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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후원 릴레이

[시네마테크 지키기 60회] 시네마테크, 영화문화의 ‘미래’

에릭 로메르 감독의 타계 소식을 듣고난 얼마 후, 문화학교 서울 시절의 빛바랜 자료집과 깨알같은 단상이 적힌 영화 노트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세 단계’를 이야기했지만, 트뤼포의 조언을 미처 알기 전, 나는 로메르의 영화들을 통해 자연스레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었고,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의 영화 17편과 함께한 2001년 여름은 로메르의 아름다운 소우주에서 보낸 충만하고 풍요로운 시간들이었고, 비로소 나는 ‘시네필’이라는 열정적인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이후 누벨바그 5인방이 활약했던 고전적 시네필 시기의 영화적 ‘실천’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파리 여행에선 홀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순례하며 ‘시네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청춘의 시간들을 시네마테크와 함께 보내왔다.

시네필리아의 역사적 전성기와 오늘날 영화환경에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비록 다른 모습이겠지만,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도 ‘영화적인 것’,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은 시네마테크이며, 영화의 ‘미래’ 또한 시네마테크의 영화문화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먼 훗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30주년 아니 50주년 그 이후까지...  영화의 역사와 함께 시네마테크와 시네필들이 행복하게 나이들었으면 한다. (이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