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가 안국동에 있던 시절, 지겹게 극장문을 두드렸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영화를 보고 난 후가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안국역까지 걸어가던 그 길에서 영화를 되씹으며 허무맹랑한 질문을 던져 보기도 했습니다. 질문들이 쌓여 관점이 만들어지고, 그 관점을 통해 영화와 현실의 관계를 고민해보는 과정, 그 자체가 삶의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지금 시네마테크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주인이 아닌 자가 주인행세를 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기쁨을 빼앗기는 일입니다. 또 그 길위에 있던 추억들이 짓밟히는 일입니다. 오랜 기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그 길을 빼앗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길에는 사람들의 발자욱과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시네마테크가 밟아온 길이 영원히 지켜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영혼의 이름으로 아멘! (양정호, 3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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