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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 샤부 야쿠자

샤부 야쿠자  シャブ極道 / Shabu

 

 

1996│164min│일본│Color

연출│호소노 다쓰오키

원작│야마노우치 사치오

│나루시마 이즈루

촬영│야마모토 히데오

음악│야부나카 히로아키

편집│이노우에 오사무

출연│야쿠쇼 고지, 사오토메 아이, 와타나베 마사유키



 

    14살 때 가출한 이후 야쿠자 조직에서 살아온 마카베는 자신이 관리하던 도박장에서 스즈코를 본 후 첫눈에 반한다. 스즈코가 거대 야쿠자 조직의 두목인 간자키의 여자라는 사실에도 아랑곳없이 그녀를 납치해올 정도로 대책없고 무대뽀인 마카베에게 스즈코도 호감을 느끼고, 둘은 가까스로 조직 간 대립이 무마된 이후 결혼에 골인한다. 야쿠자의 딸로 태어나 조직에서 성장해 야쿠자의 생리를 잘 아는 스즈코의 적극적인 조언과 내조 하에 마카베는 조직의 두목을 밀어내고 새로운 보스가 된다. 그러나 스즈코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카베가 조직에서 가장 중점으로 둔 사업은 바로 마약 유통. 미성년자 간음으로 뜻하지 않게 징역을 살고 나온 이후, 마카베는 중국계의 텐진 조직과 연계하여 마약 사업을 확장하려다 형제처럼 함께 자란 시모무라를 총격으로 잃는다. 이 사건의 배후에 간자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카베는 더욱 약에 탐닉하면서 점차 미치광이가 돼간다. ‘샤부’는 일본과 홍콩, 한국, 동남아시아를 잇는 루트를 통해 확산된 히로뽕을 일컫는 은어이다. 영화는 1973년 아직 혈기방장한 청년이던 마카베가 스즈키를 만나던 시점부터 시작해 1990년대 마카베의 조직이 쇠락을 겪기까지, 일본 내 마약사업의 흥망성쇠를 마카베를 중심으로 연대기 순으로 묘사해 나간다. 80년대 초반까지도 마약은 마카베의 조직을 감시하던 형사들조차 ‘미성년자와 섹스한 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간주할 정도로 그 위험성이 간과되었고, 마카베의 조직이 돈을 벌기 좋은 ‘쉬운 사업’이었다. 그러나 90년대가 되면서 세상은 바뀌고 강력한 마약대처법이 통과된다. 감옥에서 나온 마카베는 이전의 사업을 계속하려 하지만, 이제 히로뽕 사업은 마카베파와 같은 작은 조직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한(!) 사업이 되었다. 이 위험은 제도와 법의 금지와 강력한 대처뿐 아니라, 마카베파 상위 야쿠자 조직의 견제에서도 기인한다.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는 일본 내 마약사업의 흐름에 대한 묘사만은 아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인상적인 호연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야쿠쇼 고지는 이 영화에서 제멋대로에 철없고 유아적인 모습과 조직의 수장다운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악당이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낸다. 같은 해 그의 또 다른 출연작이 <쉘 위 댄스>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질 정도. 스즈코 역을 맡은 사오토메 아이 역시 고유의 강한 카리스마와 매력을 지닌 여주인공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녀는 난폭하고 다혈질인 마카베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일 뿐 아니라, 끝없이 바람을 피우던 마카베가 번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유일한 사랑,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기꺼이 함께 하고픈 마지막 사랑이자 소울메이트인 것이다.

 

 

 

김숙현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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