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상영작 소개(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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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솔리니의 <마태복음> - 대화의 영화
얼핏 보면 이 영화의 감독이 파솔리니라는 사실은 모순이다. 맑시스트이며 무신론자가 만든 ‘예수’에 대한 영화? 파솔리니는 데뷔작 에서는 빈민과 포주의 이야기를, 두 번째 작품인 애서는 창녀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옴니버스 영화 에서 연출한 에피소드로는 로마 카톨릭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하기도 했다. 그에게 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종교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는 ‘신화적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녔으며, 또한 그런 관심의 발로이다. 그리고 이 과정엔 파솔리니가 의 서두에서 영화를 헌정했던 ‘교황 요한 23세’의 존재가 있다. 사실 은 파솔리니 개인의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당시 개혁주의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던 바티칸의 요구에 파솔리니가 예술적으로 부응한 결과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봐..
2010.02.24 -
윌 로저스의 마지막 작별 인사
[영화읽기] 존 포드의 존 포드의 1935년 작 은 미국 남부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주인공 닥터 존(윌 로저스)은 여객선에서 위스키를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파는 장사꾼이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합심해서 폐어선을 복구시키고 선장이 되지만, 조카인 듀크(존 맥가이어)가 플리티 벨(앤 셜리)을 구하려다가 살인을 저지르면서 일이 꼬인다. 존은 조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본의 아니게 보트 경주에 참여하게 된다. 이 영화는 ‘윌 로저스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존 포드가 연출을 맡은 (1933), (1934)에 이어, 윌 로저스는 소시민들의 애환을 담아내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전반부는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포드 특유의 유머러스한 상황설정과 윌 로저스의 순발력이 어우러진 후반부는 밝은 이야기로..
2010.02.21 -
시네마테크 사태로 본 <이유없는 의심>과 <오데트>
'납득할 수 없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말하기, 그것에 충실하기 [이유없는 의심(Beyond A Reasonable Doubt)] 의심이란 합당한 근거가 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조안 폰테인은 영화에서 참회하는, 고백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백치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감독들은 저마다 그녀의 얼굴 정면 클로즈업을 결정적일 장면에 넣는다. 그녀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녀는 백짓장 같은 무언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반사된다. 존재하지 않는 상태는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 guilty한 느낌 혹은 그것에 관련된 텍스트가 우리에게서 생성된다. 그녀는 한 마디의 변명도 안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녀의 죄를 용납했다. 무언의 고해성사. 이 영화에서 그녀는 자신의 애인인 캐럿의 죄를 알고..
2010.02.16 -
낭만주의 서부극의 정점
[영화읽기] 존 포드의 와이어트 어프와 그의 OK 목장의 결투는 전설처럼 남은 서부의 역사이며, 서부극의 매우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존 포드는 이 유명한 전투를 재연하기 위해 이후 7년여 만에 모뉴먼트 벨리로 돌아가, 25만 달러를 들여서 툼스톤 마을의 세트를 지었다. (1946)는 그렇게 탄생한 영화다. 포드는 자신이 서부극에서 세워놓은 전형적인 배경으로 돌아갔지만, 스스로 구축한 클리셰를 살짝 변주한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와이어트와 클랜튼 일가의 대립구도를 통해 결투가 벌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와이어트는 이미 동생을 죽인 범인을 짐작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곧바로 복수를 시도하지 않고 툼스톤에 정착하여 보안관이 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이미 서부극의 전형적인 대립구도와 긴장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2010.02.16 -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미국적 이상
[영화읽기] 존 포드의 앙드레 바쟁은 웨스턴에 관한 그의 글에서 서부의 정복과 소비에트 혁명을 비교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새로운 질서와 문명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미학적 차원을 부여한 유일한 언어는 바로 영화였다고 말한다. 웨스턴 장르는 미국(할리우드)이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존 포드의 웨스턴 영화들은 미국에 대해 그가 갖는 역사적 비전을 담아내면서 진화했다. 그 중 1939년에 만들어진 는 미국이 독립전쟁을 치르고 있던 식민지시기를 배경으로 개척정신에 뿌리를 둔 미국의 기원을 그렸다. 존 포드의 첫 테크니컬러 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자연과 풍경, 계절과 날씨의 변화, 빛과 어둠의 변화를 풍부하게 담아내면서, 이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2010.02.16 -
인물의 육체, 행위의 기입이 아닌 ‘말’을 찍은 영화
[영화읽기] 장 으스타슈의 세르주 다네의 표현에 따르면 장 으스타슈는 '자신의 독자적인 현실의 민족지학자'다. 인류학의 방법론 중에 하나인 민족지학적 방법론은 오랜 시간동안 현지에 머물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들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지학자가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뜻하지 않은 우연적 사건들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에 더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 으스타슈는 모럴리스트(moralist)다. 에릭 로메르의 말에 따르면 모럴리스트는 인간의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정신과 감정의 상태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 '관심'이라는 말이 어떻게 영화로 표현되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는 인간의 외부적 행위나 사고를 다..
201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