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오케스트라 리허설>

<오케스트라 리허설>(1978)은 텔레비전 방송국이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한 공간에서만 촬영된 영화다. 영화의 무대인 음악당은 원래 예배당이었으나 반향이 없는 음향적 기능을 가진 덕에 음악당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곳에 옛 성직자들의 무덤과 역대 지휘자들의 초상이 걸려 있어서 신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연주자들은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의 악기에 대한 매력과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또한 급료와 휴식시간 등 노조규약에 민감하다. 지휘자는 호통을 치면서 연주자들에게 제대로 연주하라고 하며, 결국 그들을 휘어잡아서 옷을 벗어야 할 만큼 열정적인 연주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휴식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연주자들과 노조대표의 반발에 부딪쳐 리허설은 얼마 안가서 중단된다. 이들이 쉬는 동안 지휘자는 인터뷰에서 옛 시절을 회고하며 지금 시대는 진정한 음악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한탄한다. 그런데 휴식시간이 끝나자 연주자들은 조금 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간데없고, “음악은 착취의 사슬”이라고 목청을 높이며 지휘자를 몰아내려 한다. 연단에 메트로놈을 세우고 급기야는 그것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시위는 점점 과격해져서 단원들끼리 서로 충돌하고 권총이 발사된다. 혼란스런 순간에 음악당의 벽은 둔중하고 커다란 쇠구슬(‘종말의구’를 상징한다)로 허물어지고 음악당은 아수라장이 된다. 하프연주자가 다쳐서 실려 가고 나서야 시위가 진정된다. 이 때 지휘자가 연단에 서서 “음악이 우리를 구원한다”며 연주자들이 자신의 지휘에 따르도록 독려한다. 연주자들은 감동에 젖어서 연주한다. 하지만 지휘자는 예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좀 더 정력적으로 연주하라며 호통을 치고 리허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영화를 본 관객들과 비평가들은 이 영화를 이탈리아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메타포로 읽으려 했다. 극 중 “리허설은 공장과 같다”는 지휘자의 말에서 드러나듯 영화는 펠리니 자신이 영화를 만들면서 겪었던 고뇌와 어려움들을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펠리니는 자신이 직접 재난의 현장에 뛰어들 듯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펠리니는 영화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우리가 어떤 끔찍한 재난의 위협을 받고 있는지, 우리 안에서 어떤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관객들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김수현)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