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되찾을 시간 -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현장
2011. 1. 19. 17:32ㆍ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News
2011년 1월 18일 저녁 6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친구들 영화제는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Jouissance Cinema'라는 테마로 기획되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모를 둘러싼 문제들로 인해 거의 존립의 위기를 겪으며 다사다난하게 보냈던 지난 한해의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 그 위기를 넘어서 영화보기의 본래적 즐거움을 되찾고 누려보자는 취지다. 이번 개막식은 지난 한 해 각자의 영역에서 열렬한 후원활동을 펼쳐주었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감독들, 영화배우들, 관객들의 후원에 감사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2012년까지는 꼭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마련해 보자는 목표를 공유하는 희망 찬 자리이기도 했다. 개막식부터 시작하여 개막작 상영 후에 극장 로비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진행된 리셉션 자리까지의 현장을 전한다.
1월 18일 저녁, 새롭게 단장된 서울아트시네마의 로비는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 년 중에서 극장이 가장 활기차게 달아오르는 시간, 바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이하 친구들 영화제)’의 여섯 번째 생일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개막식은 저녁 6시 반부터, 언제나 친구들 영화제의 출발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권해효 씨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그는 추운 날씨에 찾아준 관객들에 대한 감사의 말과 함께, "6년전에 처음 시작할 때 정말 소박한 느낌이었는데, 이제 1월이 되면 많은 분들이 기다리는 영화제가 됐다."는 기쁨을 토로했다. 개막식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최정운 이사장의 인사말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여섯 번째를 맞이한 친구들 영화제의 성격에 대해 소개하면서, "현역에 계신 감독, 평론가 등 영화인들이 직접 영화를 선택하고 상영하면서 관객들과 호흡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시네마테크의 존재 가치를 이해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이 시네마테크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올해에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추천하는 섹션도 준비돼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유수의 해외 시네마테크와의 협의를 통해 서울아트시네마의 위상이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언제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을 빛내주는 것으로, 올해는 더욱 각별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 개막 축하 영상이 상영되었다. 개막 영상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의 인사말로 시작하여,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서 촬영된 관객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감독들과 관객들이 생각하는 '시네마테크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시네마테크를 ‘영화의 성당’이라고 말하는 대답이 있는가 하면, 시네마테크를 '붙잡으려 하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그리워지는 나쁜 남자'에 비유하여 "시네마테크! 저의 청혼을 받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재기발랄한 대답까지 흘러나왔다. 마지막에는 '맥스' 후원광고를 촬영한 영화감독들과 배우들의 즐거운 인사말들이 이어졌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네마테크를 바라보는 듯하지만, 사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한 마음, 바로 시네마테크가 앞으로 전용관이라는 집에서 안정적으로 지속되면서 영화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계속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이어지는 순서는 내빈들의 축사를 듣는 시간. 권해효 씨는 작년과 올해 서울아트시네마가 계속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면서 후원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원하고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어쩌면 답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영화진흥위원회 김의석 부위원장을 소개했다. 김의석 부위원장은 시네마테크 전용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에 재임 기간 동안 이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며, 친구들 영화제가 지속적으로 고정된 공간에서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해효 씨는 "사실 작년 개막식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다. 전임 위원장의 말에, 우린 그 때 이미 어려운 시기를 예감했었다.(웃음) 다행히 그 이후에 올라오신 배창호 감독님의 말씀이 아주 큰 힘이 되었던 것도 기억한다."며 말을 받았다.
다음으로 민규동 감독이 축사를 들려주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표인 박찬욱 감독이 사정상 참석하지 못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 그는 "시네마테크는 물리적으로도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영화 기자 시사회를 여기 허리우드 극장에서 했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도 여기 옥상과 극장에서 찍었다. 큰 극장이 없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또 이렇게 시네마테크가 생겼다. 한 5년 뒤에는 다른 전용관에서 더 멋진 영화제가 되어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감독들이 감독이 되면서 잃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영화를 재밌게 보는 즐거움이라며, "시네마테크에 오면 그런 걸 잊고 순수한 관객으로 영화에 빠지고 흥분하거나 질투하며 본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잃어버리신 분이 있다면 이 영화제 기간에 그것을 되찾으시길 기원한다."는 인사를 남겼다.
다음은 영화계 행사의 단골손님인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의 차례. 이 대표는 "개막 영상 보니까 생각나는데, 나한테 누가 시네마테크에 대해 물어보면 지루한 영화를 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네마테크를 아무리 못살게 굴고 아무리 억압을 해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서 "어렵다, 어렵다 하지 말고 아무리 안 도와줘도 우리가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너무 지루한 것만 하지 말고, 좀 재밌는 걸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이 감독들아, 이 평론가들아, 당신들이 이 영화가 정말 재밌어서 추천하는 거냐"라는 물음으로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곧이어, 지난 2010년을 끝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의 축사를 들었다. '영원한 위원장'이라 소개받은 김 위원장은 "지난 6년 동안 어렵게 이 영화제를 끌어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최정운 이사장, 김성욱 프로그래머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표인 박찬욱 감독과 시네마테크 전용관 추진 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세 감독의 노고에도 치하를 드린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확보될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여러분들이 40일 동안 계속 오셔서 영화를 봐 주시면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마련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모든 축사가 끝나고, 참석해 준 인사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배창호, 민규동, 이해영, 이경미, 민병훈, 양익준, 김태용, 조창호, 김국형, 김종관 감독, 안성기 배우,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 맹수진 프로그래머,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이수원 씨, 신디 김수정 사무국장, 홍상우 교수, 김시무, 한창호 영화평론가, 네오이마주 백건영 편집장, 올댓시네마 최윤희 대표, 이탈리아 문화원 루카 디 비토 부위원장 등이 소개되었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영화제 전반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는 우선 작년에 이 자리에 섰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그 때는 괴롭고 비통한 심정으로 이 영화제가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와 함께 어떠한 기대들도 있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화답이 영화인들과 관객들로부터 있었고, 덕분에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올해 친구들 영화제의 테마를 소개했는데, "2011년에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실 시네마테크가 가장 잘 하는 건 지루하게 오래 하는 일, 오랫동안 버티는 일이다. 그 대신 즐거움을 같이 나누는 데에는 좀 덜 익숙하지 않나 싶어, 이번에는 이 즐거움을 나눠보자고 생각했다. '주이상스'가 영화제의 컨셉이었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도 그런 모토 안에서 14편의 영화를 골라주었다. 또한 특별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이 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난해 2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코스타 가브라스 원장이 서한을 보내 시네마테크를 응원해줬던 기억이 난다. 에릭 로메르 감독의 회고전도 준비돼 있는데, 이는 로메르 사후 1주년을 추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시에 2001년에 로메르 감독의 회고전을 했을 때, 다양한 영화들을 많은 관객들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로메르 감독은 먼 곳에 있는 영화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우정을 담은 편지를 담은 팩스를 보내왔었다. 우리는 그 우정에 대한 화답으로서 이번 회고전을 기획했다. 개막작도 로메르 감독의 작품으로 지극히 소소한 영화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밤에서 새벽, 아침으로 이어지는 고요의 순간이라는 '블루 아워'를 다루는 내용이 있는데, 2010년에 시네마테크가 걸어왔던 길이 바로 그런 '블루 아워'의 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2011년 시네마테크에서 같이 영화를 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아침을 맞이하게 되면 좋겠다."는 요지였다.
개막식의 마지막 순서는 서울아트시네마 송승민 사무국장으로부터 2010년 서울아트시네마의 사업성과 및 후원 보고를 듣는 자리였다. 지난해에는 총 23개의 기획전에 359편의 영화를 상영했고, 총 41464명의 관객이 들었다고 한다. 그 외에 많이 늘어난 후원회원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를 끝으로,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생길 때까지" 계속해서 사회를 보겠다는 권해효 씨의 인사와 함께 개막식은 끝이 났다.
행사는 개막작인 에릭 로메르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상영과, 그 이후 로비에서의 리셉션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영화 상영 후에도 자리를 지켜주었기에, 극장 로비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출장 뷔페음식과 영화인들의 맥주 'Max'가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리셉션의 열기는 밤 10시를 넘기는 시간까지 이어졌다. 친구들 영화제를 통해 즐기게 될 영화의 즐거움에 앞서 누린 또 하나의 즐거움. 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뭉쳐 즐겁게 타올랐던 자리였다. 이제 영화의 '주이상스'적 즐거움을 느낄 차례가 왔다. 영화의 친구들의 겨울축제는 이제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박영석: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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