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불행한 상실은 아름다운 계절을 잃는 것이다
2010. 10. 23. 14:41ㆍ회고전/아녜스 바르다 회고전
이번 주 화요일부터 '아녜스 바르다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작년에 열렸어야 했던 회고전이다. 그동안 클레르 드니, 샹탈 애커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영화들을 소개했고 워낙 좋아하는 아녜스 바르다의 회고전은 일정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해 드디어 10월에 회고전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바르다의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가 9월쯤에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고, 일정상 양보하기로 했더랬다. 대신 21세기의 프랑스 영화들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치르기로 했다. 다른 곳에서 바르다의 회고전이 열린다면 아쉽지만 그래도 기뻐하면서 보러 갈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회고전이 열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고, 바르다의 영화를 서울아트시네마의 스크린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어디서든 영화가 상영되는 것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 직접 좋아하는 작가의 회고전을 개최하게 될 때 그 기분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애커만을, 클레르 드니를, 뒤라스를 처음으로 소개할 수 있었던 것만큼 바르다의 좋아하는 영화들을 관객들과 만나게 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뛰는 일이다. 작품을 둘러싼 논의는 영화를 보는 이들, 그리고 평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많은 작품들이 상영되기에 몇 작품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럴땐 대부분 바르다의 모든 영화를 보아주세요, 라 말하곤한다. 추천이랄께 딱히 없다. 다른 회고전들도 그랬지만, 알려진 작품이든 그렇지 않은 작품이든 시간이 나는 대로 바르다의 모든 영화를 만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고다르의 <그녀의 생을 살다>에 나오듯이 일을 하는 이들은 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이 딜레마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 나는 대로 바르다의 영화를 보아주었으면 한다. 이런 건 홍보라기 보다는 못보는 사람이 손해야,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바르다의 영화 중에는 기억과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꽤 있는데, 단편 중에서도 테디 베어의 역사 수집가 이데사 헨델레스를 다룬 <이데사, 곰, 그리고 기타 등등>도 인상적이다. 공교롭게 올 해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테디베어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는데, 바르다의 단편은 뮌헨에서 열렸던 그녀의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담고 있다. (이데사 헨델레스의 '테디베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하면 된다 http://insidecanada.kr/114). '시네바르다포토'에 담긴 다양한 단편들은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중에서 <율리시스>는 바르다의 이미지 비평의 식견과 세계에 감화를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1963년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를 방문해 혁명의 물결을 사진에 담은 <안녕 쿠바인들> 또한 작고 일상적인 영역에서 사회의 맥을 간파하는 그녀의 비평적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 바르다는 정말 눈과 귀가 예민하고 섬세한 감독이다. 바르다는 리얼리스트라기보다는 초현실주의자라 말할 수 있는데, 특히 부뉴엘을 좋아했다. <시몽 시네마의 101일 밤>을 보면 부뉴엘에 대한 그녀의 숭배를 느낄 수 있다. 바르다는 <시몽 시네마의 101일 밤>에서 부뉴엘의 <황금시대>를 찬미한다. 고다르가 <프랑스 영화탄생 백주년>작에서 '생일 아닌 날을 축하'했다면 바르다는 백살 무슈 시네마의 망각과 부뉴엘적 아나키를 찬미한다. 왜 황금시대인가? <시몽 시네마의 101일 밤>에 언급되는 장면은 <황금시대>에서 세레모니가 열리는 가운데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다. 바르다 또한 영화탄생 백주년의 세레모니를 비켜가려 했던 것 같다. 전복적이고,도발적이면서 시적인 부뉴엘의 영화. 라무르 푸의 찬미!
글 /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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