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라양은 지난 한 해 영화과 진학을 준비하면서 꾸준히 서울아트시네마의 자원 활동을 해왔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와 만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서울아트시네마에서의 활동을 ‘스무 살 나의 첫 시작’이라 말하는 김아라양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원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작년 4월, "B영화의 위대한 거장 3인전” 때부터였다. 지금은 매주 금요일 행사지원을 하고 있고, 가끔 일손이 부족할 때 와서 돕고 있다.

자원 활동을 하기 전에도 시네마테크에 자주 왔었나?

그 전에는 서울아트시네마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대해 알고만 있었다. 영화과 진학을 마음먹었었고, 재수를 시작하면서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 때 마침 자원 활동가 모집 공고가 나서 지원하게 됐다. 자원 활동하면서 입시 준비하는 시간과 겹쳐서 생각보다 영화를 많이 챙겨보진 못했지만, 늘 좋은 영화들을 하니까 가끔씩 와서 보고가곤 했다.

자원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시네마테크는 어떤 곳인지?

그 전에는 나와는 별개의 극장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자원 활동을 하면서 일단 사람들이 너무 좋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정말 일 년 동안 이곳에서 일한 게 참 뜻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영화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관객들이 와서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괜히 뿌듯해지기도 하고, 그 분들이 각자 뭔가 얻어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분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서 그런 공감과 소통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는지?

항상 아들과 함께 오시는 분이 있다. 아들이 아마 고등학생 정도 되는 것 같다. 항상 엄마와 오다가 어느 날은 혼자서 극장에 왔더라. 이 친구가 이제는 혼자 오기 시작하는구나, 앞으로도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원 활동을 추천할 생각이 있나?

이미 추천했다. 힘든 점들도 있지만 극장에 오면 막상 다 잊게 된다. 나의 스무 살은 이곳이다. 작년은 어쩌면 굉장히 폐쇄적인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는 한 해였는데, 이곳에서 자원 활동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나의 스무 살을 보낼 수 있었다. 첫 시작을 여기서 보냈다는 게 내겐 소중한 느낌이다. 이제 자원 활동은 2월까지만 하는데, 벌써부터 그게 너무 슬프다. 사람들도 공간도 너무 소중한데, 이제 학교에 들어가면 다른 데에 좀 더 집중해야하는 시기니까.

자원 활동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활동하는 분들은 많은데, 일하는 요일이 서로 다르다보니 막상 자원 활동가들끼리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서로 친분도 쌓고, 이야기하다보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아쉽다. 자원 활동가들끼리의 교류가 좀 더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화과 진학을 마음먹은 건 언제부터인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영화나 방송 쪽에 관심이 많았다. 다른 친구들보다 진로가 일찍 정해진 편이다. 꿈이 있으니까 공부하는 것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독립영화나 상업영화와는 다른 영화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화를 좀 더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영화의 어떤 점에 끌리나?

일단 영화를 보는 게 좋다. 평소엔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인데, 영화와 관련해서는 더 알고 싶고,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고3 때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봤는데, 쓸쓸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팍 와 닿았다. 그렇게 가슴 깊이 박히는 영화를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나 방향 같은 것이 오즈의 영화에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리고 불교사상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지금 관심 갖고 있는 것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오즈의 영화와 불교는 서로 닮은 면이 있는 것 같다. 뭔가 버리는 느낌, 욕심 부리지 않고, 깨끗한 느낌이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불교나 오즈의 영화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공부해서 둘을 연관 지어 글을 써보고 싶다.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추천하고 싶은 영화나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면?

<스카페이스>를 봤는데, 원래 그렇게 쎈 영화를 좋아하진 않는데, <스카페이스>는 170분 동안 완전에 영화에 빠져들어서 봤다. 영화 내내 뭔가 쌓이다가 마지막에 확 와 닿는 느낌이 있었다. 보고 나서 잔상이 하루 종일 남았다. 그리고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꼭 챙겨보고 싶다. 데이비드 린치의 『빨간 방』이란 책을 읽었는데, 린치는 항상 명상을 즐겨하고 현실세계가 아니라 명상을 통해서 더 깊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평소에 명상이나 불교에 관심이 많다보니 린치의 책을 읽고서 그의 영화들이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특유의 기괴함이 흥미로웠다. 나한테 없는 것, 결핍된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간다. 나에게 갇혀있기 보다는, 내게 결핍된 것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자극 받거나 뭔가 느끼고 배우려고 한다. 예전에는 평소에 좋아하던 것만 찾았었는데, 시네마테크를 다니면서 변한 것 같다. 영화가 이렇게 다양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런 사람들, 영화들과 부딪히는 것이 불편한 게 아니라 굉장히 행복하다.

인터뷰 정리: 장지혜(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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