아버지 스탬피(월터 브레넌)와 강인하면서도 섹스어필의 매력이 넘치는 여성 패더스(앤지 디킨슨)의 존재는 영화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이러한 주요 캐릭터에 대한 두드러진 강조는 혹스 식의 '전문가 웨스턴'의 성향과 매우 잘 맞아 떨어진다.


<리오 브라보>는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 눈 High Noon>(1952)에 대한 혹스의 대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혹스는 <하이 눈>의 보안관 캐릭터(게리 쿠퍼)를 매우 싫어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혹스적 세계와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혹스의 캐릭터는 전문가적 스킬을 지닌 영웅들이다. <리오 브라보>의 영웅인 챈스는 매우 큰 곤경에 처해있다. 많은 총잡이들을 거느린 거대 목장주의 동생을 살인죄로 체포함으로써, 그 패거리들의 집중적 공격을 받게 된 것. 그러나 챈스는 자신을 돕겠다고 나선 친구의 제의를 거절하는데, 이는 그가 "야심찬 아마추어 보다는, 결함 있는 프로가 낫다"고 여기며, 무고한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사건에 휘말려들어 희생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책임 의식을 가진 까닭이다. 그리하여 챈스는 결코 공동체의 도움을 구하지 않고, 실력을 인정하는 자만을 옆에 두어 자신들의 전문가적 스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영화는 사실상 이 영웅들의 모습에만 관심을 두는데, 이들의 존재성은 어쩐지 현실감이 적다. 즉 이 캐릭터들은 어떠한 역사적 차원이나 시대의 운명에도 놓이지 않으며, 영화 속 공간인 마을 또한 하나의 독립적인 세상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 영화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영위하는 일상적 삶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혹스의 웨스턴은 확실히 남성 지향적이다. 힘에 의해 서열화 된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들 간의 단결과 의리, 그리고 우정이다. 소수로 등장하는 여성들조차 매우 개성 있고 강인하며, 남성세계에 잘 융화되면서 그들의 우정을 해치지 않는다. <리오 브라보>를 작동시키는 가장 큰 축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아보려는 듀드의 치열한 노력이다. 영화는 그의 비참한 처지와 고통으로부터 출발하여, 그가 거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을 돕는 것이 챈스의 사려 깊은 배려이며, 챈스를 중심으로 뭉친 남성들의 연대와 우정인 것이다. 마을에 고립된 채 공격을 받고 있다는 상황, 그리고 점점 더 격렬해져 가는 싸움은 이들의 우정을 한층 공고하게 만든다. 콜로라도가 기타를 치며, 스탬피가 하모니카를 불고, 듀드가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은 이들의 우정이 싹트는 순간을 보여주면서, 그 어떤 대결 장면보다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박영석: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Cine-Talk
1월 22일(토) 14:30 <리오 브라보> 상영 후 최동훈 감독 시네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