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그린 휴먼 드라마 - 로버트 와이즈의 '산 파블로'
2011. 2. 16. 17:09ㆍ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나 <사운드 오브 뮤직>(1965) 등 로버트 와이즈를 뮤지컬 영화감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산 파블로>는 꽤 낯선 영화일 것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상 처음으로 1년 반 동안 대만과 홍콩에서 촬영을 감행한 대작이라는 점 외에 사소한 공통점을 찾기도 힘들다. 제작 여건은 다르지만 차라리 그의 SF영화 <지구가 멈춘 날>(1951)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로버트 와이즈는 <지구가 멈춘 날>에서 현란한 시각효과보다는 탄탄한 스토리에 더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의 라스트가 인상적인데, 지구를 찾은 로봇 고트의 장엄한 연설은 인류가 공격성을 버리지 않는 한 지구가 잿더미로 변할 것이며, 절멸에 처할 것임을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경고성 발언이 아니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과 힘의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당시의 시대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시대극이긴 하지만 <산 파블로> 또한 베트남 전쟁에 직면한 1960년대라는 시대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다.
1926년의 중국 양자강에 떠 있는 미국의 포함 산 파블로가 영화의 주 무대다. 중국의 국민당이 세력을 확대하던 이 시기는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한 침탈과 폭력으로 역사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던 때이다.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내전을 벌이면서 외국인 배척을 펼쳐가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의 변화 가운데 엔지니어인 홀맨은 산 파블로호의 승무원이 되기 위해, 외국인 선교사의 일원인 셜리는 교사의 자격으로 중국을 찾는다. 둘은 내전의 소용돌이가 거세지면서 위험에 처하고 낯선 땅에서 사랑을 나눈다.
시네토크
2011년 2월 26일 (토) 16:00 <산 파블로> 상영 후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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