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비스콘티의 탐미주의적 성향이 극에 달한 후기 걸작이다. 중년의 작곡가가 갓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에게 반한다는 이야기는 순수한 절대미에의 매혹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미적 요소들이 과잉된 바로크적인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엄격한 고전주의적 면모가 보인다. 영화의 아름다움이 절제된 움직임과 형식 안에서 돋보이기 때문이다. 전작 <레오파드>의 무도회에서 보여준 화려한 색의 향연과 달리 색채도 절제되어있다. 영화 속 베니스는 온통 잿빛이며 도입부터 시종일관 습하고 어두운 죽음의 기운을 품고 있다. 의상도 거의 흰색이나 검정색이다. 이 도시에서 원색은 광대들에게나 어울리는 조롱거리이다. 마치 드라이플라워 같은 인물들은 우아하지만 생기가 없다. 덕분에 이 죽음을 배경 삼아 더욱 빛나는 건 황금빛 소년의 아름다움과 젊음이다.


유명 작곡가 구스타프 아쉔바흐(더크 보가드)는 요양 차 베니스를 찾았다가 소년 타지오(비요른 안데르센)와 같은 호텔에 묵게 되고 그 아름다움에 한 눈에 사로잡힌다. 그의 눈은 계속해서 타지오를 쫓고, 귀는 그 이름을 들으며, 입은 비탄에 젖은 혼잣말로 사랑을 고백한다. 동시에 그는 젊음 앞에서 늙고 병든 몸의 비통함, 수치심, 질투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미로 같은 도시 베니스에는 전염병이 쉬쉬하며 돌고 있다. 구스타프는 도시를 당장 떠나라는 충고를 받지만, 소년에의 매혹은 그를 죽음으로 이끈다.


주연 더크 보가드의 연기는 실로 감동적이다. 토마스 만의 원작 소설은 환희와 비애와 애증이 뒤범벅 된 예술가의 복잡하고 예민한 심리를 길고 자세히 묘사하는데, 보가드는 젖어있는 눈동자의 흔들림, 눈썹과 입가의 미세한 경련, 지친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 모든 언어들을 대신한다. 클로즈업의 인물과 소년을 좇는 카메라의 절제된 움직임만으로도 그 심정의 미묘한 뉘앙스들이 충분히 마음을 울리며 전해온다. 순수하면서도 요염하고 앳되면서도 성숙한 비요른 안데르센의 자태는 취향을 뛰어넘어 절대적인, 하지만 결국 시간 앞에 사라질 것이기에 더욱 배가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말러의 교향곡 5번 2악장이 선택된 마지막 해변에 다다르면 음악, 빛, 파도와 함께 감동이 밀려온다. 말러와 만과 비스콘티. 각각의 영역에서 종합적이고 완벽한 미의 세계를 추구했던 세 예술가의 모습이 여기서 겹쳐진다. 지극히 아름답고 쓸쓸한 레퀴엠이다. (백희원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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