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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벨 페라라의 <4:44 지구 최후의 날> 디지털 시대의 종말의 풍경 의 시작은 그러하다. 껴안은 남녀 위로 흘러내리는 재. 반짝이는 재 아래로 애처로운 남녀의 몸은 이내 말라비틀어진 끝에 훅 불면 사라질 듯하다. 그들의 육체는 죽음을 기억한다. 이미 벌어진 죽음의 기억 위에 그들은 현재를 산다. 의 도입부도 그러하다. 시스코와 스카이는 서로의 육체를 더듬다 곧 뒤엉킨다. 그들의 육체는 싱싱하다. 여자의 팽팽한 육체에 비해 남자의 그것은 시들었으나, 죽음의 기운이 두 사람의 육체에 스며들기 전이다. 그들에게도 죽음은 예고되어 있다. 4시간 44분 후 세계가 종말을 고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에게 죽음은 기억된 무엇이 아니라 기억되어야 할 무엇이다. 미래에 기억될 무엇. 그런데 누가 그들의 죽음을 .. 더보기
[에디터 좌담] 에디터로서의 역할과 관객으로서의 역할 에디터 좌담에디터로서의 역할과 관객으로서의 역할 영화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지난 22일, '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관객 에디터로 참여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에디터들은 각자 리뷰를 쓰면서 가졌던 고민들, 녹취를 정리할 때의 어려움들, 관객 에디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은 종종 교차하여, ‘에디터’가 아닌 ‘관객 에디터’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그 자리를 여기에 옮긴다. 프리뷰와 리뷰 사이에서박민석: 에디터 활동을 리뷰부터 시작했으니 리뷰에서부터 얘기를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비평 글에 익숙해져 있.. 더보기
[시네토크] 치밀한 기록이 더 큰 생명력을 가진다 - 김동원 감독이 말하는 <칠레전투> 시네토크치밀한 기록이 더 큰 생명력을 가진다- 김동원 감독이 말하는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칠레 전투 3부작' 올해로 8회째인 '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마지막 주인공은 김동원 감독이다. 영화제 마지막날이었던 24일은 그가 선택한 3부작이, 약 4시간 반 동안 상영되었다. 마지막 3부 상영 후 이 작품을 선택한 김동원 감독과의 시네토크에서는 비껴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민들과 다큐멘터리가 가진 기록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김동원 감독은 영화 속에 나왔던 빅토르 하라의 노래 ‘우리 승리하리라’를 찾아 관객들과 함께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영화제 대미를 장식한 그 현장의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공교롭게도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는 첫 .. 더보기
[시네토크] 작가들이 공유하는 공기가 그들 영화 특징을 만들어 낸다 - 이용철 영화평론가가 말하는 그의 'Unseen Cinema' 시네토크 작가들이 공유하는 공기가 그들 영화의 특 징을 만들어 낸다 이용철 평론가에게 듣는 그가 추천한 ‘Unseen Cinema’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 처음 친구로 참여한 이용철 평론가는 ‘Unseen Cinema’ 섹션에 포함된,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쉽게 만나보기 어려웠던 영화 세 편을 추천했다. 그리고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그가 선택한 세 편의 영화 , , 가 연이어 상영되었고, 8일 저녁 마지막 상영작인 상영 후 이용철 평론가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영화를 선택한 개별적 이유와 각 영화들에 특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그의 강연 일부를 옮긴다. 이용철(영화평론가): 이번에 유운성 평론가와 함께 Unseen cinema를 맡게 됐다. 이번에 상영하는 작품은 와 , 이렇게 총 .. 더보기
[리뷰] 지옥인간 -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상영작 리뷰 지옥인간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은 재능있는 창작자들의 결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스튜어트 고든은 인간 본연의 정수를 들여다보는 도구로써 호러 장르를 선택했다. 브라이언 유즈나는 끊임없이 새롭고 진귀한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아이디어 뱅크였다. 고든은 작가였고 유즈나는 퍼포머에 가까웠다. 두 사람의 만남은 경제적이고 효과적이었다. 스튜어트 고든은 연출을 했다. 브라이언 유즈나는 제작을 했다. 각본은 함께 썼다. 첫번째 결과물은 러브 크래프트의 원작을 각색한 (리 애니메이터)였다.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1986년에 발표된 은 그들의 두번째 작품이다. 역시 러브 크래프트의 원작을 각색했다. 도 거의 새로 쓴 이야기에 가까웠지만 은 더욱 그랬다. .. 더보기
[리뷰] 자궁의 빙하기 - 가이 매딘의 <겁쟁이는 무릎을 꿇는다> 상영작 리뷰.......가이 매딘, 자궁의 빙하기가이 매딘의 '겁쟁이는 무릎을 꿇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영화감독들 뿐만 아니라 영화팬들을 몇 십 년째 사로잡고 있는 현대의 저주가 있다. 그것은, 영화 문법의 개발은 멈춰 버렸고, 더 이상 형식과 스타일의 새로움은 없으며, 모든 새로움은 이제 내러티브의 몫이 되어버렸다는 자포자기다. 누구 말대로, 더 이상 영화는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취하는 것이라는 저주. 가이 매딘은 이 공공연한 저주를 깜박 잊었던 작가 중에 한 명이다. 매딘은 무의식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를 통해 비춰보는 인간의 무의식이 아니라, 반대로 그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비춰보는 영화의 무의식이다. 매딘이 원시적인 옵티칼 효과, 조악한 아이리스나 이중노.. 더보기
[리뷰] 이들의 찰진 사랑 - 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 상영작 리뷰이들의 찰진 사랑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 은 장선우라는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던 감독의 이력에서 예외적인 작품에 속한다. 상징 우화의 형태를 빌었던 데뷔작 (1987)와 후속작 (1988) 이후 발표한 이 영화는 급작한 변신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은 코리안 뉴웨이브의 주요한 성과 중에서도 시선의 폭과 성찰의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변두리 쪽방촌의 주민 배일도(박중훈)와 최공례(최명길)이다. 치마 공장 재단사와 미싱사로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은 첫 대면부터 품게 된 호의로 인해 사적인 애정관계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된다. 허구한 날 공례를 두들겨 패는 폭력적인 남편, 일도의 일거수일투족을 시비하는 억센 아내는 그들의 사랑을 더욱 찰.. 더보기
[인터뷰] 안정적인 전용관 마련으로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 - 단골 관객 이현미 씨 인터뷰 "유령처럼 빨려 들어간 서울아트시네마가 안정적인 전용관 마련으로 오랫동안 함께하면 좋겠다" 단골 관객 이현미 씨를 만나다! 어쩐지 낯익었다. 극장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이미지가 쉬이 떠오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서울아트시네마에 자주 오시는 분 같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오후, 의 시네토크가 끝나고 막 떠날 채비를 하는 이현미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언제부터 시네마테크와 인연을 맺으셨는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를 열심히 다닌 지는 한 2007년부터다. 그 전에는 회사일 끝나고 틈틈이 보다가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달리면서’ 본 것 같다. 회계 쪽 일을 하는데, 하는 일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극장을 다니면서 자극을 많이 받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시간적 제약이 마음에 걸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