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나 <사운드 오브 뮤직>(1965) 등 로버트 와이즈를 뮤지컬 영화감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산 파블로>는 꽤 낯선 영화일 것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상 처음으로 1년 반 동안 대만과 홍콩에서 촬영을 감행한 대작이라는 점 외에 사소한 공통점을 찾기도 힘들다. 제작 여건은 다르지만 차라리 그의 SF영화 <지구가 멈춘 날>(1951)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로버트 와이즈는 <지구가 멈춘 날>에서 현란한 시각효과보다는 탄탄한 스토리에 더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의 라스트가 인상적인데, 지구를 찾은 로봇 고트의 장엄한 연설은 인류가 공격성을 버리지 않는 한 지구가 잿더미로 변할 것이며, 절멸에 처할 것임을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경고성 발언이 아니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과 힘의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당시의 시대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시대극이긴 하지만 <산 파블로> 또한 베트남 전쟁에 직면한 1960년대라는 시대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다.
 


1926년의 중국 양자강에 떠 있는 미국의 포함 산 파블로가 영화의 주 무대다. 중국의 국민당이 세력을 확대하던 이 시기는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한 침탈과 폭력으로 역사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던 때이다.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내전을 벌이면서 외국인 배척을 펼쳐가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의 변화 가운데 엔지니어인 홀맨은 산 파블로호의 승무원이 되기 위해, 외국인 선교사의 일원인 셜리는 교사의 자격으로 중국을 찾는다. 둘은 내전의 소용돌이가 거세지면서 위험에 처하고 낯선 땅에서 사랑을 나눈다.

3시간에 이르는 대작이긴 하지만 <산 파블로>는 거대한 스펙터클 영화라기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로버트 와그너는 대국에 의한 해외파병의 어리석음과 희생을 겪는 함선 승무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세세하게 그리는데 역점을 두었다. 미국인을 보호하고 구하기 위해 중국에 머물고 있다며 애국주의를 고무하는 선장, 중국인 여인 메일리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 홀맨의 동료인 프랜치, 중국인을 교화시키기 위해 나선 선교사들의 이야기, 함선의 기관실에서 벌어지는 중국인 노동자와 선원들 간의 갈등, 이런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가 서브플롯으로 전개된다. 이런 이야기들은 스쳐지나가는 에피소드들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가며 비극의 징조와 파멸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홀맨은 끊임없이 거의 모든 이와 싸움을 벌이면서 매번 ‘적인 누구인가’라고 반문한다. 이런 의문은 최종적으로 홀맨이 죽어가며 내뱉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라는 말에 함축된다. 스티브 맥퀸은 홀맨의 복잡한 심경을 그의 생애 가장 훌륭한 연기로 소화했다. 원래 로버트 와이즈는 홀맨의 캐스팅에 폴 뉴먼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폴 뉴먼이 고사하면서 스티브 맥퀸으로 기회가 넘어갔는데, 당시 메이저의 중역들은 대작영화에 인지도가 적었던 스티브 맥퀸을 주역으로 캐스팅하는 것에 반대했다. <대탈주>(1963)의 성공 덕분에 스티브 맥퀸은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었다. 로버트 와이즈 또한 이 영화로 세상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미국 군대가 2차 대전 이후만이 아니라 그 전부터 전 세계에서 오명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며 “이 영화는 미국이 베트남에 개입하고 있던 바로 그 때에 나왔다. 나는 베트남을 역사적 맥락 안에서 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시네토크
2011년 2월 26일 (토) 16:00 <산 파블로> 상영 후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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