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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배창호의 '깊고 푸른 밤'-희망과 욕망의 경계



배창호의 <깊고 푸른 밤>은 동명 소설 <깊고 푸른 밤>에서 뼈대를, <물 위의 사막>에서 내용을 빌려온 영화로 원작자인 소설가 최인호가 직접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로스앤젤레스로 온 한국인 호빈(안성기)과 제인(장미희)의 만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호빈은 임신한 아내를 한국에서 데려오기 위하여 영주권을 얻으려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영주권자와의 계약 결혼이다. 제인과 호빈의 인연은 이렇게 성사 된다. 계약이 끝날 쯤 제인은 호빈의 다정한 모습에 사랑을 느끼지만, 호빈은 제인을 계약 관계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었을 뿐인 두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점점 스스로와 상대방까지도 파괴해간다.


<깊고 푸른 밤>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사회와 그 안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여 이 영화는 사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개인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착과 안정을 쫓아 머나먼 이국땅까지 왔지만 광활한 대지에서 어느 곳도 그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말하자면 <깊고 푸른 밤>은 외롭고 불안한 사람들이 ‘집’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진정 머물러 살 수 있는, 사랑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간 말이다. 그 ‘공간’은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대치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영주권은 표면적인 장치일 뿐, 그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없이 이방인이다. 영화는 사막에서 호기롭던 호빈으로 시작하여 그 끝에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집을 떠난 그들은 가야할 방향을 잃었고 광활한 사막 위에서 영영 멈추어 버린다. “당신이 갖는 꿈은 이 사막과도 같은 거예요.” 라는 한마디가 영화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관통한다.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미국 올 로케이션 촬영을 했고, 동시대 영화들에 비하여 화려한 영상미를 뽐내고 있다. 더불어 1985년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을 휩쓸었다. 1980년대 서울 지역 극장 흥행 1위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과거 어떤 요소 때문에 사람들이 이 영화를 가장 좋아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덧붙여 섹스어필을 한껏 하는 배우 안성기와 장미희의 젊은 날의 모습을 즐기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김휴리 | 에디터)

1.15(일) 18:30 상영 후 안성기, 배창호 시네토크
2.15(수)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