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지키기 24회] 문화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공간
2010. 1. 22. 13:17ㆍ관객 후원 릴레이
어쩌면 누군가는 지저분하고 낡은데다 슬럼화 되었다고 말하는 그 오래되고 남루한 공간에 자리한 시네마테크를 저는 그것 때문에 더 좋아합니다. 그 곳에는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건물도, 영화 표 보다 훨씬 비싼 레스토랑도, 와인 바 같은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마이크 리 감독의 <네이키드>를 보고 나오면서도, 제가 흡연자라면 줄담배를 피우고 싶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본 곳이 서울아트시네마여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괜찮은 영화 한편 봤다’고 생각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화려한 불빛이 현실을 가리는 거리로 편안히 빠져나오고는, 잊었겠지요. 아니 사실은, 영화 속 현실과의 괴리감을 이기지 못해 허무한 냉소만을 내뱉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꼭 아트시네마가 이 곳에 있어야만 한다고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그곳이 어디든, 중요한 건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생기는 것이고, 문화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일테니까요. 하지만 조금 더 큰 욕심을 부려본다면 ‘구별짓기’를 위한 문화상품으로서의 영화와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문화다양성의 전제라고 은연중에 암시하는 듯한 여타 독립/예술영화관들과는 다른 곳에 시네마테크가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영화가 상품이기 이전에 예술이고 매체이고 삶일 수 있는 곳에서 사회, 경제적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문화 다양성을 지향하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까탈스러운 관객의 욕심을 함께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지영, 20대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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