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신과의 대결 <결투 1 대 3>

2013. 4. 17. 14:12시네아스트의 초상/라울 월쉬 - 할리우드 매버릭의 모헙

상영작 리뷰

자신과의 대결 <결투 1 대 3> 




이 영화의 원제는 ‘The Lawless Breed’ 로서 ‘법 없이 사는 사람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수입업자는 흥행을 고려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대결 1대 3’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물론 이 제목이 전혀 엉뚱한 건 아니다. 주인공 존은 도박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악당을 총으로 쏴 죽인 후 남은 삼형제에게 집요한 추적을 받는다(그 중 한 명이 아직 유명해지기 전의 리 반 클리프이다). 존은 어쩔 수 없이 이 세 명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이 때문에 평화로운 목장을 운영하며 아내와 행복하게 살기를 꿈꿨던 존의 인생은 바뀌고 만다.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도망 다니며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대결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의 대결이다. 영화 속 존은 마치 저주 받은 사람처럼 의도하지 않은 싸움과 불행을 몰고 다닌다. 그릐고 라울 월쉬 특유의 연출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존은 겉으로는 싸움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싸움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조용한 목장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서 아버지 몰래 헛간에서 총 연습을 하고, 일단 도박장에 들어서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싸움을 벌이고 난 다음에는 언제나 ‘정당방위’였다고 억울한 듯 얘기하지만 관객은 존의 눈빛이 언제 가장 밝게 빛나는지 알고 있다. 라울 월쉬는 존의 이 양가적인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존이 사실은 자신과의 대결에 패했기 때문에 불행한 길을 걷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폭력에 매혹된 사나이를 그릴 때 언제나 해피엔딩에 야박했던 라울 월쉬는 <대결 1대 3>에서도 존에게 쉽게 해피엔딩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절정은 존이 겪고 있는 폭력의 악순환이 어쩌면 그의 아버지에게서 이어져온 것이며 존의 아들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암시를 줄 때이다. 존은 그 순간 어느 때보다 분노하며 좌절에 빠진다. 이제야 제대로 된 대결 상대를 만난 것이다. 과연 그는 이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존의 이 고뇌가 영화 속 어떤 격렬한 총싸움보다 강한 감정의 울림을 이끌어낸다.



김보년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