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포드의 영화에서 남북전쟁은 자주 다루어진 주제는 아니었다. <수색자>가 이산 에드워드(존 웨인)가 남북전쟁에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듯, 존 포드에게 남북전쟁은 배경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기병대>에서 상황은 다르다. 이 영화는 벤자민 그리어슨이라는 실존 인물이 이끈 북부 기병대의 기습 공격을 실화로 해 미국의 남북전쟁을 전면적으로 다룬다. 북부의 기병대는 남부의 물자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뉴튼 역을 파괴하러 적진을 향해 떠난다. 존 웨인은 기병대를 이끄는 말로우 대령을, 윌리엄 홀든은 군의관 켄들 소령을 연기한다.


<기병대>는 정통 서부 영화는 아니지만, 잠재되어 있던 웨스턴의 요소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대립과 충돌의 구조는 더 흥미로워진다. 고전적 웨스턴이 동부 대 서부의 대립이었다면, <기병대>는 북부와 남부의 충돌을 그린다. 그리고 북부 내에서는 말로우 대령과 켄들 소령 사이에서 기병대의 환자를 두고 갈등이 발생한다. 기병대에 뒤늦게 합류하는 켄들 소령은 서부에 도착한 동부의 사나이처럼 보인다. 여기에다 북부 군인들이 뉴튼 역을 향하다 들리는 해나 헌터의 집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성적 대립이 그려진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군인을 맞이하는 여성과 짙은 파란색 군복을 입은 북부군 사이에서는 짙은 성적인 긴장감이 떠돈다. 또한 남부의 소년 생도들과 성인 남자들로 이루어진 북부의 기병대, 흑인과 백인, 국회의원 출신 군인과 철도 노동자 출신 군인 등, <기병대>에는 실로 다양한 대립이 등장한다.


이 모든 갈등은 실타래처럼 꼬이고 얽혀있다. 가령 북부 군인들이 남부의 탈영병들을 만났을 때 말로우 대령과 켄들 소령의 태도는 흑인 꼬마를 만난 이전과는 반대로 뒤집어진다. 말로우와 켄들의 갈등이 정점에 달하여 난투극을 벌일 때 남부의 소년병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차마 소년들에게 총을 겨눌 수 없어 도주한다. 또한 북부의 기병대가 길을 잃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은 남부의 목사인데, 그는 이전에 늪지를 통해 노예들을 탈출시킨 이력이 있다. 켄들 소령은 남부 군인과 함께 과거 인디언을 사냥했던 이력이 있고, 인디언들이 치료하던 방식으로 북부 군인들을 치료한다. 영화 내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 외적으로도 선과 악의 단순한 대립 구조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기병대>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는 영화는 아니다.


그런 점으로 태그 갤러거는 존 포드에 관한 그의 책에서 <기병대>의 마지막 장면을 ‘신비하면서도 아름다운’ 엔딩이라고 표현한다. 이전까지 기병대가 북부의 기병대를 보여준 것이었다면 마지막은 남부 기병대의 모습으로 대체된다. 제목처럼 정신없이 달려온 <기병대>는 정적인 오두막에서 끝을 맺는다. 이제까지 고정적으로 유지해 온 것들을 마지막에서도 전복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태도야말로 포드의 웨스턴처럼 <기병대>가 갖춘 미덕일 것이다. (송은경 | 에디터)

1.14(토) 17:00
2.3 (금)  18:30 상영 후 오승욱 감독의 시네토크 
2.15(수)  15:00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