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로마>


페데리코 펠리니는 고향인 리미니 외에 로마에 대해서도 각별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펠리니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그는 로마를 ‘여인의 도시’에 비유하면서 자신이 로마에 매혹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로마>(1972)는 1971년 현재의 로마와 30년 전 과거의 로마를 오가면서 ‘환상을 창조하는 도시’ 로마를 쇼의 무대처럼 그린다. 과거의 로마는 펠리니의 자전적 경험을 통해 보이고 현재의 로마는 로마의 젊은이들과 도시 곳곳의 모습을 펠리니가 영화 촬영 하는 형식으로 보여진다.


영화는 어린 소년이 줄리어스 시저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로마로 가자”는 학창시절 선생의 말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로마에 대해 학교와 극장에서 배우고 들으면서 동경을 품던 소년은 기자가 되어 로마에 처음 와서 로마거리의 성스러운 성당과 사제들의 모습,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로마사람들의 활기차고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게 된다. 영화는 로마의 현재로 돌아와서 비가 내리는 외곽순환도로를 촬영하고 있다. 길가에는 죽은 소의 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은 시위를 하고 있다. 현재의 로마는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며, 젊은 히피족들은 새로운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는 이들을 못마땅해 하며 “현재 로마인이 진정한 로마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영화는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바라폰다 극장의 추억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는 버라이어티 쇼와 관객들의 관람풍경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당시 로마는 파시스트가 집권하고 전시체제에 있었는데, 쇼가 한창 벌어지다가 공습경보가 울려 사람들은 방공호로 대피하게 된다. 현재의 로마로 온 카메라는 지하철 공사 현장을 촬영한다. 공사 도중 발견된 2000년 전의 프레스코화는 공기에 접촉되자 색이 바래진다. 현대의 히피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사랑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성과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다시 과거의 사창가를 향한다.


사창가에서 창녀들은 마치 쇼를 하듯 자신을 선보인다. 곧바로 이어지는 궁전 장면에서는 엄숙하고 경직된 자세로 성직자와 귀족들이 관람하는 가운데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성직자 패션쇼가 열린다. 영화에서 가장 화려한 쇼와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앞선 장면과 대비되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로마의 밤거리를 촬영하던 영화팀은 “로마는 환상의 도시며, 교회, 정부, 영화가 환상을 창조한다”는 미국인 작가 고레 비달의 말을 빌어 <로마>를 요약한다. 경찰들에게 쫓겨났던 히피족들이 로마 광장과 로마시내를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수현)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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