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아마코드>


영화 제목인 ‘아마코드’는 펠리니의 고향이자 이 영화의 배경인 이탈리아 리미니 지역의 방언으로 ‘나는 기억한다’라는 뜻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영화는 마치 펠리니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풀어놓은 것처럼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나레이터를 자청한 마을 변호사의 소개에 따라 주인공 소년 티타와 친구들이 학교와 교회에서 벌이는 짓궂은 장난에서부터 티타의 가족 이야기, 마을의 아름다운 여인 그라디스카에 얽힌 이야기, 무솔리니의 마을 방문으로 벌어지는 해프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인과관계나 중심 내러티브 없이, 마치 일기장의 페이지를 넘기듯 차례차례 담는다. 여기에는 겨울 마녀를 불태우는 축제로 맞이한 봄에서 아름다운 해변의 여름, 티타의 할아버지와 삼촌이 소변을 보던 황금빛으로 변한 들녘의 가을, 눈이 쌓인 겨울, 그리고 다시 돌아온 민들레 홀씨가 날리는 봄까지 다섯 계절의 시간 흐름만 있을 뿐이다.


<8과 1/2>에 이어 펠리니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상(1974년)을 수상했다. 과거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펠리니의 일련의 영화의 정점에 있다고 평가되는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억의 세계가 환상의 세계와 뒤섞이고, 과거가 리얼리즘이 아닌 환영의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8과 1/2>이후 펠리니의 영화에서 과거의 기억과 환상, 그리고 현실은 서로 뒤섞여 이들 간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아마코드>에서 펠리니가 기억하는 과거의 한켠에는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 내려앉은 공작처럼, 그리고 말을 하는 무솔리니 얼굴 모양 꽃장식처럼 아무렇지 않게 환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환상이 너무나 아름다운 화면 뒤에 숨은 채 파시즘 하의 이탈리아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파솔리니, 로셀리니와 함께 네오리얼리즘의 전통에서 출발한 펠리니가 1973년에 이르러 이 영화 속에서 환상처럼 재현하고 있는 파시즘의 모습은 그저 조롱이라고 보기에 편치만은 않다. 음악을 담당한 니노 로타를 공집합으로 이 영화와 이보다 한 해 전에 만들어진 코폴라의 <대부> 혹은 구스 반 산트의 2007년 작 <파라노이드 파크>를 묶어본다면 더 흥미로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혜경)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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