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6. 16:35ㆍ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로버트 알트만의 <캔사스 시티>에서 재즈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에 선뜻 동의할 용기는 없지만 재즈가 너무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마디로 이 영화에서 재즈는 1930년대 미국 음악에 대한 고증적인 부활이자 일찍이 없었던 1990년대 재즈의 가장 화려한 축제이다. 이 영화가 1996년 개봉되었던 당시에 외국의 언론들은 여기에 등장하는 현역 연주자 아무개가 1930년대 재즈맨 중 아무개 역을 맡았다는 등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1930년대 거장의 이름들과 현역 연주자들의 연주상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꽤나 설득력 있으며 흥미로운 지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영화에서 테너 색소픈 주자 조슈아 레드먼이 그 역을 맡은 레스터 영 외에는 명시적으로 호명되는 인물은 단 한명도 없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상상에 맡기는 것이 영화의 재미인 것이다.
재즈 팬이라면 영화 전반부, ‘헤이헤이 클럽’ 창문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잠깐이지만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는 ‘재즈의 전쟁’이라는 제목 밑에 ‘레스터 영 v.s. 콜맨 호킨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실제로 1934년 콜맨 호킨스가 소속되어 있던 플레처 헨더슨 악단은 캔사스 시티에 투어를 왔었고 이미 뉴욕을 중심으로 테너 섹소폰의 일인자로 꼽히던 콜맨 호킨스는 서브웨이 클럽에서 캔사스 시티 주자들과 일대 격전을 벌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레스터 영 역을 맡은 조슈아가 한 이방인 테너맨과 일대 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바로 1934년 서브웨이 잼 세션을 묘사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역시 크레이그 핸디는 연주나 외모 모두에서 젊은 시절 콜맨 호킨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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