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유산의 미래 : 시네마테크 서울과 영화유산정책의 복원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 비례대표 강유정 의원입니다.
오늘 ‘시네마테크 정책포럼’에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the cinema.(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했던 이 말, 기억하시지요. 영화는 시대의 풍경을 비롯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과 기억, 갈등과 희망 나아가 사회문제까지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흔히 ‘시간의 예술’이라고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오늘 두 가지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시네마테크 서울 전용관의 원안 복원’과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유산정책 복원’입니다.
Ⅰ. 시네마테크 서울 전용관 : 영화인의 참여와 원안 복원
먼저,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의 과정을 간단히 돌아보겠습니다.
2010년,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마련하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되었습니다.
2011년 12월, 시네마테크를 포함한 공공상영관의 지원을 담은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2014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시네마테크 건립과 재정 지원을 공약했습니다.
2018년, 시네마테크 건립 설계공모가 확정되었고,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준비위원회’가 본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준비위원회’는 사실상 해소되었습니다.
2023년 5월에는 ‘(가칭)서울시네마테크 운영자문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었고,
2024년에는 명칭이 ‘서울영화센터’로 변경되며 운영주체도 서울경제진흥원으로 이관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 시절 강조했던 “시네마테크는 영화인들이 건립부터 운영까지 함께해야 하며, 민간과 시가 공동으로 운영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전제는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왜 원안으로의 복원을 이야기할까요?
첫째, 시네마테크는 국제 기준에 맞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은 시네마테크를 ‘영화를 수집·보존·복원·상영하며, 영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비영리 문화기관“으로 규정합니다. ’서울시네마테크‘는 바로 이 국제 기준을 따르는 기관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영화센터‘라는 기관명은 기관의 정체성을 흐리고, 영화유산기관이 아닌 산업진흥기관에 가까운 방향으로 운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완공 이후 자체운영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네마테크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시네마테크는 결코 수익사업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영화유산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공공적 기관이어야 합니다.
둘째, 영화계와 서울시가 논의해온 합의가 무시되었습니다.
기관명과 설립취지는 오랜 시간 영화인과 서울시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입니다. 시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정책의 민주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특히 변경 과정에서 기존 논의에 참여해온 영화계 인사들이 배제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 영화유산의 보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K-무비는 세계적 위상을 얻었지만 시네마테크를 비롯한 영화유산 보존을 위한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위상과 인프라에 심각한 불균형이 있는 것입니다. 1936년 만들어진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달리 우리나라는 1974년이 되어서야 ’영상자료의 수집·보존·활용으로 한국영화의 예술적·역사적·교육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영상자료원을 설립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 역시 기존 합의대로 ’서울시네마테크‘라는 이름과 정신을 복원해 한국 영화의 역사와 유산을 지키는 문화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원안 복원‘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Ⅱ. 영화진흥위원회 : 영화유산정책의 복원
두 번째 과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유산정책 복원‘입니다.
왜 영화유산정책을 복원해야 할까요?
첫째, 영화유산은 문화적 정체성이자 미래세대의 권리입니다.
영화는 시대상이 기록되어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FIAF도 영화유산을 보존·복원하여 공유해야 할 문화자산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존하지 않은 영화는 소중한 문화자산의 소실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세대의 문화적 권리 박탈과 같습니다. 결국 영화유산의 보존과 이에 대한 정책은 ”과거의 보존“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둘째, 영화유산이 다양성과 경쟁력의 토대가 됩니다.
임권택, 찰리 채플린과 같은 거장 감독들의 영화는 단순히 오래된 영화가 아닙니다. 그 시대의 미학, 기술, 표현방식 등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입니다.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창작자들에게는 학습가능한 레퍼런스가 되고 관객들에게는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1950년대 이전 제작된 한국 고전영화 상당수는 필름 유실로 보존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사각지대로 남길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영화적 자산의 축적과 보존은 창작자들의 다양성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울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가 시네마테크와 관련해 진행 중인 사업은 ’시네마테크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이 유일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이 사업의 예산은 (지역네트워크사업예산을 포함해) 15년이 넘도록 4억 2천만원입니다. 따라서 예산 증액을 통해 과거에 진행했었던 ’고전영화 필름라이브러리 사업‘과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지원사업‘ 등 영화유산정책 복원이 필요합니다. 영진위 역시 영화계의 시네마테크 전용관 확대 요구에 대해 필요성과 정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영화유산정책의 복원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입니다.
”한국 영화 자부심의 상징이라 할 만한 시네마테크가 언제 방을 빼야 할까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문화적 수치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이 2010년 했던 이 말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영국의 ’BFI 사우스뱅크‘처럼 세계 주요 국가에는 영화유산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공공시네마테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존하지 않는 영화는 미래세대가 만날 수 없습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기 민간차원에서 영화인들이 직접 발로 뛰고 사비를 들여 필름을 수집했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시네마테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공공이 나설 때입니다. 서울시는 시네마테크를 단순한 문화행정 사업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영화의 박물관이자 도서관이자 극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는 한 시대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기억을 전하는 문화유산입니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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