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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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부조리 보여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1979년 개봉 이후 은 베트남전에 관한 한 가장 유서 깊고 영향력 있는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일부 평자들에게는 사이공에서 캄보디아 정글로 향하는 윌라드(마틴 쉰)의 행적을 좇는 내러티브의 궤적이 의혹을 사기도 했다. 엔딩 장면이 김빠지고 실망스럽다는 지적에서부터 마지막 30분은 조리에 닿지 않는 억지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힐난이 눈엣가시였음인지 코폴라는 묵혀둔 푸티지들을 가지고 새로운 장면들을 취택하여 디렉터스컷을 내놓았다. 2001년 칸영화제에서 (이하 )라는 이름으로 디렉터스컷이 상영됐을 때 안팎의 관심은 비상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판본에 덧붙인 코폴라의 일성은 다음과 같다. “에는 1979년 버전에 삽입하지 못했던 장면들을 넣음으로써 캐릭터의 내면에 설득력을 주었고, 나 자신조차..
2011.02.05 -
우리네 삶의 풍경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로마의 여름' 로마 출신의 마테오 가로네가 고향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그에게 지역성은 가로네의 영화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에서 감독이 바라보는 로마의 풍경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것은 극중 변호사 출신의 예술 감독 로셀라(로셀라 오르)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탓이 크다. 정확한 사연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지만 로셀라는 인생에 혼란을 느껴 어딘가에서 요양을 하다가 돌아온 인상이 짙다. 로셀라가 보기에 로마에 있던 친구들도, 풍경도 어딘가 많이 변한 것 같다. 다만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어느 수도사로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너무나 변모한 로마의 모습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로네는 에서도 여전한 네오리얼리즘의 면..
2011.02.01 -
욕망에 대한 공포영화
[리뷰] 마테오 가로네의 ‘첫사랑’ 사랑의 본질은 만고불변이지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랑도 ‘조각’처럼 한다. 의 두 주인공 비토리오(비타리아노 트레비잔)와 소냐(미셸라 세스콘) 역시 조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금속세공사로 활동하는 비토리오와 화가를 위해 모델을 서주는 소냐는 블라인드 데이트로 만난 사이다. 첫 만남의 서먹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에 대한 탐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비토리오는 조각 같은 몸매의 소냐가 맘에 들고, 그녀 역시 자상해 보이는 그가 싫지 않다.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시작한 이들은 곧 동거를 시작하고 비토리오는 소냐에게 좀 더 날씬해질 것을 요구한다. 포스터의 태그라인은 ‘욕망에 대한 공포영화’(A Horror Movie abou..
2011.01.30 -
말론 브랜도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
[리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는 베르톨루치의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감각적인 영화인 동시에, 말론 브랜도라는 불세출의 배우가 가장 자유롭게 자신의 내면을 표출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1970)에서부터 베르톨루치와 함께 작업해온 촬영 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거의 회화에 가까운 실험적인 화면이 돋보인다. 는 말론 브랜도의 즉흥 연기와 스토라로가 그야말로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듯 창조해낸 무드로 가득한 파리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경험을 가져다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또한 태어나자마자 온갖 수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탈리아에서 외설죄로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이 법정에 섰을 뿐만 아니라 본국에서 약 15년 동안 상영 금지를 당했으며, 남성우..
2011.01.30 -
핍박받는 자들을 위무하는 재즈의 선율
[리뷰] 로버트 알트먼의 ‘캔자스 시티’ (1996)는 1934년에 미국 동부의 캔자스 시티에서 일어난 며칠 동안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공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사실성은 무엇보다도 1925년생인 로버트 알트먼이 캔자스 시티에서 태어나 십대를 보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가 포착해낸 그 시대는 부정선거, 살인, 절도, 마약 등이 판치는 어두운 세계다. 아무래도 그 배경은 경제 대공황이 가중시킨 총체적 사회 모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뉴딜 정책을 내세운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새롭게 대통령이 된 해가 1932년이었고, 1934년에 열린 선거는 그 중간 평가와도 같았다. 서민들은 뉴딜 정책을 지지했고, 대자본가들은 비판했다. 그들 간의 분리는 더욱 양극화되었으며, 힘없는 자들은 여전..
2011.01.29 -
은밀한 감정적 역사들
[리뷰] 로우 예의 강, 그리고 소년과 소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몇 편의 영화들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레오 까락스의 영화들이다. (1984)와 (1991)에서 강은 연인들의 내밀한 사랑의 역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과도 같다. 로우 예의 두 번째 장편 는 레오 까락스의 연인들처럼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외로운 소년, 소녀, 그리고 강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황폐한 삶에서 섬광과도 같은 사랑이 솟아오를 때, 이들은 이 유일무이한 감정에 속절없이 사로잡힌다. 는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내러티브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결코 영화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비디오를 찍는 내레이터의 존재로 인해 시종일관 과거 시제의 느..
201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